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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서울서 ‘오염수 방류 저지’ 범국민대회…“정부가 나서 막아야”

국민의힘 향해 ‘노량진 먹방쇼’ 비판도…어민들 “생존권 위협” 호소

더불어민주당 및 민주당 지지 시민들이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범국민대회를 열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를 규탄하고 있다. 2023.07.01.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시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오염수 방류에 동조하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일본에 방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은 1일, 서울 중구 시청 인근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오염수 투기 관련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던 민주당이 서울에서 연 대규모 장외집회다. 앞서 민주당은 각 시도당에 이번 대회 의무 참석 대상을 공지하는 등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개회 시작과 함께 주최 측이 준비한 영상이 상영됐다.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보도에 이어 시찰단 관련 보도가 소개됐다. ‘명단조차 밝히지 않고 떠난 시찰단’이라는 자막이 뜨자 일부 참가자들은 “매국노”라고 외쳤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오염수에 대해 “마실 수 있다”고 한 발언 영상이 나오자 야유가 쏟아졌다.

마이크를 잡은 조정식 사무총장이 오염수 해양투기 대응 경과를 보고했다. 그는 “민주당은 국민들과 결집해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성을 지적하고, 윤석열 정권의 굴욕적인 대일 외교에 맞서 싸웠다”고 강조했다. 먼저, 전날 후쿠시마 오염수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을 성과로 내세웠다. 또한 지난 5월 발대식을 갖고 시작한 범국민 서명 운동에 이날까지 약 130만명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번 7월이 오염수 방류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다음주에 IAEA가 보고서를 발표하고,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투기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내에서는 국민의 안전을 외면하는 정부의 무능과 굴욕외교를 규탄하고, 오늘 범국민대회의 의지를 담아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을 향해 오염수 방류 저지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대표는 “국가 제1의 역할은 공동체를 수호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라는 영토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 바로 국가 안전 보장, 안보가 대통령과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자주독립 국가, 주권 국가”라며 “일본이 독도를 침탈하고 한국 바다를 오염시키려 하면 당당하게 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쓸데없는 괴담 소리 말고, 대한민국 주권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서 싸워라”고 외쳤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내팽겨치고 있다”며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윤석열 정권과 단호하게 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며 단식에 들어간 우원식·윤재갑 의원은 영상을 통해 목소리를 전했다. 우원식 의원은 “오염수가 10년, 20년. 30년 후 자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며 “오염수를 50년, 100년 언제까지 배출할지 알 수 없고, 돌이킬 수도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오염수로 우리 수산물이 오염될 일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게 확신하면 일본에서 쓰면 되지 왜 공공재인 태평양 바다 가운데 투기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영토수호를 위해 일본의 결정을 막는 건 국민 모두의 존엄한 명령”이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민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민국 영토와 바다를 더럽히는 오염수 방류는 안 된다고 천명하라”고 촉구했다.

윤재갑 의원은 “일본 의회조차 일본 정부에 이해와 합의 없는 오염수 해양 방출 중지에 관한 청원을 내는 마당에 정부와 여당은 오염수 방류 저지에 관심이 없고 생선회 먹방을 하고 있다”며 “2년 전 일본 핵 폐수 투기를 막자고 함께 결의한 국민의힘은 어디 가고 자민당 2중대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가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범국민대회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를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대회에 참석한 최고위원들은 특히 ‘릴레이 횟집 회식’을 진행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에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해 수조 속 물을 떠 마시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장 후쿠시마에 가서 핵 오염수를 마셔보고 가족들에게 권해라. 가족들에게 권할 자신이 있는가”라며 ‘후쿠시마 핵 오염수, 그렇게 깨끗하면 너나 마셔’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아직 방류도 안 했는데 노량진에서 먹방 쇼를 하고 있다”며 “만약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렇게 안전성을 검증하고 싶으면 후쿠시마에서 한달살이하며 세슘으로 먹방 해라”고 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 후쿠시마 오염수 청문회를 재차 요청했다. 당초 여야는 청문회 진행에 합의한 바 있으나, 국민의힘은 전날 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결의안을 단독으로 채택한 데 대해 반발하며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박 원내대표는 “청문회 개최에 합의했으나 지지부진하다”며 “청문회를 열어서 검증하고 위험성을 알리자”고 촉구했다. 이어 “어제도 유감스럽다. 여당도 함께 결의안에 힘을 모아 합의 처리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며 “반드시 청문회가 열리도록 여당과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수조 물을 마셨다. ⓒ뉴시스 (김영선 의원실 제공)

국제재판소 제소, 오염수 처리 비용 분담, IAEA 공개 토론 등 제안 나와

김영철 전국어민회총연맹 집행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어민들의 위기감을 전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우리 어민들은 괴담이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며 “투기가 시작되면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30~40대 부모들은 90%가 소비를 줄이고 먹지 않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바다 파도와 싸우며 잡은 생선의 소비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며 “피눈물 흘리며 생존권을 위협받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일본을 향해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한다”며 “오염수 해양투기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에는 일본을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요구했다.

위성곤 오염수대책특위 위원장은 오염수 처리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돈이 없으면 우리도 돈을 모아서 도와주겠다”며 “인류에 기여할 방안을 함께 고민 할테니 오염수 방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정부에 “굴종적인 저자세 외교를 버리고 당당하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오염수 저지를 강력히 촉구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 미래 대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기준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와 IAEA가 내세우는 국제안전기준은 농도기준”라며 “농도기준으로 핵폐기물을 투기하면, 묽게만 하면 문제가 없는 게 된다. 엄청난 선례가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1993년 러시아가 핵폐기물을 동해에 투기한 사건을 언급하며 “그런 사건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IAEA는 원자력의 폭력적 이용을 자행하고 있다”며 해제를 주장했다.

이 대표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오는 4~7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할 계획인 그로시 사무총장은 방한 일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회는 ‘파도타기 퍼포먼스’로 막을 내렸다. 배경음악으로는 이 대표 선거 유세곡이었던 유정석의 ‘질풍가도’가 울려 퍼졌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염수 방류 문제 외에도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에 대해 “전 정부를 반국가라고 비난하면 전 정부 지지 국민들은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는 말이냐”라고 지적했다.

경기침체 대응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대체 지금 나라가, 국가 권력이, 정치가 우리 국민에게 뭘 해주나”라며 “경제는 나빠지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취직하기 어렵고, 결혼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은 시장이 알아서 한다’, ‘떨어지다 보면, 바닥에 닿으면, 다시 올라간다’, ‘시장에 맡기자. 정부가 할 건 없다’고 하는 무책임한 국가가 아니라, 국민을 격려하고, 기회를 만들고, 함께 넘어가자고 힘을 주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표는 “민주당은 그런 나라를 꿈꿨으나 실패했다.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도 힘들다”며 “이제 우리가 행동해야 할 때가 왔다. 그냥 기다리다가 무너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말했듯,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담벼락에 소리라고 쳐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듯,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인사를 마친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2023.07.0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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