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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외부환경 때문에 민생 어려워…주요국 대비 선방”

기재위 국감서 안일한 상황 인식 드러내…“방만하게 빚 늘릴 수 없다” 긴축재정 고수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9. ⓒ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 불황 원인으로 ‘대외환경’을 지목했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경제수장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반등이 미진한 경제 상황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4%에 그친다고 언급하면서 “서민들의 경제 상황을 반영해서 보면 참담한 성적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상승률, 기업 파산과 개인 회생 신청 건수, 가계와 중소기업 연체율 등을 제시했다. 같은 당 강준현 의원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통계 관측 70년 중 여섯 번째 낙제점을 받았다”면서 “30년 저성장 국가였던 일본에 역전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짚었다.

추 부총리의 첫 대답은 “경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였다. ‘책임’을 말했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의 원인은 외부로 돌렸다. 추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에 몇 개월이 지나면서 세계 경제가 굉장히 어려웠다”며 “세계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또 외부 탓, 전 정부 탓 하느냐’ 이런 말씀들을 주시는데, 객관적인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민생이 어려운 것”이라며 “기업들도 어렵고 그래서 세금도 많이 못 내는 상황이 지금 꼬여 있다”고도 했다.

이어지는 추 부총리의 발언에서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는 것이고, 물가는 그들 국가보다 훨씬 낮은 상태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물가 수준이 높아 민생이 어렵다”면서도 “주요 선진국 물가가 안정됐다고 해도 아직 (물가상승률이) 5~6%인데, 우리는 2%대로 갔다가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다시 3%대로 간 것이다. 상대적으로 보면 물가도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라고 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부총리는 대외환경을 말했는데, 올해 주요국 성장률 전망이 상향될 때도 우리만 꾸준히 하락했다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가 언제부터 주요 선진국과 동일 선상에서 성장률을 비교했느냐”며 “2000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외하면 우리보다 성장률이 높은 주요 선진국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일 잘나간다’며 자기 위로를 해 버리면 제대로 대책도 세울 수 없을 뿐 아니라 듣는 국민도 황당하다”고 했다.

정부가 줄곤 ‘상저하고’를 주장하면서 상황을 낙관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하반기에는 경기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최근 통계인 지난달까지도 ‘불황형 흑자’가 이어졌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4.4% 감소했고, 수입은 16.5% 쪼그라들었다.

홍 의원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한 얘기는 상저하고밖에 없다”며 적극적인 경제 대책이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부총리는 최근 10월 수출 플러스를 전망했는데, 하반기 시작이 10월이냐”고 꼬집었다.

‘좋아지고 있다’는 게 추 부총리 얘기다. 그는 “올해 상반기 경제는 0.9% 성장했는데, 하반기는 현재 상태로 보면 상반기의 약 2배 정도 성장할 걸로 본다”며 “3분기, 4분기로 갈수록 경제는 점점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소극적인 재정운용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 의원은 ‘전 정부의 400조 빚은 납세자에 대한 사기 행위이자 미래세대 착취’라고 한 윤 대통령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대통령이 재정의 역할을 부정하고 전 정부를 부정하는 데만 집착하면서 경제 위험신호를 외면하고 있다. 극히 잘못된 국가재정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1%로 대폭 하향했는데, 그 이유가 세수 결손에 따른 정부 지출 축소”라고 짚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을 보이지 않아 염려된다”며 “일본 경우도 불황이 장기화한 원인을 꼽을 때 확장재정을 해야 할 때 안 했다는 점이 꼽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무조건 확장재정을 하자는 게 아니라, 이럴 때일수록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미래를 선도할 분야에는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도 “경제가 어려워서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부의 고위 경제 관료들과 대통령실이 경제적으로 낙관론을 펴면 절망적”이라면서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기재부가 적극적인 경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추 부총리는 긴축재정 기조를 꺾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쓸 곳에는 쓰지만, 방만하게 빚을 자꾸 늘리는 건 책임 있는 재정 당국 경제부처의 수장으로서 그런 재정 운용을 할 수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부총리로 취임할 때 ‘전 정부에서 무슨 장부를 물려줬든지 간에 그 나쁜 장부를 기초로 한 경제성과는 제가 책임을 진다’고 선언했다”면서 “재정의 운용에 관한 평가는 오롯이 제가 받을 것이다. 그게 제 몫이고 소신”이라고 말했다.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 59조원 이상의 오차가 발생한 데 대해서는 “송구스럽다”고 사과하면서 “민간 전문가와 협업을 확대하고 IMF와 OECD 등 국제기구 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등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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