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흘러 1991년 탈냉전이 도래했고, 서방 세계에서조차 더는 반공을 외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냉전의 산물인 한반도 분단은 탈냉전 시대에도 끝나지 않았다. 냉전이 남긴 반공과 반파사즘은 한반도에서 반북과 반일 사이의 이념 대립으로 여전히 남아 있었다.
최근 세계 질서가 다시 냉전으로 돌아갔다는 진단이 세간에 떠돈다. 그것을 ‘신냉전’이라고 부른다.
냉전과 마찬가지로 신냉전도 미국의 패권 전략에서 비롯되었다. 신냉전은 미국이 패권 유지를 위해 북·중·러를 압박하고, 자유 진영을 미국 편에 줄 세우는 형국을 이른 말이다.
신냉전 정세에서 미국이 ‘자유 가치’를 강조하고, 미국을 맹신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연대는 지금의 외교적 현실에서 가장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한 것에도 잘 드러난다.
냉전, '반공Vs반파시즘'…신냉전, ' 자유Vs자주'
냉전의 이념전쟁이 반공과 반파시즘 사이에서 벌어졌다면 신냉전은 자유와 자주 사이의 대결로 굳어지고 있다. 그런데 자유 진영에서조차 ‘자유 가치 연대’에 반기를 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이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 ‘자유 연대’가 오히려 그들의 국익에 반하게 되자, 자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프랑스, 독일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 사이에서도 이런 흐름이 생긴다. 과거 냉전 시기 매카시 열풍을 일으켜 빨갱이 사냥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한편 탈냉전에도 냉전 이념이 그대로 유지되던 한반도는 신냉전에 접어들자 한층 복잡한 이념 구도를 형성했다.
말하자면 ‘반공 반북’을 기치로 자신의 친일 행각을 숨겨온 위정자들이 신냉전이 명한 ‘자유 연대’를 위해 일본과의 동맹을 추진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더구나 미국과의 동맹마저 국익을 훼손하는 일이 빈번한 터라 ‘자유 연대’는 더욱 설 자리를 잃어간다.
특히 과거사에 대한 아무런 반성 없는 일본이 최근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면서 군국주의를 부활하고 있어 우리 민족의 반일 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형국에서 일본과의 ‘자유 연대’를 주장하는 것은 ‘나 친일이요’라고 선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위정자들은 신냉전이 불러온 이념전쟁의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냉전 시기 유행하던 반공반북 여론 조작에 열을 올린다. 반일 감정보다 반북 감정이 더 커지면 국민들이 일본과의 자유 연대를 허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추진하면서 북핵 위협론을 과대 포장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냉전에 앞서 전개되는 이념전쟁에서 패배하면 열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6.25 전쟁에서 경험한 바 있다.
한반도는 지금 열전 직전의 신냉전 기에 접어들었다. 총 포성이 울리기 전까지는 이념전쟁이 기본이다. 우리는 ‘반공, 반파시즘, 자유, 자주’라는 뒤엉킨 이념전쟁에서 이번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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