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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잘못 건드린 윤석열...면허 반납, 총선 응징 태세 구축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05.19 19: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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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 근거 차고 넘쳐”… 법안 거부 정치 심판

간호협회, 16개 시도 총선기획단 출범

불법의료 거부, 면허증 반납 등 총선까지 투쟁 파고 높여

“간호사는 사람이 죽고 사는 전쟁터에서 일한다. 대리처방, 환자 식사 신청, 환자 이송, 약 준비, 수액믹스, 물품 카운트 등 업무가 끊이지 않는다. 근무 중엔 언제 환자가 나를 찾을까, 언제 전화가 올까 불안에 떨며 화장실조차 가지 못할 때가 많다. 간호사의 업무는 대체 몇 개여야 하는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우개선을 담은 간호법 제정은 간호사들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간호법을 거부했고 청년 간호사들은 회의감이 몰려왔다. 언제까지 간호사들은 ‘헌신’이라는 단어 아래 희생되어야 하는가?”

보건소에서 일하는 서동현 청년 간호사의 말이다.

대한간호협회(간호협회)가 출범 100년 만에 첫 단체행동에 나선 19일, 4만여 간호사가 서울 세종대로를 가득 메웠다.

지난 16일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국민의힘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총선기획단을 꾸려 이들을 심판하겠다고 선포했다.

▲ 대한간호협회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뉴시스

“윤석열, 간호사들 잘못 건드렸다”

세종로를 지나는 한 시민은 “윤석열 끝났다”, “(간호사들) 잘못 건드렸구먼”이란 말을 연거푸 쏟았다.

4만 간호사가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과 거부권을 제의한 보건복지부, 간호법을 대표 발의하고도 법안 제정을 반대한 국민의힘을 향한 분노를 뿜어내는 걸 보면서 했던 말이다.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사 업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적정 노동시간 확보 등 간호사 처우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간호법’ 제정안을 거부했다.

2021년 기준, 의료인 65만 명 가운데 간호사는 46만 명으로 70%에 달한다(의사 13만명, 치과의사 3만 3천명, 한의사 2만 7천명). 2022년 기준, 간호사는 48만 명으로 더 늘었다. 현재 간호인은 62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의사와 의료기관 중심인 ‘의료법’은 있어도 ‘간호법’은 없다.

ⓒ뉴시스

“간호법 제정 정당성은 차고 넘치는데, 대통령은 ‘공약집에 없으니 공약이 아니’라는 옹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복지부와 여당은 간호법 반대단체 거짓 주장을 근거로 거부권을 건의했다. 부당한 공권력 행사다.”

간호법은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 합의로 출발했다. 여야 모두가 대표발의했고, 국회법에 따라 무려 2년 동안 4차례 법안심사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심의·의결됐다.

특히 국민의힘은 간호법 제정을 여러 차례 약속했다. 2020년 4월10일 제21대 총선에서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정책협약, 2022년 3월2일 제20대 대선에서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과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정책협약이 있다. 또, 2022년 3월4일 대선캠프 홈페이지에서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윤석열 공약위키’가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간호법은 여야 3당 모두가 발의한 법안으로 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한 대로 정부가 조정안을 가져오면 국민의힘은 즉시 간호법 제정이 논의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고, “간호사분들의 헌신과 희생에 국민과 정부가 합당한 처우를 해주는 것이 바로 공정과 상식”이라고 말했다.

간호협회는 “국회 속기록부터 동영상까지 수많은 증거와 기록이 남아 있음에도 ‘공약집에 없으니 정식 공약이 아니’라는 건 옹색한 변명”이라고 규탄했다.

불법 의료 방조하더니… ‘악법’ 가짜프레임까지

보건복지부와 국민의힘은 ‘간호법이 의료체계를 붕괴한다’, ‘간호법이 다른 직역의 일자리를 침해한다’, ‘간호법은 의료인 간 협업을 저해한다’ 등의 이유로 법안 제정을 반대했다.

김영경 간호협회 회장은 “간호법에 다루고 있는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양성체계와 업무범위는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기 때문에 당정이 내세운 간호법 거부권 행사 이유는 모두 간호법 반대단체의 허위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당정은 ‘다른 나라에 간호법이 없다’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그러나 이도 가짜뉴스다. 간호협회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은 물론 대부분 나라에 의료법과 별도로 간호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각 국가의 보편적 건강 보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여당과 정부는 간호법이 위험한 법이자 분열만 일으키는 악법이라는 가짜프레임을 덧씌웠다”면서 “국민을 위한 국가 보건의료정책을 설계해야 할 여당과 정부가 명백한 사실관계를 조작해 5천만 국민과 62만 간호인을 우롱하고 농락했다”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장교로 21년간 복무한 김영희 중령은 “정부가 간호법 취지를 이해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의사 부족으로 간호사에 전가한 불법 의료 지시는 알면서도 묵인하더니, 업무영역을 명확히 하자는 간호법을 ‘국민 건강권 위반’이라 주장한다”면서 “불법 의료 방조자 정부는 국민 건강권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규탄했다.

ⓒ뉴시스

총선서 ‘배신의 정치, 파렴치 정치’ 심판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간호법은 다시 국회로 보내졌다. 그러나 간호협회는 “재의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투쟁의 고삐를 죄었다.

간호협회는 16개 시도 총선기획단을 꾸려 “약속을 뒤집는 배신의 정치, 진실을 감추는 파렴치 정치, 간호법 제정에 반대한 국회 정치인과 관료를 심판하겠다”고 결의했다.

▲62만 간호인은 다가올 총선투표에 참여해 간호법에 악법 프레임을 덧씌운 국회 정치인을 반드시 심판한다 ▲62만 간호인 모두 1인 1정당 가입에 동참한다 ▲올바른 간호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며, 합법적 정치후원에 적극 참여한다는 결의다.

이뿐만 아니라, 간호사에게 지시하는 불법 업무 즉, 대리처방, 대리수술, 대리기록, 채혈,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항암제 조제 등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한편,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을 벌여 보건복지부에 반납하고 장·차관을 고발할 계획이다.

간호협회는 이날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하겠다. 오늘 투쟁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을 향한 분노와 심판에 가세한 간호사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투쟁의 파고를 더욱 높여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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