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미 전국에서 자그만치 60만 명이 지금까지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아주 짧은 기간에 2024년 4월 18일부터 한 5월 말까지 미 전국에서 100여 개 대학이나 참여를 했어요.”
미국을 오가며 AOK(Action One Krea) 운동을 이끌고 있는 정연진 AOK한국 상임대표는 지난 4월말부터 5월 중순까지 김철민 감독의 다큐 <워메리카의 운명> 속편 제작 지원을 위해 미국 대학가를 뒤덮은 ‘이스라엘 전쟁 반대 시위’ 현장 등을 다녀온 결과를 전했다.
“1968년의 세대가 다시 도래했다”
정연진 상임대표는 6월 11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청계천로 전태일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린 ‘2024년 6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미국의 반전평화운동과 우리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강연하며 컬럼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 반전시위가 본격적인 발화점이 됐다고 주목을 돌렸다.
정 대표는 “컬럼비아 대학의 경우는 세칭 ‘아이비 리그’(Ivy League)라고 부르는 미국에서 굉장히 우수한 학생들이 다니는 전국적인 대학”이라며 “1968년에도 학생들의 베트남전 반전 시위를 전국적인 규모로 크게 일으킨 대학이 바로 컬럼비아 대학”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부 언론에서 “1968년의 세대가 다시 도래했다”는 제목을 뽑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컬럼비아 대학에서는 올해 4월 1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연대를 위한 ‘농성 캠프’가 시작됐고, 학교 총장의 즉각적인 요청으로 뉴욕시 경찰이 투입돼 100여명의 학생들이 체포되고 학교당국은 시위참여자들에게 정학처분과 졸업식 무산 등으로 압박했다. 학생들이 캠퍼스에 텐트를 치고 캠프를 마련한 것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캠프 생활에 동조하기 위해서였다.
정 대표는 “경찰을 투입해서 오히려 그것이 역효과가 났다”며 “4일이 지난 다음에 다섯 번째 날이었는데 이 캠프를 한 번 보라. 첫 번째 날보다 훨씬 더 많은 캠프가 처져 있다. 경찰이 투입되고 나서 학생들이 격렬하게 더 저항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사진들을 보여줬다. 특히 “컬럼비아 대학의 시위가 빠른 속도로 타 대학까지 확산이 되기에 이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4월 17일 컬럼비아대 시위는 NYU, 예일대, 하버드대, MIT, 에모리대 등 미 동부지역 및 서부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며 4월 23일 뉴욕대에서 늦은 밤 교직원들이 경찰을 몸으로 막고 있는 영상을 보여줬다. “The people united will never be defeated”(단결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는 쟁쟁한 구호가 인상적이다.
뉴욕시립대(City University of New York)의 경우는 캠퍼스가 시내에 노출되어 있어 시민들과 더 밀접하게 소통하고 시민들의 참여 기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정 대표는 “1968년의 시위와 2024년을 비교를 해 보면, 이때 청년들은 자기들이 징집돼서 베트남전에 나가야만 하는 그런 상황에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직접적인 그런 동기 부여가 없는 데도 학생들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일어났다는 것은 오히려 조금 더 희망적인 것이 아닌가”라고 평했다.
나아가 “그때는 ‘베트남전을 끝내겠다’라고 공약을 내세운 리차드 닉슨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됐다”며 “이번에는 이 학생들의 시위로 인해서 미국의 대선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영향을 과연 미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주목을 해서 보고 있다”고 전했다.
68세대와 다른 ‘BDS 운동’, 일부 구체적 성과도
정 대표는 “분명한 것은 내가 세금을 내고 있는 지금 민주당 정부가 이스라엘에서 수많은 어린이와 여성들이 그렇게 무참히 희생되고 있는 그런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며 “민주당 정부에 대한 분노가 굉장히 크게 일어나고 있다. 고등학생들까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짚었다.
베트남전 이후 징병제는 모병제로 바뀌었고 대학생들의 요구사항도 바뀌었다. 정 대표는 “인종 청소 이스라엘 전쟁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많은 미국 기업들과 대학이 재정적으로 분리하라. 그래서 그 기업들의 이름을 다 하나하나 이렇게 지목을 하면서 시스코라든가 록히드마틴이라든가 이런 군수업체들이 더 이상 학교 재정에 관여하지 않는 이런 운동을 벌이는 거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연진 대표가 김철민 감독과 4월 21일 방문한 워싱턴D.C. 아메리칸 대학(American University)에서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학생회 간부들이 회의를 진행 중이었고, 회의의 결론은 “이스라엘 전쟁 관련 기업에 대해 대학이 보이콧, 투자를 중단하라, 제재를 하라”는 것이었다고. 이같은 학생들의 요구는 보이콧(Boycott), 투자 철회(Divestment), 제재(Sanctions)의 앞자를 딴 ‘BDS 운동’으로 부른다.
