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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남 닥터’ 강청희가 짚은 의대 증원 진짜 문제점...“의협, 비겁하다” 쓴소리 이유는

의협 상근부회장 출신이 제안하는 의정갈등 해결책...“무모한 힘겨루기, 파업으로는 국민에게 버림받아”

더불어민주당 강청희 서울 강남구을 후보가 4일 강남 개포동 선거사무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3.04. ⓒ민중의소리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인 험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을에 전략공천된 강청희(60) 국회의원 후보는 총선 출마자 이전에 현직 의사다. ‘기피 진료과’로 유명한 흉부외과 전문의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 교수와 대한의사협회(의협) 상근부회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말, “윤석열 정부의 의료정책 후퇴에 맞서 공공·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포부를 지닌 강 후보를 5호 인재로 영입한 이재명 대표는 그에게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큰 역할”을 당부했다.

강 후보는 최근 의사와 정부의 정면충돌을 위태롭게 바라본다.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의 집단 사직 보름째인 5일, 정부는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7천여 명에 대해 행정처분 절차를 시작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현직 외과 교수의 첫 사직서 제출 사례가 나왔고, 일부 교수는 삭발식을 했다. 전공의의 빈자리가 여전한 상황에서 전임의 이탈마저 현실화했고, 신규 인턴 예정자의 임용 포기도 속출하고 있다.

무턱대고 의대 정원 2천 명을 증원하겠다고 밀어붙이면서 이에 반발해 사직, 업무 거부 등을 하는 전공의를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단 의사 수부터 늘리자’는 정부에 배출 후 의사를 활용할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없다. 붕괴하는 필수·지역·공공의료를 살릴 청사진 역시 부재한다.

그렇다고 몸담았던 의사단체의 손을 들기는 힘들다고 강 후보는 밝혔다. 그는 의료계에서 기성세대로 분류되는 의협의 오늘날 투쟁방식을 “비겁하다”고 평가했다. 전공의 집단을 의료계 내 ‘상대적 약자 계층’으로 꼽은 강 후보는 교육생이면서 노동자인 전공의를 선봉에 세우고, 이들을 의료계 저항 수단으로 활용하는 의협에 쓴소리했다.

강 후보는 의정 갈등의 ‘중재자’를 자처한다. 4일, 서울 강남 개포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한 강 후보는 “중재안을 만들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기,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청희 서울 강남구을 후보가 4일 강남 개포동 선거사무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3.04. ⓒ민중의소리
부작용 예견되는 정부의 ‘무책임’ 증원, 현장 혼란 유도
“증원 인력 배분 설계 안 돼…국민 혜택으로도 다가오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의 말대로 “지금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10년 뒤에야 의사들이 늘어난다.” 그래서 정부는 2천 명 증원을 밀어붙인다. 현재 의대 정원이 3천58명인데, 당장 2025학년도 대입부터 정원의 65%를 늘려 전국 40개 의대에서 5천58명의 신입생을 뽑겠다는 것이다.

이에 강 후보는 “의사 인력 문제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배분도 중요하다. 공공의료 인력, 필수의료 인력 등을 보충하는 게 가장 급선무인데, 정부 발표에는 그런 부분이 설계돼 있지 않다. 이 상태에서 2천 명만 고집하다 보니, 이 인원이 배출돼서 ‘과연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한 목적이 불분명하다. 2천 명을 고집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한 번 늘리면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가까이는 증원한 정원을 수용할 수 있는 의대 교육 시설 문제를 포함해 의대생의 졸업 후 일자리 문제, 의사 증원에 수반되는 전체적인 ‘보건 의료 인력’ 계획의 부재 등을 지적했다.

증원 인력 배분의 관점에서 강 후보는 “의사 사이에서도 과별 편중 문제가 있고, 환자의 지역 편중 문제도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수준에 격차가 벌어지는 일종의 ‘건강 불평등’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에 편중과 분배의 문제를 잘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의료 정책을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들이 잘 택하지 않는 과에 대해서는 대우가 좋아져야 하고, 그 유인책은 건강보험 재정만으로는 할 수 없다. 특별 기금화 등 재정을 부담하는 쪽에 정부의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강 후보는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면서 예산 투자 없이 국민건강보험 재정만 10조 원 끌어 쓰겠다는 정부 발상에도 의문을 표했다. 의료 균형발전을 위해 거점 공공병원 확충, 국립대학병원 역할 강화 등 지역의료 시설에 대한 국가의 “과감한 투자”를 요청했다. 강 후보는 “각 지역의 환자들이 믿음을 갖고 가까이 있는 병원을 찾도록 하지 않으면 신뢰가 떨어져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환자는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돌봄, 공공의료 지원에 대한 정부 역할 또한 촉구하며 “공공병원이 수익성이 없다고 매도하고, 예산을 축소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면 의사를 많이 뽑아 어디에 쓸 건가. 공공의료 종사 인력이 없으면 결국 의사가 많아지는 게 국민의 혜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 후보는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 날을 세웠다. “2천 명 증원으로 의사 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부는 당사자들과 사회적 합의 과정도 없이, 설득 없이 거의 협박식이다. 압수수색하고, 구속하고, 면허 박탈한다면서 폭압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데, 의사들도 자기 분야의 업을 제일 잘 아는 전문직인데 이렇게 굳이 죄인 취급해 강제로 밀어붙여 하는 게 맞나.”

