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이 말하지 않는 연금약자 ②] 지금 여기의 빈곤 노인
최용락 기자/박상혁 기자 | 기사입력 2024.07.03. 04:55:09
올해 66살이 된 이명옥 씨. 젊은 시절의 그는 '다재다능'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가 하면 서울시의회에서 의정 보좌관을 하기도 했다. 기자 일도, 보험설계사 일도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생활하며 아들을 어엿한 성인으로 길러냈다.
그런 명옥 씨에게도 노년은 찾아왔다. '다양한 직업'의 다른 말은 '취약하고 불안정한 노동'이었다. 평생 부지런히 일했지만 명옥 씨가 국민연금에 직장가입자로 당연가입할 수 있었던 기간은 4년여에 불과했다.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명옥 씨에게는 국민연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노년의 명옥 씨는 여전히 '다재다능'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싶어 특수치료 심리상담사, 장애인 직업삼당사, 이주과정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자격증만 8개를 땄다. 간혹 잡지나 언론에 글도 쓴다. 하지만 노인이 된 그를 고용하겠다는 곳을 찾기는 어려웠다.
남편도 몸이 아파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 명옥 씨의 기본적인 생활자금은 기초연금이다. 부부라는 이유로 20% 감액돼 50만 원 정도가 가계통장에 들어온다. 여기에 기고를 통해 얻는 작은 수익과 아들이 부쳐주는 생활비를 합해 겨우 빈곤선 수준의 돈을 마련한다.
들어오는 돈에 비해 나갈 돈은 많다. 공과금만 합쳐도 20~30만 원은 훅 나간다. 생활이 빠듯하니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 지인의 장례식에 부의금을 내기도 어렵다. 얼마 전에도 자존심을 누르고 '부의금 나갈 데가 갑자기 생겼네'라며 아들에게 돈을 부쳐달라 부탁했다.
명옥 씨는 "노인들 상태가 이렇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별별 생각이 다 든다"며 "최소한의 활동을 할 수 있는 품위유지비는 벌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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