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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결재 번복 이유 묻자, 장관 “변명 같겠지만“ 반복

수사단 초동조사 독립성 인정한 해군참모처장 답변과도 어긋난 장관의 답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8.21. ⓒ뉴스1


21일 해병대원 사망사건 논의를 위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어렵게 열렸으나, 항명죄로 몰리거나 몰렸던 박정훈 전 수사단장과 수사관들은 모두 나오지 못했다. 여당은 갖가지 핑계로 관계자 출석 합의를 거부했다.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만 출석해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국방부 장관의 일방적인 주장만 나오는 전체회의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장관의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으로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의구심은 더 짙어졌다.

 

 

 

주요 사건관계자 출석 없는 전체회의

김병주 민주당 의원 의사진행 발언

▷ 김병주 : 오늘 출석인원에 대해 심히 유감이다. 오늘 야당은 해병대사령관, 전 수사단장, 광역수사대장, 수사관들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해병대부사령관을 제외하고 일체 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것은 한쪽만 보는 것이다. 반쪽의 전체회의다. 8월 16일 전체회의 요구했는데도, 국민의힘과 정부는 오지도 않았고 그래서 파행됐다. 8월 18일 금요일 해병대에 가겠다고 했는데도, 거부했다. 국방부와 국민의힘은 뭐가 두려워서 이렇게 감추려고 하나?


앞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난 14일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16일 전체회의 개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여당은 당초 지난 7월에 합의했던 날짜는 8월 21일이었다며 이를 거부했다. 결국 야당 주도로 전체회의가 열렸으나, 여당은 국방위원장을 제외하고 모두 불참했다. 국방부와 해병대 관계자들도 모두 불참했다.
어렵게 이날 여야가 함께 개의하는 국방위 전체회의가 열렸으나, 이날도 지난 16일과 상황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 등이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사건 관계자들의 출석이 필요했지만, 여당은 야당의 사건관계자 출석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을지훈련 때문에 사건 관계자 출석은 안 된다는 핑계를 댔다. 수사단장과 수사관들은 “피의자”라며 야당의 출석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결과를 함께 검토했던 수사지도관 및 군검사 또한 출석하지 않았다.

주요 사건 관계자는 이종섭 장관이 거의 유일했다.

이런 이유로, 현안 질의는 이 장관의 입장을 듣는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 장관의 자신 없는 답변에 의혹만 더 키웠다.

 

 

 

국방부 장관이 반복한 말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사건 수사결과보고서에서 왜 서명했느냐’는 송옥주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 장관은 수사결과를 동의하고 인정할 수 있어서 서명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왜 다음 날 번복했느냐’는 질문에는 “결재할 때 확신이 있어서 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지난 7월 28일 해병대원 사망사고 수사결과를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한 뒤 서명 받고, 7월 30일 이종호 해병대 참모총장과 이종섭 장관에게 보고한 뒤 서명을 받았다. 이 서명은 논란의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에게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수사결과를 장관도 인정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장관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해당 수사결과 취지대로 언론 브리핑 등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다음 날 국가안보실에 보고된 직후 갑자기 결재한 수사결과를 번복했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

▷ 송옥주 : 그런데 장관은 결재하고 번복한 적이 많은가?
▶ 이종섭 : 그 결재할 때도, 뭐 확신이 있어서 한 것은 아니었지만...
▷ 송옥주 : 확신이 없는데 왜 장관이 결재하나?


이 장관은 이같이 해명하면서 “변명처럼 들리겠지만”이란 말을 반복했다.

또 번복한 이유를 설명하다가 신중하게 결재할 때가 있고, 신중하게 결재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다는 듯 말했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의원은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이렇게 자꾸 말씀하는데, 본인이 생각해도 변명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꼬집었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

▶ 이종섭 :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 송옥주 : 변명하는 것 아닌가?
▶ 이종섭 : 결재를 강조하니 답하겠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결재를 신중하게 판단할 때는 어떤 경우냐면, 실무자를 통해 올라와서 최종결재할 때는 굉장히 신중하게 고민한다.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

▷ 임병헌 : 장관이 외국 출장 계획도 있고, 보고가 워낙 많으니까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 이종섭 :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사실 그런 점이 있었다.


‘결재한 수사결과를 번복하거나 장관의 참모가 직접 전화해 재검토할 것을 회유하는 행위는 직권남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구체적으로 사건 관계자의 혐의를 넣거나 빼라고 지시하지 않았어도 재검토를 하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직권남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장관은 “직권남용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

▷ 김병주 :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본다. 법에도 군사경찰을 지휘하는 부대장은 수사의 공정성 확립을 위해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해병대에서 수사한 것을 장관이 재검토하라 또는 법무관리관이 혐의사실 없다 이렇게 가르치는 것 자체가 직권남용이다. 동급에서는 조언이 될 수 있지만, 군령태산인 장관이나 장관의 참모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리고 차관이 네 번이나 전화해서 회유하고, 이런 상황은 상식적이지 않다.
▶ 이종섭 : 군사경찰은 소속된 장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돼 있다. 직권남용과 전혀 별개다.
▷ 김병주 : 지휘감독이라는 것은 이걸 수사하라, 인원 부족하면 한다는 거고. 수사내용에 대한 간섭은 명백히 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직권남용이다.
▶ 이종섭 : 아니다. 재판은 완전 독립성이 보장되지만 수사는 ...
▷ 김병주 : 다시 한 번 법리적으로 논란되는 거니까 다시 따져보라. 내가 검토해 봤을 때 수사 독립성은 간섭하는 게 아니다. 장관에 대한 지휘 감독권은 있는데, 그것은 어느 조직에서 수사하라 부족하면 어느 부대가 지원하라 이런 거는 할 수 있는데, 수사 내용은 이래라 저래라 하면 명백한 직권남용이다.


하지만 이는 앞서 ‘해군참모총장이 1사단장의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낸 수사결과에 대해 왜 참모들과 논의를 안 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라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강동훈 해군참모차장이 답변한 것과 달랐다.

강 해군참모차장은 “수사권은 독립돼 있기에 그 점을 존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강동훈 해군참모차장

▷ 배진교 : 해병대 1사단장이라 함은, 해병대 사령관 입장에서는 목숨 걸고 함께 전쟁을 치러야 하는 그런 분이다. ... 혹시 해군참모총장이 이 문제 관련해서 참모차장이나 해군 간부들과 논의한 적 있나?
▶ 강동훈 : 없다.
▷ 배진교 : 왜 없었다고 생각하나?
▶ 강동훈 : 제가 판단하건데, 이 문제 관련해서는 해병대 수사권 수사 관련해서 독립이 돼 있기 때문에, 그 점을 존중한 거로 판단한다.


한편, 이날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과 이 장관은 수사결과를 번복해서 당초 해병대 수사단이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던 8명 중 6명의 혐의를 지우고 경찰에 이첩해도 경찰수사에 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번복하기 전 수사결과처럼 사건 관계자 8명 모두에게 혐의를 적용하면 경찰수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반대로 8명에게 혐의를 적용했던 수사결과를 번복하여 논란의 1사단장 등을 제외했다면 1사단장 등은 제외하라는 모종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도, 이 장관은 이 같은 가능성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 질답

▷ 임병헌 : 국방부가 굳이 이첩보류를 지시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이종섭 : 법리검토가 정확히 안 되고 그대로 8명 전부 범죄 혐의자로 이첩됐을 경우, 경찰에서 잘못된 영향을 주기에, 그래서 재검토한 결과가 나온 것이고, 그걸 이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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