강 후보는 “정부는 의협과 28차례 만났다고 하는데, 내용을 쭉 보니 의대 증원 얘기한 건 몇 번 안 되고, 2천 명 숫자가 나온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 유연성을 요청하며 증원 의제를 테이블에 올리고, 집단 간 의견이 오가는 단계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0년 뒤 의사 2천 명 나온다고 당장 전공의 7천 명을 면허 정지 처분으로 날릴 건가. 지금 있는 인력부터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당장 필요한 정책부터 고민하고 답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4.03.03. ⓒ뉴스1

교육생이자 노동자 전공의 설움, 병원은 ’값싼 노동력’으로 치부
‘전공의 선배’ 의협에 쓴소리…“시민사회와도 소통해야”


집단 사직서 제출로 정부 정책에 저항한 전공의들을 강 후보는 “의료계의 상대적 약자 계층”, “인권 사각지대”로 표현했다. “전공의는 직업적으로 의사는 맞는데, 전공과목을 수련하기 위해 교육생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노동자와 교육생의 신분이 섞여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도 못 지키고, 항상 병원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의대 졸업 뒤 수련병원에서 인턴으로 1년, 진료과목을 정한 레지던트로 3~4년 수련하는 의사를 통칭한다. 이후 단계인 전임의(펠로우)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대형병원에서 세부 전공과목 등을 연구하며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를 이른다. 수련을 명목으로 야근과 과로,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가 당연시된 전공의의 처우 개선은 해묵은 숙제다.

강 후보는 의협 상근부회장이던 지난 2015년, ‘전공의 특별법(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의 국회 통과에 앞장섰다. 주당 100시간이 넘는 전공의의 살인적인 근무시간을 최대 88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법 제정에도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현장에서는 전공의의 노동시간과 수련시간이 뒤섞여 계산되는 실정이고, 결국 전공의는 “마음대로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의 위치에서 오래도록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는 자기 수련 목적으로 교육받는 신분이 강하게 작용한다. 때문에 전공의가 없어도 전문의들로 충분히 인력이 커버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저수가 체계 원인으로 병원 경영 문제가 있으니 ‘값싼 노동력’으로 전공의에 많은 일을 시키며 커버하고 있다. 전공의 월급도 그렇게 높지 않다. 이들을 활용해 응급실, 중환자실을 커버한다. 그 인력이 빠져나가니 이제 구멍이 생기는 거다. 앞으로 병원 체계, 진료 체계에서 개선할 점이 많다.”

이의 연장선에서 강 후보는 전공의의 선배 격인 의협에 일침을 가했다. 강 후보는 “의협은 원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협상하고 대화하기 위해 있는 조직인데, 지금 선배들은 다 뒤에 서 있고 교육생 신분을 가지고 있는 전공의들을 활용해 저항하고 있다. 앞서도 그랬고, 항상 투쟁의 선봉에 전공의를 세우는데, 굉장히 비겁하다”며 “기성세대가 해결할 건 기성세대가 하고, 전공의는 공부만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선배 의사들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필수 전 의협 회장은 지난달 6일 사퇴했다. 표면적 이유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대한 유감 차원이었지만, 정부와 가장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할 책임자가 돌연 자리를 비우며 의협은 부랴부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강 후보는 “회장이 임기를 한 달여 남기고 관두는 건 이해할 수 없다. 28차례 의정 협상의 주체로서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의사 집단을 향한 대중의 비판적인 시선을 돌이켜볼 지점으로 언급했다. 강 후보는 “국민들이 의사 계층을 엄청 미워한다. 의사를 혼내고, 압박하고, 두들기니 정부의 지지율이 올라간다”며 “의사들은 그동안 시민사회와 전혀 소통 없이 살았다. 특권 계급이라는 인식을 심도록 스스로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청희 서울 강남구을 후보가 4일 강남 개포동 선거사무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3.04. ⓒ민중의소리

점진적 증원으로 협상 물꼬 터야...전공의 현장 복귀 당부

강 후보는 선배 의사들, 의대 교수들에게 ‘점진적 증원’을 의제로 정부와 협상의 물꼬를 틀 것과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적정한 선에서 증원이 필요하면 해야 한다. 선배 의사들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특히 의협에 “정부와 힘겨루기만 하지 말고, 전문성을 근거로 더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모한 파업으로는 싸움에서 패하고, 국민에게 버림받게 된다. 현명한 대처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의정 갈등 해결에 있어 정치권의 역할도 요청했다. 민주당은 당내 대책기구를 만들어 운영 중이고, 이재명 대표는 여야·정부·의료계를 포괄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강 후보는 “갈등이 길어질수록 의료계, 정부 모두 욕먹는다. 정말 피해 보는 쪽은 국민”이라며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도록 정당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저도 역할을 할 수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는 “정부 편만 들 것이 아니라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의사 집단 90% 이상의 집결 표가 윤석열 정부를 만들었다고 본다”며 “자당 지지층에 대해 정부가 폭압적인 정책을 펼 때, 여당은 왜 입을 다물고 있나”라고 추궁했다.

강 후보의 선거 구호는 ‘강남 닥터’다. 민주당에 쉽지 않은 국민의힘 텃밭 지역이지만 “강남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잘못된 건 고치고 살리는 닥터가 되겠다”며 주민들에게 다가간다. 강 후보는 “강남을은 험지지만, 당세를 키워서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도록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질 높은 수준의 의료를 누릴 수 있는 복지 국가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희망을 주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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