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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영방송 이사회 뒤집어 사장 교체하고 콘텐츠 통제할 수 있는 터 닦아"

  •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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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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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신문 솎아보기]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으로 ‘공영방송’ 물갈이…지적한 신문 일부 그쳐

      일본 오염수 이르면 24일 방출

      아사히신문 통계 두고 “日 내 여론 나아졌다”는 동아…한국·경향 “여론 악화”

      방송통신위원회가 21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의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을 시작으로 KBS와 MBC, EBS 이사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공영방송 이사진과 방송 공정성 기구의 책임자들이 줄줄이 갈리게 된 셈이다. 22일 이 같은 맥락에 주목한 신문은 일부에 그쳤다.

    일본 정부가 이르면 24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바다 방출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아침신문은 일본 정부 입장을 그대로 보도한 곳과 이에 대한 검증이나 반론을 실은 곳으로 갈렸다.

    ▲22일 경향신문

    ▲22일 아침신문 1면

     

    ‘공영방송’ 물갈이 뒤 활동 종료한 5기 방통위

    방통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MBC와 관계사 경영 및 MBC 사장 선임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소홀 등의 이유를 들어 권 이사장을 해임했다. 해임 절차는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의 임기 종료를 이틀 앞두고 강행됐다.

    방통위는 또 지난 14일 남영진 KBS 이사장을 해임해 공석이 된 상임이사 자리에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한겨레는 황 교수를 두고 “이명박 정부 시절 여권 추천으로 KBS 이사를 지냈고 이번에 이사장으로 호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 교수는 최근까지 더불어민주당의 방송법 개정안을 공개 반대해왔다”고 했다.

    이로써 5기 방통위는 지난 5월30일 윤 대통령이 한상혁 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한 뒤 두 달여 만에 공영방송인 KBS와 MBC, EBS 이사장과 이사 4명 해임, 새 이사 3명 임명(제청)을 강행하고 23일 활동을 종료하게 됐다.

    경향신문은 방통위가 월요일 위원 간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뒤 수요일 전체회의를 여는 관례를 깨고 2주 연속 월요일에 전체회의를 열어 안건을 처리했다고 했다.

    ▲22일 한겨레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윤 정부 입맛대로…물갈이된 공영방송>에서 “조만간 MBC와 KBS 이사진은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로 바뀐다”며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하고 개편된 이사진이 MBC와 KBS 사장 교체를 실행하면 정부의 ‘방송 장악’은 완성된다”고 했다.

    ▲22일 경향신문

    ▲22일 서울신문

    KBS 이사회는 황근 교수가 임명되면 여당 측 6명, 야당 측 5명 등 11명으로 구성된다. 방문진은 기존엔 6대 3으로 야당이 우세했지만 이날 권 이사장 해임에 이어 김기중 방문진 이사 해임청문도 다음달 11일 예고돼 있다.

    김현 상임위원은 전체회의에 불참하고 입장문을 내 “김 직무대행은 방문진 이사장 해임 절차를 시작할 때 위원회 의결 사항임에도 위원장 전결 사항이라며 보고와 논의 없이 군사작전 펼치듯 처리했다”며 “법과 절차를 무시한 공영방송 이사의 해임은 무효”라고 했다. 권 이사장은 서울 마포구 MBC 사옥 앞에서 방통위의 해임 처분에 집행정지와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또 방송·통신 내용을 심의·규제하는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에 대한 한 달간의 강도 높은 회계검사를 벌였고, 윤석열 대통령은 위원장과 부위원장 해촉안을 재가했다. 한겨레는 이를 두고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를 밑동부터 흔드는 한편, 이사회 여야 구도를 뒤집어 사장들을 교체하고 방송 재허가권을 무기로 보도 등 콘텐츠를 통제할 수 있는 터를 닦은 셈”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가 인사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 뒤 방통위와 공영방송 이사회의 구도를 여권 다수로 바꿔 공영방송 사장들의 교체를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현직 공영방송 이사들과 언론·시민사회 단체들은 이날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한겨레는 “한국방송·방문진(MBC)·교육방송(EBS) 전·현직 이사 31명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이사들의 해임은 위법의 연속이라며 △법적 근거와 절차를 무시한 공영방송 이사들 해임 중단·취소 △한국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 철회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임명 포기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KBS ‘사장 교체’ 임박…방송 ‘민영화’로 공영체제 허무나>에서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전망을 내다봤다. “공영방송 사장 교체 등으로 ‘방송 장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민영화’로 공영방송 체제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했다. 이달 말 전후로 김의철 KBS 사장 해임안을 KBS 이사회에 제출할 것으로 전망되며 안형준 MBC 사장은 CJENM 내부 감사 방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점을 두고서다.

    ▲22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사장이 ‘친여 성향’ 인사로 바뀌면 바로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장기적으로 공영방송 체제를 해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이동관 후보자가 지난 18일 국회 청문회에서 “자유로운 정보 소통을 위해서는 공영방송은 최소화하고, 경쟁체제 속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게 올바르다”고 말한 점을 언급했다.

