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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대참사 그후, 윤석열 대통령의 앞날이 깜깜하다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의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비례정당(국민의미래)을 포함해 100석을 겨우 넘겼다. 역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받아든 최악의 성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헌정 사상 최초로 임기 내내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번 총선 결과는 현 정부의 독선적 국정운영과 경제 실정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관건은 윤 대통령의 태도다. 과연 이번 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얼마나 최소한의 오차 범위로 진단하고 수습할 수 있을 것이냐에 윤 대통령의 운명이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현재 직면한 상황의 심각성 자체는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11일 오전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윤 대통령의 말을 대신 전했다. 비교적 신속한 입장 표명이었고, 대통령실에서 ‘국정 쇄신’을 언급한 건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었다.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정책실장, 수석비서관들 모두 사의를 표명하는 등 인적 쇄신을 토대로 한 국정 기조 변화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 앞에 서서 그동안의 국정 운영과 관련한 명시적인 사과와 함께 국정 쇄신 구상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주요 관심사다. 다만 윤 대통령은 그동안 윤 대통령은 여러 차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할 기회를 마련해놓고, 내용의 부재로 인해 스스로 그 기회들을 걷어찼었다.

2년 동안 누적된 국정 난맥상이 변화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하는 형식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거 참패를 둘러싼 여당과의 책임 공방과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국정 쇄신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온전히 떠안게 되면, 향후 주도권을 여당에 완전히 내주게 된 상태에서 식물 대통령으로 남은 임기를 채워야 한다.

일찌감치 여당 내에서 용산 책임론을 부각한 메시지들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께서 ‘이만하면 됐다’ 할 때까지 국정기조 대전환과 낮은 자세로 혁신해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참으로 무서운 민심이다. 윤 대통령은 깊은 자기반성 위에 국정 전반을 쇄신해 달라”고 말했다. 한동안 윤 대통령이 듣게 될 말들이다.

국민의힘에서 꾸려질 차기 지도부는 현실적으로 용산과의 차별화를 내세우지 않고는 신임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당내 권력투쟁에서 배제됐다가 이번 총선에서 어렵게 살아돌아온 나경원 전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이 당권이라도 잡게 된다면, 윤 대통령으로선 상당한 부담이다.

범야권과의 관계 설정도 난망하다. 윤 대통령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사실상 ‘범죄자’ 취급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과 터놓고 회동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쉽사리 들지 않는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역시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조 범죄자 마케팅’에 주력한 만큼, 결국 여권에서는 검찰 색이 옅은 세력이 야권과의 관계 설정에서 주도권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거부권 정치의 동력도 사실상 사라졌다. 물리적으로 100석을 겨우 넘긴 여당의 의석이 거부권을 지탱해줄 수 있긴 하나, 국민들은 투표로 거부권 정치를 거부했다. 따라서 범야권 주도로 각종 쟁점 법안들이 통과될 때마다 윤 대통령의 선택은 심판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 기조의 변화와 별개로 주요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윤 대통령으로선 딜레마다. 특히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명품가방 수수 사건 등과 관련한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일종의 ‘킬러 문항’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기존과 같은 태도로 뭉개는 것도, 범야권의 진상규명 요구에 응하는 것도 모두 부담이다. 추후 ‘김건희 특검법’이 다시 통과돼서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경우, 임기 내내 김 여사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이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인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 역시 윤 대통령으로선 골칫거리다. 이미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으로부터 폭로된 윤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개입 의혹은 형사 책임은 물론 헌법적 책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또한 대선 때부터 각종 갈등 현안들과 관련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드러난 시스템 파괴의 그림자들이 제거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제2부속실 설치 등 김건희 여사에 대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불필요한 배우자 리스크가 추가 양산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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