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침투, 드론사령부 작품
애초의 발단은 대북전단 살포
허를 찌른 평양의 대응
다급해진 미국

평양 상공에 남측 무인기가 출현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는 그 순간 끔찍한 참변이 일어날 것”, “뒈지는 순간까지 객기를 부리다 사라질 것들”, “똥개들(국방부)을 길러낸 주인(미국)이 책임져야 할 일” 등 말폭탄을 쏟아낸 데 이어 조선인민군 8개 포병여단이 전시 편대에 돌입하고, 국경선에서 사격준비태세를 구축했다.

감당 불가의 위기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국방부는 “우리 군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것은 없으며 민간단체가 보냈는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라고 했다가, 며칠 뒤 입장을 바꿔 “소위 ‘평양 무인기 삐라 살포’의 주체도 확인하지 못한 북한”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김여정 부부장은 “우리는 ‘평양 무인기 사건’의 주범이 대한민국 군부쓰레기들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라고 확언했다.

무인기 침투, 드론사령부 작품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은 국방부 직할부대인 드론작전사령부에서 무인기를 날렸다고 주장한다. 한 소장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다.

▲항속거리 350km(평양 왕복) 이상인 장거리 무인기는 가솔린 대신 제트 엔진을 달아야 하는데, 이런 특수 무인기는 민간인이 소지할 수 없다.

▲제트 엔진을 장착한 특수 무인기는 반드시 비행장 활주로에서 이착륙해야 한다.

▲평양의 위수 통제 구역 상공에 침입하려면, 감시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소형 스텔스 무인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스텔스 무인기는 국군만 소유할 수 있다.

무인기를 국방부에서 날린 것이 맞다면 과연 목적은 무엇일까?

최악의 지지율과 김건희 국정농단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군사적 충돌을 야기 하려는 것 아닐까.

국정원장 출신의 박지원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군사 충돌을 통해 계엄 밑자락을 까는 유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애초의 발단은 대북전단 살포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1월 22일, 9.19군사합의 1조3항의 효력 정지를 선언했다. 1조3항은 무인기와 기구 등의 비행금지구역을 정한 조항이다.

때맞춰 국방부 직할부대로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고,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위헌 결정해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보장했다.

지난 5월 3일 인천시 강화를 시작으로 9월 말까지 대북전단 살포는 총 51회에 이른다. 반면 북은 28차례 걸쳐 대남 ‘쓰레기 풍선’을 날려 보냈다.

 

‘쓰레기 풍선’은 대북전단 살포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 어쩌면 북이 대북전단에 사격을 가하지 않고, ‘쓰레기 풍선’을 보낸 것이 전쟁 억지 효과가 있었는지 모른다.

허를 찌른 평양의 대응

대북전단 살포로는 북의 포격을 유도할 수 없다고 판단한 국방부가 이번엔 무인기를 평양에 날려 보냈다. 이번에도 북의 대응은 국방부의 허를 찔렀다.

핵 보유를 과시한 북이 무인기 침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국지전이 아니라 전면전을 예고한 것. 더구나 국방부를 ‘미국놈들이 길들인 잡종 개’에 비유하면서 한미연합군사령부를 책임진 미군을 압박했다.

이제 국방부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났다. 과거처럼 기껏해야 총성 몇발 오가다 말 것이란 판단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다급해진 미국

무인기를 드론작전사령부에서 날린 것이 맞다면 미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

주한미군이 국군의 전작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승인이 있어야 무인기를 출동시킬 수 있다. 또한 평양까지 무인기를 보내는 행위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전협정의 당사자이자 관리 권한을 가진 미군 몰래 절대 할 수 없는 도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1월 8일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드론작전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소형 스텔스 무인기는 아직 생산하지 않는다고 했음으로 이번에 날린 무인기는 미국산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무인기 평양 침투 사건’에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관여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사건 이후 미국의 반응도 의혹을 키운다. 미국은 유엔사 논평에서 “공개된 보도를 통해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출현했다는 조선의 주장을 인지하고 있다”며 “정전협정에 따라 엄정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이 ‘무인기 평양 침투 사건’을 보도를 통해 알았다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한미연합사의 보고 체계는 완전히 무너졌고, 그처럼 자랑하던 미국의 정보자산도 무용지물이라는 자백이다.

대한민국 국방부는 정전협정을 조인한 쌍방이 아니므로 무인기를 월경시킨 정전협정 위반자는 미군이다. 그러니 엄정하게 조사받아야 할 대상은 다름아닌 주한미군이다.

요컨대 미국은 지금 자신에게 튄 불똥을 피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방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마치 국방부가 독자적으로 정전협정을 위반해 평양에 무인기를 날린 것처럼 사건의 본질을 호도한다.

결국, ‘미국 책임’을 지적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발표되자 미국은 다급해졌다. 담화가 나오기 무섭게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이 방한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강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