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보다 더 극단적인 월간조선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지난 2009년 9월호에 <[정밀분석] 법원 內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라는 장문의 기획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매체의 성격대로 '우리법연구회'가 좌편향 판사들의 사조직 아니냐는 의심을 깔고 모임 구성원의 명단과 성향 등을 집중 해부한 보도였는데, 당시 우리법연구회 회장이던 문형배 부산지법 부장판사와의 인터뷰도 담고 있다.
"나는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었던 사람"이라며 월간조선 기자의 추궁성 질문과 몰아가기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문 판사의 단호한 언설은 현재 국민의힘과 극우 진영의 '문형배 죽이기'가 얼마나 모략으로 가득한지와 관련해 여러 시사점을 준다. 주요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명박 정권 때 월간조선 인터뷰 "한나라당 대선 후보 찍어"
"우리법연구회는 재판 잘하기 위한 헌법 중심의 학술단체"
-우리법연구회를 정의한다면.
"학술연구단체입니다. 우리 판사들이 헌법에 대해 연구가 부족합니다. 헌법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헌법을 연구하자는 것이죠. 남들이 별로 연구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판사가 꼭 알아야 할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지난번에 난민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법원 내에 이런 내용의 논문이 거의 없더군요. 통일 이후의 사법부가 어떻게 해야 할지도 연구 대상입니다. 남북이 하나가 되면, 양쪽의 법제가 서로 달라 복잡한 문제가 전개될 겁니다. 이런 문제들을 사전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죠. 독일 통일 사례를 보고 우리가 원용할 수 있는 부분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우리법연구회를 두고 '법원 내 사조직'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동의하지 않습니다. 헌법을 잘 봐야 합니다. 우리 헌법은 잘돼 있어요. 그런데 헌법에 대해 판사들이 연구를 잘 안 해요. 예를 들어, 경제와 관련해 공공성에 기초해 일정 부분을 제한하도록 돼 있어요. 복지 제도도 마찬가지고요. 아무튼 그런 부분을 연구하는 겁니다. 우리 모임을 좌파라고 한다면 우리 헌법을 좌파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회원으로 있는 일부 판사의 판결 내용을 보고 우리법연구회 전체를 좌파 성향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박시환 대법관이 송두율 사건에서 내놓은 의견이 사례가 될 수 있겠군요.
"전임 이회창 대법관이 낸 소수의견을 본 적이 있습니까? 박시환 대법관과 이회창 대법관의 의견이 다르다고 보지 않습니다. 원정화 간첩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간첩 혐의로 구속된 그의 계부에 대해 재판을 맡았던 신모(신용석)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 부장판사가 좌파입니까. 저는 어떤 판결을 가지고 좌파적이라고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또 이정렬 판사의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좌파라고 하던데,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연구해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종교적 신념에 기초해 병역을 거부하는 것을 허용하는 입법례와 허용하지 않는 입법 사례를 따져 봐야지요. 가령 독일의 경우 (병역 거부를) 인정하고 있는데 그런 것을 먼저 정의하고 좌파냐, 우파냐를 따져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법연구회 회원들의 이념적 성향이 진보적이라는 견해에는 동의합니까.
"그것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진보라는 개념이 좌파와 구별되지 않고 사용되고 있어요. 저는 한나라당 후보를 찍었던 사람입니다. 제가 이 모임의 회장입니다. 우리 모임의 회원 성향은 다양합니다."
-우리법연구회가 일부 판사들의 사모임은 맞습니까.
"법원 내 민사판례연구회라는 게 있는데 그게 사조직입니까? 법원 내에는 이런 단체들이 많습니다. 민사판례연구회는 판사와 교수들이 모인 학술연구단체입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가장 많은 인재를 배출하는 곳이 바로 민사판례연구회입니다. 대법원장도 민사판례연구회 출신입니다. 그 단체가 사조직이라면 모르겠지만…. 사모임의 정의가 판사들의 친목 도모를 위한 단체라면 우리법연구회는 사모임이 아닙니다. 우리법연구회는 학술연구단체입니다."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니 우리법연구회의 '박시환 정신' '한기택 정신'을 강조하고 있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입니까.
"박시환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의 이름을 만든 분입니다. '외국법만 연구하지 말고, 우리법 좀 연구하자. 외국의 금과옥조 같은 이론만 소개하지 말고 좀 떨어지지만 우리의 법을 우리 실정에 맞게 해석하자'는 취지입니다. 그의 정신을 본받자는 뜻에서 박시환 정신을 강조한 겁니다. 고인이 되신 한기택 부장판사의 좌우명은 '목숨 걸고 재판하자'입니다. '재판을 잘하기 위해서는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는 거죠. 재판을 잘하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 우리법연구회의 목적입니다."
-신영철 대법관의 문제에 대해 우리법연구회 회원들이 사퇴를 주장했습니다.
"법원 내부 게시판에 30~40건의 글이 올라왔는데 그중 우리 회원이 쓴 글은 30%에 불과해요. 70%는 비회원입니다. 비회원들이 왜, 무슨 이유로 글을 올렸는지 분석해 봐야 해요. 회원과 비회원이 쓴 글의 내용에 질적인 차이가 있다면, 우리법연구회가 조직적으로 뭐를 했다, 안 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올라온 글을 보면 회원과 비회원을 구분할 수 없어요. 판사회의에서 논의된 결과를 봐도 큰 틀에서 비슷합니다."
-요즘 세미나에서 토론된 주제는 무엇입니까.
"사이버모욕죄와 판사 임용 제도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사이버모욕죄 조항을 신설하는 데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판사 임용 제도에 대해서는 연수원을 졸업하고 바로 판사가 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변호사 경험을 쌓은 후 판사로 임관되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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