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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대회] 비도 막지 못한 9만의 노동자들, 민주노총 “저들 목적은 각개격파, 뭉쳐 싸우자”

숭례문부터 서울시청까지 가득 메운 노동자들의 외침 “이대로 살 수 없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1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10만 총궐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민영화 저지,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12 ⓒ민중의소리
 
12일 굵은 빗줄기 속에도 전국의 노동자들이 서울 도심으로 모였다. 이날 모인 인원은 주최 측 추산 9만명.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윤석열 정부 들어 연 집회 중 가장 큰 규모다. 숭례문 일대부터 서울광장까지 빼곡히 채운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한목소리로 "이대로 살 수 없다"고 외쳤다.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않는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분노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전태일 열사 기일(11월 13일)을 앞두고 민주노총이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가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렸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올해 노동자대회에서 강조한 메시지는 '단결'과 '투쟁'이다. 일터에서, 일상에서 죽음은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존재감을 드러낸 때는 노조를 공격하고 탄압하는 순간이다. 이럴 때 일수록 흩어지지 말고 뭉치자고, 물러서지 말고 적극적으로 투쟁하자고 양 위원장은 강조했다.

'윤석열 정권 심판' 외친 양경수 위원장
"비정규직·정규직, 노동조합의 존재유무 떠나 모두 함께 싸우자"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1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10만 총궐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12 ⓒ민중의소리
 
 
양 위원장의 대회사는 '처참한 죽음'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수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7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고, 수많은 노동자가 다양한 일터에서 일하다 죽어간 사례를 얘기했다.

그는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가 죽음의 행렬을 만들고 있다"며 "중대재해를 처벌하라고, 안전운임제를 실시하라고,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인력을 충원하라고, 살려달라고 이태원에서 112, 119에 신호를 보냈듯이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절규에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은 스스로 정부의 역할을 포기했다"고 직격했다.

양 위원장은 "정부가, 회사가 시키는 대로 일하다가는 다 죽겠다"며 "노동조합이 우리의 유일한 생명줄이고, 숨구멍인데 이것을 끊고 막겠다면 어떻게 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이 추진하는 것은 노동개악을 넘어 노동 말살"이라며 "우리를 지워버리겠다는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1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10만 총궐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민영화 저지,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12 ⓒ민중의소리
 
취임 6개월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은 노골적이다. 시행령을 통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노동시간 연장도 밀어붙이고 있다.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 2조와 3조를 개정하자는 요구에는 '위헌'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이라며 밀어붙이는 정책은 '윤석열표 민영화'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노동개악을 저지하고, 노조법 2·3조를 개정하고, 민영화를 중단하라는 건 이번 노동자대회의 핵심 요구다.

양 위원장은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사용자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 내 삶과 관련된 문제는 싸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손배가압류로 노동3권을 막지 말라는 것. (이것이) 뭐가 잘못됐나. 뭐가 문제인가"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재벌 대기업 편에서 노동자를 노예로 만들겠다는 게 아닌가. 우린 이 땅의 주인이다. 우리가 주인"이라고 외쳤다.

양 위원장은 "지금 우리는 자본과 정권의 공격을 막는 투쟁으로 후퇴할 것인가,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는 투쟁으로 전진할 것인가 갈림길에 서 있다"며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을 가리기 위해 틈만 나면 색깔 공세, 공안 탄압을 자행하는 저들의 목적은 각개격파다. 그래서 우리는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 반민생, 반민주 행태에 맞서 뭉쳐야 한다. 윤석열 시대가 아니라 노동의 시대를 열기 위해 우리는 뭉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양 위원장은 "비정규직, 정규직, 장애인, 비장애인, 성별, 업종, 나이, 노동조합의 존재유무를 떠나 모두가 함께 싸워야 한다"며 "민중의 생존을 위해 나서자, 피로 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서자, 노동조합을 지키고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나서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자 민중을 적으로 돌린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자"며 "투쟁의 선두에 노동자들이, 자랑스러운 민주노총이 당당히 나서자"고 당부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도, 파리바게뜨 노동자도 "이대로 살 수 없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1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10만 총궐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민영화 저지,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12 ⓒ민중의소리

절박한 현실을 고발하며 투쟁을 호소한 현장 발언도 눈에 띄었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후 현장 투쟁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게 민주노총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여름 조선업 하청노동자의 '임금 회복'을 요구하며, 건조 중인 선박에서 0.3평의 철제 감옥을 만들고 스스로를 가두는 투쟁을 벌였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도 건강한 모습으로 발언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투쟁으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며 유 부지회장 등 지회 간부 5명에게 47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 부지회장은 "우리는 하청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했다"며 "노조법 2, 3조 개정을 통해 하청 노동자든, 비정규직 노동자든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챙길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가 투쟁 당시 했던 절규,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이번 노동자대회의 메인 슬로건이 됐다.

SPC 노동자도 "이대로 살 수 없다"고 외쳤다. 최근 SPC그룹 계열사 SPL 평택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청년 노동자 산재 사망을 계기로 드러난 SPC의 반노동, 반인권 행태는 전 사회적인 공분을 사기도 했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임종린 지회장은 "안전한 환경에서 노조 탄압받지 않고,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적용받으며 일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 SPL에서 벌어진 산재사망과 연이어 발생하는 그룹 내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SPC그룹이 제대로 처벌받고 개선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뒤, 노동자대회 주요 요구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추가했다. 이날 민주노총 간부들은 가슴 한켠에 근조 리본을 달고 대회에 참석했으며, 조합원들은 "이태원 참사 국가 책임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대회 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시민 추모 촛불집회에도 합류했다.

대회 말미 전종덕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윤석열 정권에게 선포한다.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회피한다면, 슬픔과 도탄에 빠진 국민에게 '웃기고 있네'하며 업신여긴다면, 되돌려 줄 것"이라며 "너희 같은 자들이 노동자 민중의 손에 의해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지 그 역사의 현장을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1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가 책임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시민추모촛불에서 참가자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 촛불을 밝히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12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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