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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속았던 이스라엘발 가짜뉴스 3가지

  • 정강산 기자
  •  
  •  승인 2023.10.1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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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18일(현지시각)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잔해 속 생존자를 찾고 있다. ©뉴시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인종청소가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대량 양산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자국 학살을 덮기 위한 이스라엘 정보 당국과 서방 언론들의 합작으로 밝혀졌다.

더불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참극이 세계로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공습 시작부터 네트워크 설비와 주요 통신망을 폭격하고 전력 공급을 중단하여 가자지구 상당 지역을 사실상의 블랙박스 상태로 만들었다. 정보전에서도 비대칭적인 힘의 우위를 관철한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가자지구를 둘러싼 가짜뉴스를 정리한다.

 

1. 알 아흘리 침례 병원 폭격이 지하드 소행?

가자지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17일 오후 7시 20분 경 가자지구의 알 아흘리(Al-Ahli) 침례 병원에 가해진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환자와 난민 최소 500여 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즉시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팔레스타인 무장정파) 로켓의 오발로 인한 것이라 발표했다. 바이든 역시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하여 “미군 데이터에 따라 폭발 원인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로켓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이스라엘 발표를 지지했다.

그러나 네타냐후의 디지털 보좌관 하나냐 나프탈리는 병원 폭격 직후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 공군이 가자지구 한 병원 내부의 하마스 테러리스트 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가 급히 게시물을 삭제한 바 있다.

나프탈리 보좌관이 게시물을 삭제하자마자 이스라엘군은 지하드에 책임을 돌리는 게시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은 로켓이 발사되는 영상자료와 함께 “작전 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적의 로켓 포격이 이스라엘을 향해 수행되었으나, 피격 당시 병원 부근을 지났다”며 지하드 오발론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조작된 것이었다.

폭격이 발생한 시간은 오후 7시 20분이었는데, 이스라엘군이 첨부한 영상은 8시에 촬영된 것이었기 때문.

이에 뉴욕타임스의 시각 조사팀 애릭 톨러 기자는 영상의 정확성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이스라엘군은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영상을 삭제했다.

결국 모든 정황이 이스라엘군의 고의적인 병원 폭격을 시사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알 아흘리 침례 병원은 첫 번째 민간 표적도 아니었다. 이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주거용 건물을 비롯, 은행과 모스크, 대학에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해왔다.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도 앞서 공습을 받아 최소 6명이 사망한 바 있다.

 

2. 하마스가 영유아 참수?

10일 이스라엘 i24 방송사는 이스라엘 군인의 발언에 기대어 아기들의 머리가 참수된 채 발견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근거하여 이스라엘 총리 대변인은 11일 한 인터뷰에서 “참수된 희생자 일부가 어린아이였다”고 말했고, 바이든 역시 같은 날 공식 석상에서 “테러리스트가 어린아이를 참수하는 사진을 확인하게 될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국내 모든 언론이 앞다퉈 하마스의 영유아 참수를 기정사실로 보도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이 사진의 존재 여부를 묻자, 백악관 대변인은 “이스라엘 총리의 말을 옮긴 것일 뿐, 사실 하마스의 영유아 살해를 확인한 보고를 받지는 못했다”고 털어놨다.

관련하여 최초 보도를 했던 이스라엘 i24 방송사와 같은 현장을 둘러본 기자들도 참수를 확인한 바 없다고 말했다. 오렌 지브(Oren Ziv) 기자는 최초 보도 현장을 살핀 뒤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취재하는 동안 우리는 이와 관련된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고, 군 대변인이나 지휘관 역시 그런 사건에 대해 언급한 바 없다.”

 

3. 하마스가 테러조직이다?

10월 7일 하마스의 반격 직후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는 IS이고, 우리는 현대 세계가 IS에 맞서 승리했듯 그들(하마스)에 맞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호응하며 바이든은 “하마스는 순수 악”이라며 “하마스의 잔임함, 피에 대한 갈증은 IS에 의한 최악의 만행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군사 점령에 대한 저항이 국제법상 합법이라는 사실을 무시한 발언이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밖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테러를 가한 적이 없다.

무엇보다 이들은 2006년의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하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집권한 공식 정당이다. 오히려 당시 국제 감시단이 총선 투표에 대해 “자유롭고 공정하다”고 인정했음에도 불구,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는 경향은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 결과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복에서부터 연원하는 유구한 전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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