정 대표는 “미국은 등록금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그래서 그 등록금을 모아서 대학이 투자금을 운영을 한다”며 “투자금을 모아서 대학 당국이 어느 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후원을 받거나 이렇게 해서 재정적으로 많은 연결고리가 있다”고 설명하고 “그런 연결고리를 끊어내라는 거다. 그래서 학생들의 요구가 굉장히 구체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체적 성과를 거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주 에버그린대학은 대학당국이 이스라엘 관련 기업들과 거래·투자 중단을 약속했고, 포틀랜드주립대는 보잉사와 거래·투자 중단을 약속했다. 노스웨스턴대, 브라운대, 럿거스대, 미네소타대 등은 농성캠프 해제를 조건으로 학생들의 일부 요구를 수용키로 했다.
미국 대학의 시위는 고등학생 시위로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유럽의 대학으로도 번지고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대학은 유엔인권위원회가 블랙리스트로 지정한 이스라엘 기업들과 거래를 중단할 것을 합의했다.
물론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번에 팔레스타인 반대 시위를 미국의 언론들은 이 사람들이 인종차별주의자다 반유대주의자다 이렇게 몰아가고 있다”거나 “UCLA 캠프에 경찰이 저녁에 들어왔는데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친 이스라엘 시위대가 농성 중이던 학생들을 마구 공격하고 린치를 가하고 그런 테러가 발생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팔레스타인 전쟁 반대 시위로 인해 노조들이 단결”
정 대표는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로 ‘Students for Justice in Palestine’과 ‘Jewish Voice for Peace’를 꼽았다. 두 단체는 모두 1990년대에 UC버클리에서 출범했고 ‘Students for Justice in Palestine’은 미국 대학에 약 300개의 지부를 두고 있으며, ‘Jewish Voice for Peace’는 유대인 학생들이 주도하는 평화단체다.
대학을 넘어선 전국적 조직으로는 이라크전쟁 반대를 위해 2001년 전국적인 반전평화단체 협의체로 결성된 ‘ANSWER Coalition’(Act Now to Stop War and End Racism)과 2002년 창립된 여성 반전평화단체 ‘CodePink’를 꼽았다.
브라이언 베커 ANSWER 전국대표는 김철민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시위는 20여년간 미국의 청년들 대학생들 노동자들이 꾸준히 의식화된 결과”라면서 “학생들의 분노와 정치적인 각성이 계속해서 누적되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월스트릿을 점령하라’, 버니 샌더스의 개혁운동,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운동 등 사회개혁 요구가 꾸준히 축적된 결과라는 것.
정 대표는 “미국 청년들의 미래가 굉장히 암담하다. 집값이 너무 천정부지 올라있고 최저임금 받아서는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하다. 직업에 대한 안정성도 없고 의식주 생활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특히 미 대학생들이 등록금이 너무 비싸 학자금 융자 부채 총액이 1조 달러에 달해 “융자금을 학생들이 평생 허덕이면서 갚아야 되는 부채”라고 지적했다. 버니 샌더스는 대선 후보로 나서 학자금 융자를 모두 탕감해주겠다는 공약을 제시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고.
베커 대표는 “굉장히 중요한 게 미국의 노조들이 지금까지 분명하게 반정부 노선을 채택하지 않았는데 이번 팔레스타인 전쟁의 반대 시위로 인해서 노조들이 단결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신자유주의 하에서 미국 노동자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는데, 왜 이런 근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느냐’는 정 대표의 질문에 베커 대표는 “미국은 노동자들이 처음부터 노예로 출발했기 때문에 자기들하고 같은 선상에 있는 인간이라는 대접을 지배층이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정말 대대적인 사회 개혁을 추구하는 그런 운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베커 대표는 이를 위해 진보정당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번 시위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조직적으로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이 이러한 학생단체들이 1990년대부터 꾸준히 활동해 왔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생각한다”며 “결론적으로는 미국의 제국주의가 전 세계를 자기네들의 패권 하에 컨트롤하려고 하는, 이런 제국주의가 근본 문제다라는 이런 인식이 청년층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그러한 중요한 역사적인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맨하탄 한 가운데 피플포럼이라는 아주 근사한 장소를 마련하고 거기서 계속 교육 행사가 있다”며 “여러 가지 심각한 주제로 거의 매일 저렇게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얘기하고 또 같이 밥 먹고 같이 이렇게 공동체적인 삶을 같이 배워나가는 배움 공동체라고 할까, 그런 배움 공동체가 아주 많이 발달이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의식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대학들, 우리나라 청년들이 지금 사회 문제에 어떤 대학에서 이걸 적극적인 이슈로 들고 나오는 이런 대학이 있는지 한번 우리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미국서 진행 중인 ‘한반도 평화법안’과 ‘인민 평화협정’
정 대표는 미국와의 연대활동에 대해 “한국 전쟁은 미국에서 대개 어떻게 알려져 있냐 하면은 ‘잊혀진 전쟁’으로 알려져 있다”며 “작년이 정전 70년이어서 워싱턴에서 많은 단체들이 모였다”며 지난해 7.27 ‘Korea peace action’을 소개했다.
