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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한동훈, ‘김건희 성역화’ 끊어내고 갈까? 금주 메시지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에 앞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환담하고 있다. 2024.01.29.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4월 총선 핵심 이슈인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에 관해 이번 주에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인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4일 KBS와 신년 대담 녹화를 진행했고, 이 촬영분은 편집을 거쳐 오는 7일 방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같은 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중후반 ‘김건희 명품가방’을 매개로 한 차례 충돌한 뒤 충남 서천 화재 피해 현장에서 만나 화해 그림을 연출하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 회동을 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봉합 수순을 밟아왔으나, 갈등의 도화선이 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등 ‘김건희 리스크’에 관해 대외적으로 발신할 메시지를 어떻게 조율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이 이번 주에 현안 전반과 관련한 질문을 받는 자리가 예견돼 있는 만큼, 그때 나오게 될 ‘김건희 리스크’ 관련 메시지는 이후 총선 정국에서도 여권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물론, 명품가방 수수 사건 등 대부분의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한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역시 해당 사안과 관련한 의혹이 해소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기현 대표 체제 이후 사실상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들어선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는 총선 돌파라는 과제를 떠안은 채 출범했다. 한 위원장 체제가 들어서기 전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됐고, 김 여사가 통일운동가 목사로부터 디오르 명품가방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김 여사 비위와 관련한 리스크를 털고 가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발탁한 김경율 비대위원과 이수정 교수가 명품가방 수수 건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고, 뒤이어 한 위원장 역시 “아쉬운 점이 있었고,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두 사람의 견해에 공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한 위원장이 마포을 지역구 도전장을 던진 김경율 비대위원을 지지한다는 공개 발언을 하는 실수를 해 사천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한 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발 압력이 가해졌다. 한 위원장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퇴 요구가 있었다고 직접 공개하고 사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충돌이 표면화됐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사퇴해야 갈등이 봉합된다는 식의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문제는 ‘김건희 명품가방’이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서천 만남 이후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가방과 관련한 질문에 다소 절제된 답변을 해왔고,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도 수그러들었다. 다만 그 이후에도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가방 관련 질문에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했다”고 한 것은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봉합인 듯 아닌 듯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다가 지난달 29일 용산에서 윤 대통령과의 오찬 이후 한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더 말씀드릴 게 없다”고 하거나 답변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이수정 교수는 같은 달 30일 “덫에 빠진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무조건 주장하는 건 당사자 입장에서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에 동의한다”며 180도 달라진 태도를 취했고, 김경율 비대위원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두둔하는 발언을 내놓다가 급기야 4일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모두가 ‘김건희’ 앞에서 무릎 꿇은 모양새다. 대중들은 여권 내부에서 ‘김건희 성역화’가 매우 공고해져있다는 현실을 거듭 확인했다.

이번 주 중에 방송될 것으로 전해진 윤 대통령의 KBS 대담에서 김 여사 명품가방 관련 메시지는 결국 사전 조율된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형태로 나올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공방은 전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윤 대통령의 일방적 메시지가 대중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의 관훈토론회 메시지 내용 및 수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 충돌 이후의 흐름과 여권 내에서 흘러나오는 김 여사 관련 메시지들에 비춰볼 때, 윤 대통령이 밝힐 메시지 수위는 김 여사의 잘못을 전적으로 인정하면서 사과 메시지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이른바 ‘몰카 공작’과 ‘김건희 피해자론’을 부각하면서 명품가방을 수수했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희석시키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으로선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사과를 할 경우 ‘뇌물’ 프레임에 갇혀 사후 처분 의혹, 책임 소재, 수사 필요성 등에 관한 야권의 공세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여론 추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을 향해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4일 “사전에 각본을 짜고 사후 편집이 가능한 녹화 대담은 ‘재갈 물린 방송’을 앞세워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김 여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라. 윤 대통령이 만약 정부 여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국민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전날 대구 칠성시장 상인회 사무실에서 “김건희 여사의 여러 의혹에 대한 소명이고 해명이 있다고 한다면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 이뤄졌으면 한다. 윤 대통령이 아무리 강한 어조로 하신다고 하더라도 대리사과 또는 대리유감 표명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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