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지역 학부모들과 환경단체, 등이 19일 환경오염 정화없는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용산지역 학부모들과 환경단체, 등이 19일 환경오염 정화없는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위험천만한 오염지대에서 우리 미래세대들을 뛰놀게 하고는, 그게 그렇게 가슴 뿌듯한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용산 대통령실 인접 '어린이정원'에서 열린 '대통령실 초청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를 찾아 "여러분들 이렇게 뛰는거 보니까 제가 청와대에서 나와서 용산으로 온게 얼마나 잘된 일인지 가슴이 아주 뿌듯합니다"라고 흐뭇해 했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전국유소년축구대회장에서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여러분에게 있다"며 어린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주한미군으로부터 일부 반환받은 대통령실 인근 부지를 당초 '용산공원 조성계획'과는 전혀 다른 '용산 어린이정원'이라는 별칭으로 개방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체육행사였다.

학부모들과 환경단체들은 오염정화도 없이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개방을 강행한 것에 단단히 뿔이 났다.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 평등교육실현서울학부모회,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등이 나섰고 온전한 생태평화공원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작은도서관 고래이야기 등 지역 주민단체, 녹색연합, 강민정·서동용·윤미향 국회의원이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19일 오전 용산 어린이정원 출입구인 신용산역 1번출구 인근 14번 게이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14일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무책임한 처사와 언행"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 5월 대통령실 이전 이후 6월 10일 시범개방, 지난 5월 4일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에 이르기까지 공원명칭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환경오염이 확인되어 숱하게 오염정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객관적인 입증자료는 내놓지 않고 '괴담'이라며 귀를 닫고 있다. 

신용산역-주한미군 장군숙소-대통령실 남측 구역-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직선거리 1.1km, 약 9만평의 개방 부지 가운데 미군이 스포츠필드로 사용한 부지 환경조사결과만 보더라도 석유계총탄화수소(TPH) 36배, 납 5.2배, 비소 3.4배 등 기준치를 초과해 '어린이정원'은 모든 환경기준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

어린이 안전은 뒷전, 정권홍보에만 열올리냐는 힐난이 쏟아졌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어린이 안전은 뒷전, 정권홍보에만 열올리냐는 힐난이 쏟아졌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용산지역 학부모인 용은중 작은도서관 고래이야기 대표는 '구청이나 학교에서 'e알리미'를 보내 학생들을 보내라고 하니까 얼마나 위험할지도 모르는 땅에 아이들을 보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면서 "오염의 실상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다음에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부와 대통령을 향해서는 "분명히 어린이정원을 개방하면서 오염의 실상을 모를 리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기습적으로 공원이 아닌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개발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어린이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개방을 했고, 개방 사유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괜찮다면 괜찮다, 나쁘면 나쁘다 가타부타 개방 사유를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은영 서울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 대표는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곳은 오염물질을 가득 품고 넓기만 한 잔디밭이 아니라 좁더라도 안전한 곳, 15cm의 흙을 덮어야만 되는 땅이 아니라 소박하더라도 당당할 수 있는 곳"이라며, 여전히 오염물질에 방치된 '어린이정원'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원이 될 수 없다고 판단이 내려진 곳에 더 이상 아이들을 이용하는, 도저히 납들할 수 없는 일을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환경정책기본법 제8조는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오염물질의 존재를 안 이상 그 오염물질 제거를 최우선 과제로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정부 주장대로 오염이 미미하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공원을 만들어 개방하기 전에 오염물질을 없애는 것이 첫번째 과제"라고 잘라 말했다.

"정상적인 국가, 정상적인 정부,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 2023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강민정 국회의원은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에 대해 "위험물질과 흉기같은 것들을 잔뜩 모아놓은 통위에 얇은 천 하나 얹어놓고 그 위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직격했다.

야구장과 축구장이 만들어진 스포츠필드 부지는 이미 대량 기름유출 사고가 있었던 곳인데, 여기에다 손 한뼘 정도 높이인 15cm의 흙을 덮어놓고 그 아래 있는 유해물질에 대해서는 정화작업을 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뛰어놀라고 한 것을 빗댄 건.