700여명이 워싱턴 거리를 1시간 반 정도 행진하며 “한국전쟁을 끝내라(End the Korean-war)”는 구호 등을 외쳤고, 이 시위에는 2015년 한반도 종단을 시도했던 ‘Women cross DMZ’ 등 코리아 평화 관련 활동을 전개해온 단체들이 참여했다고.
정 대표는 “미 행정부와 의회의 평화협정에 대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되겠다는 것과 미 의회의 한반도 평화법안과 평화협정 추진하는 세력을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라며 “여론 조성에도 힘써 이날 행사들이 <워싱턴 포스트>라든가 미국의 여러 주요 일간지에 게재가 되었다”고 전해다.
또한 “‘한반도 평화법안’이 지금 미 의회(하원)에서 우리 재미 한인들이 추진하고 있다”며 “이 법안의 골자는 한국전쟁의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또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국적자의 북한 여행금지 규정을 없애 이산가족 상봉을 원활케 하는 이 법에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미국이 대선 국면에 들어가 이 법안이 주목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 대표는 특히 “코드 핑크라는 단체가 좀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며 ‘코드 핑크가 제안한 인민 평화협정(People’s Peace Treaty With North Korea)’을 소개했다. “지금 국가 대 국가 평화협정이 도저히 안 되고 있으니까 인민들이 나서자, 피플이 하면 되지 않겠냐? 내가, 한 사람 한 사람 미국인이 이렇게 약속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 한국전쟁은 끝났고, 나는 북인민들과 '영구적 평화와 우정' 속에서 살 것임을 세계에 선언합니다(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에서 약속한 대로)
2) 한국전쟁시 미국의 초토화 폭격등 미국 정부가 북에 대해 오랫동안 잔인하고 부당한 적대감을 보여준 데 대해 사과
3) 북미가 서로에 대한 선제적/핵 공격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새로운 유엔 핵무기 금지 조약에 서명할 것을 촉구
4) 미국 정부에 한미일 합동 대규모 전쟁 훈련을 중단하고 주한 미군 및 무기의 점진적인 철수를 시작할 것을 요구
5) 미국 정부가 지체 없이 북과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시키고 모든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북과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164개국에 가입할 것을 촉구
6) 나는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북인민에 더 많은 이해와 화해, 우호를 증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합니다
“어떠한 가치를 통일된 조국의 기치로 내세울 수 있을까”
정 대표는 “이번에 2024년에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또 재미 한인들이 동참함으로써 미국의 반전평화 세력과의 연대를 더욱 튼튼히 하는 그런 계기를 만들었다”며 “국제 연대를 하는 지향점은... 우리가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 코리아 시대를 열어가기 위함이라는 그런 최종 목적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2025년 내년이 굉장히 중대한 해”라며 “해방과 분단 80년이 되기도 하고 태프트-카츠라 밀약 120주년이 되기도 하고 또 한일 기본조약 60년이 되기도 한다”고 짚고 “내년을 한번 겨냥을 해서 우리의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는, 그런 우리 통일시대의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 대표는 “각 나라의 고유한 가치를 잃지 않고 그 고유한 가치를 더 증진해 나가다 보면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대적할 수 있는 그런 어떤 가치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며 “과연 어떠한 가치를 지닌 나라를 우리가 통일된 조국의 기치로 내세울 수 있을까”라고 묻고 “우리가 어떠한 한국적인 가치를 지켜나가고 더 키워나갈 수 있는가 거기에 대한 고민을 좀 하다 보면 해답이 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자답했다.
또한 최근 북한이 기존 민족통일론을 폐기하고 ‘두 개의 국가론’을 내세우는데 대해서는 “이런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북쪽을 지속적인 파트너로 여기면서 앞으로 해외 동포들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완전히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북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 조금이나마 변화시킬 수 있을지? 그런 가능성을 좀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30여년 간 미국에서 살아온 정 대표는 “미국의 패권이 쇠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미국이 하루아침에 폭삭 망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 안에 있는 굉장히 수많은 또 선량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진단하고 “평화를 원하는, 전쟁을 반대하는 이런 사람들과의 연대와 끈이 더 중요할 거다. 앞으로 그들과 같이 해서 전쟁 세력을 물리쳐 나가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평화3000이 후원하는 ‘2024년 통일뉴스 월례강좌’ 7월 강좌는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북러 정상회담과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오는 9일 오후 6시 30분 전태일기념관 공연장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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