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한국여성대회가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퇴행의 시대를 넘는 거센 연대의 파도’라는 슬로건으로 4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되었다.[사진-통일뉴스 김수희 통신원]
제38회 한국여성대회가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퇴행의 시대를 넘는 거센 연대의 파도’라는 슬로건으로 4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되었다.[사진-통일뉴스 김수희 통신원]

“한반도와 국제사회, 여성주의 평화 안보를 구축해야 한다!”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8회 한국여성대회가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퇴행의 시대를 넘는 거센 연대의 파도’라는 슬로건으로 3월 4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되었다.

이날 모인 참가자들은 ‘3.8 여성선언’을 통해 “(한국 사회 성차별의) 모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무를 가진 국가는 헌법적 가치인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이같이 ‘한반도와 국제사회, 여성주의 평화 안보 구축’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외에도 △정책 기조에서 ‘여성’, ‘성평등’을 삭제하지 말고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를 강화할 것, △장시간 노동 근절,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안전한 일터를 보장할 것, △젠더 관점으로 구조적 여성폭력에 대응하여 존엄한 일상과 권리를 보장할 것, △함께 나누는 돌봄과 차별 없는 복지를 실현할 것, △정치대표성의 다양성과 성별균형을 보장하는 정치개혁을 실현할 것,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모든 여성과 소수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실현할 것 등을 요구했다.

특히,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부는 사회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발생되는 성차별 존재 자체를 지속적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 “성차별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성평등 가치를 남성과 여성의 싸움을 부추기는 도구로 왜곡하고 있다”면서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백래시를 자신의 정치적인 이해를 위해 끊임없이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윤 정부의 반(反)여성 정책 기조는 페미니스트들의 오랜 투쟁으로 일궈온 국가 및 지자체 성평등 추진체계와 정책 전반의 후퇴와 함께, ‘여성’과 ‘성평등’을 삭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시민난장에는 여성, 시민사회, 환경, 종교, 정당 등 다양한 영역의 참여자들이 참여해 각양각색의 캠페인과 참여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수희 통신원]
이날 시민난장에는 여성, 시민사회, 환경, 종교, 정당 등 다양한 영역의 참여자들이 참여해 각양각색의 캠페인과 참여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수희 통신원]

이날 오후 12시부터 시작된 시민난장에는 여성, 시민사회, 환경, 종교, 정당 등 다양한 영역의 참여자들이 참여해 각양각색의 캠페인과 참여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전무대로 열린 ‘오픈 스테이지-페미난장’에서는 노래와 춤, 발언, 악기 연주 등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 한 해 우리 사회의 성평등과 여성운동 발전에 공헌한 ‘올해의 여성운동상’과 ‘특별상’이 발표되었고, ‘성평등 디딤돌’과 ‘성평등 걸림돌’ 명단이 선정되었다.

제38회 한국여성대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에는 ‘먹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가, ‘특별상’에는 ‘무수한 타자들의 벗 되어, 모든 존재가 환대받는 사회를 일궈온’ 고(故) 임보라 목사가 선정되었다.

그리고 ‘성평등 디딤돌’에는 △미군 기지촌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122인 원고와 대리인단’, △단단한 연대로 캐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확장한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록CC분회’, △해군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사건 파기환송심을 이끌어내고 군대 내 여성과 소수자 인권의 향상을 만들어낸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변호인단’ 그리고 △지역, 여성, 청년 페미니스트 정치의 가능성을 열어낸 ‘청주페미니스트네트워크 '걔네'’ 등이 선정되었다.

‘성평등 걸림돌’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처벌받았음에도 사과와 반성없이 여전히 괴롭힘을 지속하고 있는 동남원새마을금고, △‘전화 안 받았다면 스토킹 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인천지법 형사9 단독 재판부, △무책임과 혐오선동 정치의 권성동 국회의원과 책임 방기, 자격 미달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2022 개정 교육 과정에 ‘성소수자’, ‘성평등’, ‘재생산’ 표현 삭제한 교육부 등이 명단에 올랐다.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8회 한국여성대회를 지지 격려하는 참가자들.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모인 연인원 1만 5천 여명의 여성‧시민들이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수희 통신원]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8회 한국여성대회를 지지 격려하는 참가자들.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모인 연인원 1만 5천 여명의 여성‧시민들이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수희 통신원]

이어, 대구여성인권센터 ‘춤신춤왕’, 소수자연대 풍물패 장풍, 이소선 합창단의 연대 공연과 합창단 노래에 맞춰 참여자들 모두가 참여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계속해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4개국 대사관과 기후위기, 평화 영역의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행사 후 전국에서 모인 연인원 1만 5천 여명의 여성‧시민들은 서울광장, 광화문 사거리, 종각, 을지로 입구로 행진을 이어갔다.

