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씨는 '서부지법 폭동사태'로 체포된 20대 남성들의 정반대편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석한 횟수만 해도 22회에 달한다고 했다.
"(이제까지) 세어 볼 생각 못 했는데, 진짜 스물 두 번이나 갔네요."
그는 '퇴진너머 대학연대' 소속 대학생들과 함께 지난 16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맞은편 인도에서 '윤석열 구속 촉구! 대학생 철야농성'에도 참여했다. 심씨는 그날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17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했다.
"'퇴진너머 대학연대'는 철야농성을 대규모로 하지 않고, 3~4명 정도만 있었어요. 그러자 경찰이 '더 있으면 위험할 것 같다'고 해서 17일에 자리를 정리했거든요. 만약 19일 서부지법 폭동 사태 때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면 큰일이 날 수도 있었겠다는 싸한 기분이 들었어요."
지난 16일과 17일 모두 영하 5도까지 떨어지며 한파가 계속되던 때였다.
"패딩 주머니와 바지 양쪽에 핫팩을 넣으면 몸의 온기가 어느 정도 유지돼요. 앉는 방석에 핫팩을 넣고 발바닥에도 핫팩을 붙인 뒤, 은박지로 몸을 감싸고 담요로 다시 감싸고 그 위에 침낭을 덮으면 춥긴 해도 죽을 정도는 아니더라고요. (집회) 하다 보면 추위에 익숙해지긴 하는데 지난 4일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석열 체포 촉구' 시위할 때는 진짜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현타(현실 자각 타임)도 좀 오더라고요."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사실 제가 거리에 나오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정말 이 문제에 분노하고 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지금 이 과정은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함이고, '내가 그 역사의 한순간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하나 하나씩 얘기를 풀어가야 해요"
심씨는 일종의 제언을 했다.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그만의 생각이기도 했다.
그는 "나도 20대 남성이다. 물론 진보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내 주변 친구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며 "그 친구들에게 하나하나씩 얘기를 풀어가면 그들이 이해를 못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에서만 사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제 주변의 20대 남성들은 다 이해해요. 페미니즘이라든가 국민의힘이 뭘 잘못했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하면 못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거죠. '계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런 얘기를 한 친구도 있었는데 커뮤니티 정보가 아니라 차근차근 일반론적인 설명을 했죠 . 그러니까 제 말을 이해하던데요."
심씨는 현재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언론이 '저들은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어'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갈라치기를 부추긴다고 생각한다"며 "갈등 자체가 아니라, '20대 남성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가 언론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자꾸 갈라치기 하잖아요?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어도 탄핵하자고 할 거고, 사회 공동체의 근간이 무너질 것 같아요. 서부지법 사태만 봐도 법치주의의 근간이 무너진거잖아요. 이런 갈라치기가 계속되면 (서부지법 사태가) 최고치를 찍은 게 아니라 (그 이상이) 계속 발생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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