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제로 시대에 접어들었다 . 대화도 , 지원도 , 교류협력도 전무한 실정이다 .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을 향한 움직임이 있었던 자리에는 말폭탄과 무력시위 주고받기가 똬리를 틀고 있다 .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 · 미 · 일 대 북 · 중 · 러의 대결 구도도 심상치 않다 . 이러한 퇴행을 가장 많이 체감하는 곳이 바로 대북 지원과 교류협력단체이다 . 국내 68 개 인도적 대북협력 민간단체가 가입된 북민협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

때마침 창립 25 주년을 맞이한 북민협은 약칭은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공식 명칭을 ‘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 에서 ‘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 로 바꿨다 . ‘ 대북 ’ 을 ‘ 남북 ’ 으로 바꾼 셈인데 , 여기에는 남에서 북으로 일방적 지원이 아닌 남북의 공동협력을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 2 월 하순에 있었던 정기총회에선 단체 이름 변경과 더불어 국제푸른나무 이사장인 곽수광 목사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해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고 있다 . 서면 및 전화로 그와 얘기를 나눠봤다 .

- 먼저 대북 지원과 남북 협력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2000 년 초반 남북나눔운동 회장님이셨던 홍정길 목사의 초청으로 평양을 다녀오게 되면서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 그 이후 북한에서 고아와 장애인을 돕던 수 킨슬러 여사의 부탁을 받아 국제푸른나무를 설립하여 이들을 돕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 또 북한 탁구선수 리분희 서기장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장애인 체육 교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 그 결실 가운데 하나가 2012 년 런던 패럴림픽에 북한선수단 참가를 지원한 일이었다 .”

- 지난 25 년 동안 북민협의 활동을 총평한다면 ?

“1999 년 대북지원 민간단체간의 모임으로 시작한 북민협은 민간 여럿의 힘을 모아 대북 지원 사업과 대정부 로비 활동 등을 벌여왔다 . 2004 년 ‘ 룡천역 폭발사고 ’ 로 대표되는 재난 등 북한의 인도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남측 민간 역량을 체계적으로 모아내기 위해 노력하였고 , ‘ 인도협력 민관정책협의회 ’ 의 민간 측 대표로서 인도적 대북협력사업의 제도화와 공론화를 위해 앞장섰다 .”

- 북민협의 공식 명칭을 바꾸었는데 , 그 이유는 무엇인가 ?

“ 기존 명칭은 남에서 북으로의 일방적 지원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 그러나 약 20 여년의 시간이 흘렀고 , 남북관계는 많은 변화를 맞고 있다 . 남북 모두 공히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 남북의 공동 협력을 통해 한반도 구성원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나가고 , 이를 통한 상호이해가 상호이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마음을 단체 이름 변경에 담았다 .”

- 남북협력이 완전히 중단되었는데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

“ 그간 북민협은 남북협력을 추진함에 있어 ‘ 남북 ’ 에 방점을 찍고 활동했던 것이 사실이다 . 그러나 앞으로는 ‘ 교류 ’ 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 ‘ 교류 ’ 는 남북 양자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 다양한 주체와 다변화된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한반도의 경계를 넘어 기후변화와 불평등 등 글로벌 차원의 인도적 위기 극복을 위한 다자간 협력의 틀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 특히 북민협은 최근 몇 년간 한반도 기후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 이에 따른 식량 생산량 변동 , 감염병 출몰 , 식생 변화 , 자연재해 등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인 공동 대응이 시급하고 또 필수적인 상황에 이르렀다 .”

- 북의 식량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 이에 대한 평가는 ?

“ 올해 초 북한 스스로 알곡 생산이 103% 달성하는 등 목표치를 초과달성했다고 자평했고 , 남한 농촌진흥청도 작년 대비 올해 식량생산량이 7%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 북한 스스로 식량문제 해결에 국가적 총력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그러나 여전히 북한은 식량 부족 국가이고 인구의 45% 가량이 영양 부족을 겪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

- 남북관계를 ‘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 ’ 로 선언한 김정은 정권의 대한 평가는 ?

“ 상당히 아쉽게 생각한다 . 민족과 통일은 북한이 모든 남북협력 과정에서 최고의 가치로 꺼내들던 상징이었다 . 이를 폐기하겠다는 것은 분단 이래 가장 전면적인 대남정책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 또 동아시아 신냉전 구도와 북 · 중 · 러 3 각 체제가 공고화되는 상황이 북한에게 불리하게 흘러가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언으로 이해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민협이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한 남북협력을 추진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 이를 통해 한반도 구성원들의 안전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북민협의 비전이 더욱 긴요해졌다 .”

- 남북교류협력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정책과 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

“ 윤석열 정부는 민간의 북한주민 접촉신고에 대해 수리를 거부하는 등 일체의 인도적 대북협력을 위한 활동을 불허하고 있다 . 작년 7 월엔 통일부는 북한지원부가 아니라며 대북지원 부문의 축소를 명확히 했다 . 통일부의 역할에서 인도협력 부문을 축소하는 것은 그간 남북이 경험했던 인도협력사업의 성과와 인도 지원에 대한 국제적 지지에 반하는 결정이며 , 당초 윤석열 정부가 밝힌 국정과제 추진 계획과도 배치된다 .”

- 시민들의 관심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 왜 이 시기에 남북협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 남북 협력의 역사는 인도적 상황 개선 , 인적교류 , 경제협력 , 체육 및 문화교류 등을 통한 평화의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 남북 협력은 한반도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주요한 수단이자 목적이다 . 또 남북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적 관리는 소모적 대결이 아닌 생산적 편익을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 .”

- 이것만은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 먼저 대북 지원에 최선을 다했던 남한의 사회종교단체와 세계 도처에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들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인류애적인 열정을 가지고 북한과 협력하고 있는 세계의 민간단체와 기구들과 긴밀하게 연대하고 소통하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 . 또 통일에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청년 세대와 다음 세대들에게 진정한 통일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 아울러 어떤 정치적 성향이나 외교적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이 하나됨을 이루어갈 수 있는 법적인 토대를 정부와 국회와 협력하여 이루어내고 싶다 .”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l.com

곽수광 회장. 사진 제공: 북민협
곽수광 회장. 사진 제공: 북민협

 

지난 2월 27일이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총회를 갖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 북민협
지난 2월 27일이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총회를 갖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 북민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