주최 측은 “사회 각 영역 퇴행의 시기에도 성평등 사회로의 여성‧시민들의 연대를 확인하는 축제의 장이었다”고 평했다.

행사 후 대회 참가자들은 서울광장, 광화문 사거리, 종각, 을지로 입구로 행진을 이어갔다. [사진-통일뉴스 김수희 통신원]
행사 후 대회 참가자들은 서울광장, 광화문 사거리, 종각, 을지로 입구로 행진을 이어갔다. [사진-통일뉴스 김수희 통신원]

한편, 3.8 세계여성의 날의 역사는 일하는 여성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투쟁, 여성의 권리신장을 위해 다양한 움직임이 활성화되는 20세기 초반부터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1920년대부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으며, 일제의 탄압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해방 후 부활하기도 했으나, 1948년 이후 사회적 격변 과정에서 맥이 끊기기도 했다.

1985년 여성평우회 등 14개 풀뿌리 여성단체가 공동으로 서울 명동 YWCA 강당에서 제1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했으며,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 설립 이후부터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주관으로 회원단체,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실행하고 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3.8 여성선언' 전문이다. 

 

3.8 여성선언

퇴행의 시대를 넘는 거센 연대의 파도가 되어
성평등을 향해 전진합시다!

성평등에 대한 사회 전반의 백래시와 정부 주도로 ‘여성’과 ‘성평등’이 삭제되는 퇴행의 시대 한 가운데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페미니스트 시민 여러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명백히 존재하는 성차별과 폭력의 경험과 현실을 드러내고, 함께하는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더욱 거세게 성평등 사회로의 변화를 촉구하고자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사회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발생되는 성차별 존재 자체를 지속적으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성차별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성평등 가치를 남성과 여성의 싸움을 부추기는 도구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백래시를 자신의 정치적인 이해를 위해 끊임없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윤 정부의 반(反)여성 정책 기조는 페미니스트들의 오랜 투쟁으로 일궈온 국가 및 지자체 성평등 추진체계와 정책 전반의 후퇴와 함께,  ‘여성’과 ‘성평등’을 삭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지금, 여성들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2022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한국의 젠더 격차 지수는 146개국 중 99위입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1.1%로 27년 연속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9%로, OECD 국가 38개국 중 34위, 최하위권입니다. 채용에서부터 업무배치, 승진으로 이어지는 노동시장의 성차별은 여성을 더욱 불안정한 위치로 내몰고 있습니다. 사회변화에 따라 점점 더 교묘해지고 심화되는 젠더폭력은 누구에게나 당연히 주어져야 할 존엄한 일상의 권리를 빼앗고 있습니다. 코로나 감염병 시기를 거치며 더욱 무거워진 돌봄의 책임과 역할은 여성에게만 전가되고 있습니다. 여성이자 아동·청소년,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로서 겪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차별은 더욱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성애 ‘정상’가족 중심의 정책은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또 다른 차별을 낳습니다. 

이 모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무를 가진 국가는 헌법적 가치인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정책 기조에서 ‘여성’, ‘성평등’을 삭제하지 말고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장시간 노동 근절,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안전한 일터를 보장해야 합니다! 젠더 관점으로 구조적 여성폭력에 대응하여 존엄한 일상과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함께 나누는 돌봄과 차별 없는 복지를 실현해야 합니다! 정치대표성의 다양성과 성별균형을 보장하는 정치개혁을 실현해야 합니다! 한반도와 국제사회 여성주의 평화 안보를 구축해야 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모든 여성과 소수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실현해야 합니다!

퇴행은 언제나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퇴행이 성평등 실현을 향한 우리의 열망과 전진을 막아낸 적은 결코 없습니다. 3.8 세계여성의 날의 기원이 된 1908년 3월 8일, 러트거스 광장에서 생존권과 참정권을 외쳤던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호주제 폐지’, #미투운동, ‘낙태죄 폐지’가 있기까지 매 순간 싸워온 수많은 시대의 페미니스트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며 성차별·성폭력이 발생하는 구조에 끊임없이 저항하며 세상을 바꿔왔습니다. 다시 한 번, 이 퇴행의 시대를 넘는 거센 연대의 파도가 되어 성평등 사회를 향해 힘차게 전진합시다!

2023년 3월 4일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8회 한국여성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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