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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인정 기다리다 죽는 노동자, "암 걸려도 치료비 때문에 일해야"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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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0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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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4기 판정에도 일하러'

'피해 당사자 없는 역학조사'

'포스코 직원, 암 발병률 6배'

현재 포스코에서 산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직업성 암, 질병으로 산재 결과를 기다리는 노동자만 30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늑장 행정 처리로 산재 인정을 받기도 전에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어, 신속한 산재처리와 역학조사 단계에서의 노동자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8일 국회에서 열린 포스코 직업암 및 직업성질병 재발방지 대책마련 촉구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폐암 4기 진단에도 일터로 나가야 했던 노동자’

고 김태학 노동자는 지난해 폐암 4기 진단을 받았지만, 산재처리 지연으로 폐암 말기의 몸을 이끌고 일터에 나가야 했다. 32년 동안 포스코 현장에서 일하던 김태학 씨는 2021년 10월, 3명의 노동자와 함께 산재보험을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처리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마침내 1년 9개월 만에 김태학 씨의 산재처리가 인정됐다. 하지만, 15일 뒤인 20일 병세 악화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처리 지연이 김태학 씨의 병세를 더 악화시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산업재해를 당해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금속노조는 ‘김태학 노동자와 함께 산재를 신청했던 다른 노동자 2명도 아직 산재처리를 받지 못했고, 그중 한 노동자도 6월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또한, ‘김태학 씨와 함께 입사했던 정 씨도 폐암으로 2020년 11월 숨졌지만, 23년 7월에야 산재 인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83년 포스코에 입사해 21년 산재를 인정받은 노동자의 당시 업무상 질병판정서에는 ‘포스코 노동현장에서 석면, 비소, 니켈 화합물, 결정형 유리규산 등이 나올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이는 모두 발암물질로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당시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는 ‘신청인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암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었다고 판단되며, 유해물질 노출 수준이 발암에 충분한 양과 기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의당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 직장인에 비해 포스코 여성 직원은 중피연조직암 6.5배, 중추신경암 5.1배, 방광암 5배 등 9개 암 발병률이 높았다. 남성 직원의 경우에는 일반 직장인 보다 혈액암 2.7배, 피부암 1.5배, 신장암 1.4배 등 8개 암 발병률이 높았다.

8일 국회에서 열린 포스코 직업암 및 직업성질병 재발방지 대책마련 촉구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당사자 없는 역학조사’

논란이 계속되자 2021년 환경노동위는 포스코에 대해 산재청문회를 개최했다. 안전보건공단도 같은 해 4월, 대규모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위해 노동조합과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조사인력으로 참여시킬 것을 요구했지만, 노동부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또 역학조사를 실시한 지도 2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이강산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2007년 반도체 공장에서 숨진 고 황유미 씨의 시작으로 문제가 발생한 지 15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직업병 피해자들은 노동부의 무성의하고 불성실한 행정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산업재해 역학조사 과정에 노동자를 참여시켜 정확성을 높이고 역학조사와 다른 산재처리 과정에서의 지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산재처리 기간 지연 문제는 많은 재해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주고 있다”며 아래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연이은 노동자 폐암 사망에 대한 포스코의 사과 ▲노동 3권 보장과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활동 및 중대재해방지활동 적극 보장 ▲포스코 역학조사에 노동자 참여를 보장, 신속한 산재 처리를 위한 근본대책 마련 ▲고용노동부의 포스코 안전보건확보의무 조사 및 책임자 처벌

8일 국회에서 열린 포스코 직업암 및 직업성질병 재발방지 대책마련 촉구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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