강 의원은 "어린이정원 졸속 개방이 대통령실 용산이전을 합리화하기 위해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볼모로 이용하는 것은 아니냐"고 따져 묻고는 "즉각적인 어린이정원 운영 철회, 개방 중단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용은중 작은도서관 고래이야기 대표 발언 (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용산구에 거주하고 있는 40대 학부모입니다.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인데 2년 전까지 축구 선수와 군인이 꿈일 만큼 축구를 정말 좋아합니다. 
유치원까지는 실내 축구장에서 축구대회도 했지만 지금은 학교 방과 후가 아닌 이상 축구를 마음대로 하지 못합니다. 그럴 만한 넓은 공공의 운동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어린이정원을 개방하는 것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일부 주민들은 더 좋은 동네가 된다며 칭찬하고 좋아했습니다. 저도 박수 칠 뻔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자료를 보시면 알겠지만 34.8배의 다이옥신이 검출되었습니다.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비소는 기준치의 39.9배가 검출되었습니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어린이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개방을 했고, 개방 사유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군장교 숙소도 있었고 미군과 그들의 가족들도 살던 곳이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좋은 것, 나쁜 것, 불확실한 것 중 불확실한 것은 무질서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나쁜 것보다 더 좋지 않습니다. 
괜찮다면 괜찮다, 나쁘면 나쁘다 가타부타 개방 사유를 공개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비소가 얼마나 무서운 물질인지 얼마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아는 분이 손에 마비가 오고 통증이 심해서 병원에 계속 다니는데 신경계 문제로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원인을 알 수가 없어 계속 통증 치료만 해오다가 얼마 전에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혈액 검사에서 비소가 검출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비소는 화학물질을 다루는 종사자들에게서만 거의 발견이 됐는데 이 분은 어디서 발견됐는지 알 수가 없어서 의사도 굉장히 의아했다고 하는데요.

아무튼 이분은 엄청난 통증을 느끼고 생활 불편, 그리고 신경 제거를 감수하면서 투병 중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신경에 이상이 생겨 수십만 원을 들여 검사해 볼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다이옥신 비소뿐만 아니라 벤젠, 페놀, 납 온갖 유해 물질이 검출되고 있습니다. 분명히 어린이정원을 개방하면서 오염의 실상을 모를 리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기습적으로 공원이 아닌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개발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저라면 양심적으로 어린이라는 이름이라도 뺏을 것 같습니다. 
공원법은 있는데 정원법은 없어서인지, 땅이야 어떻든 공기만 괜찮으면 다 청정지역으로 인정하도록 법을 바꾸실 계획인지도 궁금합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무기 삼아, 그것도 어린이 대상으로 구청과 학교라는 공공기관의 공신력을 빌어 학부모들에게 'e알리미'를 보내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저도 받았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구청에서 협조 요청하니 학생들을 보냈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얼마나 위험할지도 모르는 땅에 어른도 아닌 어린 학생들을 동원해 보내는 일에 동참하게 된 겁니다. 무지도 때론 죄가 됩니다. 

그냥 저는 나 하나 안 가고 우리 애 안 보내면 되지 그만이지라는 생각도 사실 합니다. 
이렇게 더운 날 힘이 남아돌아서, 시간이 남아서 이렇게 나오고 싶겠습니까? 저는 저와 같이 아이가 즐겁게 축구할 수 있는 땅에 목이 마른 부모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것 같아 화가 났습니다. 분명한 기만입니다. 

오염의 실상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다음에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십니까? 물론 모르는 게 약이라면 유야무야 언론에 노출하지 않도록 하고 지나갈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불확실한 땅에 아이들을 생각하는 척 온갖 왕관은 다 쓰면서 오염은 덮기만 하는 것에 너무 실망했습니다.

저출산은 걱정하면서 아이들을 존중하지 않는데, 뭘 보고 나라를 믿고 애들을 낳으라는 겁니까? 이런 식의 개방은 현재를 위해 미래를 갉아먹으며 현상 유지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그 기만을 멈추고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기 바랍니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 중단을 위한 학부모 기자회견문] (전문)

오염정화 없는 <용산 어린이정원>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개방을 당장 중단하라.