    한겨레는 사설 <‘내 편’ 아닌 공영방송 이사진 모두 해임, 이다음은 뭔가>에서 “임기가 남은 공영방송 이사진 및 방송 공정성 기구의 책임자들이 줄줄이 쫓겨났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들만 골라 찍어낸 것”이라며 “해임 사유도 납득 안 되고, 절차도 무시했다. ‘총선 전 방송 장악’에 눈이 멀어 누가 뭐라 하든 전혀 개의치 않는 막무가내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영방송 이사를 해임한 경우에도 대법원에서 ‘부당한 해임’이란 판결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번엔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8일 인사청문회에서 ‘(한국방송 등의) 정파적 보도를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그런 시스템을 먼저 교정’하겠다는 등 정권 편향적 방송 만들기 의도를 노골화했다”며 “아무리 ‘친정부 관제 방송’을 만든다 한들 여론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독재적 행태는 국민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했다.

    ▲22일 한겨레 사설

    그밖의 신문들은 권 이사장 해임 의결 소식을 단건으로 전하면서 방문진과 KBS 이사회 구도가 여권 우위로 조만간 바뀐다고 덧붙였다.

    ▲22일 동아일보

    ▲22일 중앙일보

     

    이르면 24일 오염수 방류... 어민 반대에도 강행

    일본 정부가 이르면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를 개시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NHK가 21일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이 소식을 1면에 배치했다.

    신문들에 따르면 NHK는 “기시다 총리가 해양 방류 계획에 관해 어업인의 이해가 일정 정도 진행되고 있다며 24일 이후 가능한 한 빨리 방류를 시작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22일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오염수 방출 일정을 결정한다.

    ▲22일 한국일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결정을 하루 앞둔 이날 어민단체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대표와 만나 방출 의지를 재차 밝혔다. “앞으로 수십년에 걸쳐서라도 어업인들이 안심하고 생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필요한 대책을 취할 것을 모든 책임을 지고 약속한다”묘 “처리수 처분에 대한 정부 방침을 이해해주길 다시 한번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동일본 대지진 4년 뒤인 2015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현 어민들에게 ‘(어민 등)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오염수를) 처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빈말이 됐다”고 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일본 정부는 기시다 총리 면담을 통해 어민들이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일본 내 여론은 악화하는 추세”라며 교도통신이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오염수 방류로 인해 풍평 피해가 일어날 것’이라는 견해가 88.1%에 달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 매체가 지난달 14~16일 진행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7.4%가 풍평 피해를 우려한 바 있다. 일본 정부의 홍보전에도 한 달 사이 여론이 더 악화된 것이다. 한국일보도 같은 조사에서 “정부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81%에 달했다고 전했다.

    ▲22일 동아일보

    ▲22일 서울신문

    ▲22일 경향신문

    그러나 동아일보는 “일본에서 오염수 찬성 여론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했다. “21일 일본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53%가 오염수 방류에 ‘찬성’, 41%가 ‘반대’했다”며 “다만 ‘일본 정부의 소문 피해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은 75%에 달했다”고 했다.

    아사히신문의 같은 통계를 두고 세계일보는 우려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IAEA는 오염수 방류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양국 국민 사이에 안전성 우려는 사라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가 41%로 집계될 정도다. 일본 국민도 설득하지 못하는데 한국민은 오죽할까”라고 했다.

    ▲22일 세계일보

    한편 세계일보 주장과 달리 IAEA 보고서 자체를 방출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IAEA가 근본적으로 핵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고 확산’하는 기관으로 기존에도 해양투기를 권고했고, 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검증 의뢰 전에 오염수 방출을 결정했다는 이유로 기본적 안전 원칙인 ‘정당화’(방출의 득이 실보다 커야 한다)에 관해 평가하지 않았으며, ALPS 성능 검증도 없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일본 측은 오염수 삼중수소 농도와 같이 방류 안전 관련 정보를 도쿄전력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실시간 공개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고도 했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과거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노심 용융을 5년 간 숨겼고, 2019년과 2021년에는 다핵종저감설비(ALPS·알프스)의 흡착 필터 파손을 숨긴 사실이 밝혀지는 등 근본 신뢰 문제가 제기돼왔다.

    경향신문은 20일 조현철 신부·서강대 교수 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과학은 폭력이 되고>에서 이 사실을 지적했다.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일본 정부는 원전 폭발 사고 직후 노심이 녹은 사실을 한참 후에 발표하고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초기 가동 때 고장이 빈발했던 사실을 숨긴 적이 있다”고 더붙였다. 그러면서도 오염수 방출 자체에는 “일본 정부는 약속대로 방류 계획을 이행하고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이를 철저히 검증·감시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의 수산물 수입금지 해제 요구에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수입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어민단체 전어련의 사카모토 회장은 “오염수 방류의 과학적 안전성에 대해서는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면서도 “방류를 반대한다는 방침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전어련이 정부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사카모토 회장은 ‘정부가 어민과의 약속을 깨뜨린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깨뜨린 것도, 지켜진 것도 아닌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을 고려한 발언”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후쿠시마현에선 적극적인 피해 대책을 내놓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며 “후쿠시마대 교수들이 주도하고 지역 농림축산업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참여하는 후쿠시마원탁회의는 21일 ‘올여름 방류를 일단 철회하라’는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고 했다. 이들은 “원전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본 현지인들의 의견이 방류 결정 과정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 한겨레

    한겨레는 6면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해도 우리나라에 위험하지 않다’는 취지를 담은 정부의 유튜브 홍보 영상 제작을 대통령실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4분25초) 영상 제작비 3800만원이 대통령실 예산으로 집행됐다고 했다. 기존엔 문화체육관광부가 정책 홍보 차원에서 10억 원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실제로는 대통령실이 직접 영상을 제작하고 문체부는 송출에만 관여했다는 것이다.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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