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너머·시민단체, 오산 미공군기지 앞 긴급기자회견… 주민 생명 위협 규탄

평택 오산 미공군기지(K-55)에서 독성 물질인 백린 누출 사고가 발생해 주민 대피령까지 발령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미군 측에 사고 원인 공개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28일 오후 5시 7분경 오산 미공군기지 내에서 백린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평택시는 긴급 재난문자를 통해 인근 서탄면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으나, 불과 36분 만인 오후 6시 13분경 “안전 조치가 끝났다”며 상황 종료를 알렸다. 이에 대해 참가자들은 가시적 여파가 관찰되지 않는다고 해서 안전이 확보된 것은 아니라며, 공기 중 확산과 환경 오염 여부에 대한 정밀 조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백린은 공기 중에서 자연 발화하는 유독성 화학물질로, 피부에 닿을 경우 뼛속까지 조직을 태우고 독성 연기가 체내로 흡수되어 주요 장기를 손상시키는 위험 물질이다. 그 잔혹성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도 민간 밀집 지역 내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기지 인근에 60년 이상 거주해 온 한 지역 주민은 발언을 통해 “평소와 다른 긴급 재난문자에 백린이 누출됐다고 해서 뉴스를 찾아보고 심각성을 느꼈다”며 “공기 중 연기가 농작물에 날아가 붙거나 인체에 해를 미치지 않을지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탄저균이나 백린 같은 유독 화학물질이 유출됐을 때 주민들이 어떻게 대피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매뉴얼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현장 발언에 나선 최정희 평택평화센터 평화교육팀장은 “한국 땅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들은 주민들의 일상 공간과 담장을 맞대고 너무나 가까이 붙어 있다”며 “주민들이 기지 옆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왜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규탄했다. 또한 “올해 초 오산기지 기름 유출과 과거 탄저균 사건처럼 미군기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주민들은 알 수 없다”며 “주민 안전을 위해 평택시와 정부가 반드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희 평화너머 공동대표는 이번 사건을 단순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주민 밀집 지역 현장에 살상 물질인 백린이 어떻게 반입되고 취급되는지 평택시와 한국 정부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며 “SOFA 환경분과위원회를 즉각 열고 민관 및 정부, 주한미군이 함께하는 합동 진상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최근 오산기지를 중심으로 더 많은 무기와 훈련이 집중되는 것은 한미동맹이 대중국 전략 기지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미국의 군사 전략에 따라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위험과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평택시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백린 유출 사고 원인과 경위의 투명한 공개 ▲주민 건강 영향 조사 및 기지 주변 환경 모니터링 즉각 실시 ▲반복되는 유독물질 유출 사고에 대한 실효적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미군은 그동안 오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SOFA 제3조의 배타적 사용·관리권을 내세워 한국 당국의 조사를 막아 왔다”며 “정부와 평택시는 미군의 설명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전면 조사에 착수하고 주한미군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한편 평택시청 사회재난과 관계자는 백린 유출 사고와 관련해 주한미군 측이 ‘대피문자 발송 요청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처음 연락은 주한미군 헌병대 통역관으로부터 “오산공군기지에서 ‘탄두유출’이 있으니 주민 대피문자를 보내라”는 연락을 받았다. 대피문자 발송에 필요한 유해물질의 종류, 양, 전파 범위, 영향권, 유출 원인 등을 주한미군 측으로부터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평택시청은 주한미군측에 공문을 보내 상세한 경위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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