반환받은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대한 오염 정화를 완전히 생략하고, 당초 용산공원 조성계획과는 다른 <용산 어린이정원>이 개방되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기념하여 진행된 이 개방에서 많은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전국유소년 축구대회>, <전국유소년 야구대회>를 진행하였다. 용산 주민들과 학부모들, 교육자들은 어린이들의 안전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은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에 대한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는 바이다.
 
환경부의 '어린이 활동공간 환경 보건 업무 지침'에는 토양 관련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토양에 함유된 납, 카드뮴, 6가크롬, 수은 및 비소가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해야 하는데, 이번에 개방된 부지 가운데 미군이 스포츠 필드로 사용한 부지 환경조사 결과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36배, 납 5.2배, 비소 3.4배 등 기준치를 초과했으며, 한마디로 <용산 어린이정원>은 환경 기준을 모두 위반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 주민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용산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정도가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여러 차례 문제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는 객관적 입증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채 '괴담'이라고만 해버렸다. 특히 국토부가 진행한 <토양 안정성 보고서>는 일절 비공개로 결정하고, '토양 오염'이 주요 문제임에도 "대기환경 안정성 기준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부분과 "공원부지로 사용하는 경우 위해성이 없다"라고 일축한 부분에서 국민들은 불신과 의혹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제기하는 의혹과 문제점은,

첫째, 정부는 토양에 15센티미터 흙을 덮고 잔디를 깔아서 안전하다고 했지만, 어느 지점에 어떻게 흙을 덮었는지 확인된 바 없으며 오염정화는 생략한 채 흙을 덮는다고 해서 공원에 출입할 사람은 물론이고 반려동물에 대한 위해성이 사라진다는 규정은 없다. 특히 유·아동들은 환경오염에 더욱 취약하므로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받는 것이 아닌가.

두번째, 다이옥신이 발견된 일부 지역이 개방에서 제외되었다고 하지만, 개방된 부지의 바로 옆에 간이 칸막이 정도만 설치된 채 붙어있다. 심각한 오염이 발견된 지점이 현재까지 공사로 인해 토양이 파헤쳐져 있는 상태에서 방향족 화합물인 다이옥신이 입자로 날릴 것이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다이옥신이 처음으로 검출된 부평 미군기지 정화 사업에서는 다이옥신이 바람에 날릴 위험을 막기 위해 돔을 설치하고 1,000 °C의 열을 토양에 투입했다. 위험물질을 신중하게 다루고 적정하게 처리를 해야 하지 않는가.

세번째, 정부는 반환받은 용산 미군기지에 꽃과 잔디 그리고 각종 기념수를 심어 정원으로 꾸며 개방하기로 하고 2023년 예산 3백여억원을 투입하였다. 그런데 반환이 완료되는 시점이 오면 용산공원 부지를 다시 정화해야 한다. 이렇게 불필요한 과정과 작업을 거치는 것은 국가예산 낭비가 아닌가.

이러한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도 전혀 없이, 문제제기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을 사실을 왜곡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환경 괴담 유포 집단'이라고 매도하겠는가. 

윤 대통령은 며칠 전 <유소년 야구대회>를 찾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여러분들 뛰는 거 보니까 제가 청와대에서 나와서 용산으로 온 게 얼마나 잘 된 일인지 가슴이 아주 뿌듯하다"고 말했지만, 위험천만한 오염지대에서 우리의 미래세대들이 뛰놀고 건강권과 알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부분에 대하여 너무나도 무책임한 처사와 언행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용산 어린이저원> 개방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토양오염 심각하다 <용산 어린이정원>개방 중단하라!
-어린이가 위험하다 <용산 어린이정원>개방 중단하라!
-국민건강 위협하는 <용산 어린이정원> 반대한다!


2023년 5월 19일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 평등교육실현 서울학부모회, 서울혁신교육 학부모네트워크,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작은 도서관 고래 이야기, 녹색연합, 국회의원 강민정, 국회의원 서동용, 국회의원 윤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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