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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독일 총선, 트럼프 재선 충격에 비견되는 이유

  • 국제

  • 입력 2025.02.21 22:25

  • 수정 2025.02.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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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의 대두

보수CDU와 극우AfD 접근-유럽의 근심거리

극우 극좌 정당 득표 최근 20년간 최대 예상

그들 모두 우크라 지원과 러시아 제재 반대

거기에다 유럽을 흔드는 트럼프의 관세전쟁

흔들리는 극우정당 연립정부 배제 ‘방화벽’

23일 실시되는 독일 총선의 주요 정당들 후보(왼쪽 위에서부터) 독일 사회민주당(SPD)의 올라프 숄츠 독일총리,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공동대표 알리스 바이델, 기독교 민주연합(CDU)의 대표 프리드리히 메르츠, (아랫 줄 왼쪽부터) 녹색당 소속의 독일 경제 및 기후행동부 장관 로베르트 하베크, 좌익 포퓰리스트 정당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의 자라 바겐크네히트 공동대표, 자유민주당(FDP) 지도자 크리스티안 린트너. 2025.1.13. AFP 연합뉴스

 

극우세력의 대두, 세계 무역 및 우크라이나의 미래: 독일 선거가 중요한 이유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예상대로 전 세계에 충격파를 몰고 왔다. 하지만 이번 독일 총선거도 그에 못지 않은 중대사일 수 있다.

23일의 독일 총선거 나흘 전인 2월 19일 <가디언>이 이런 제목의 독일 총선 기사를 내보냈다. 주로 지도와 그래프 등 시각자료들을 통해 “독일 총선이(그리고 그 결과가) 유럽과 세계 전체에 왜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를 쉽고 간단명료하게 보여 준다.

유럽의 지정학적 정치경제적 중심인 독일

먼저 독일이 지정학적으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인구, 국내총생산(GDP), 연간 성장률 비교, 국가별 역대 정권의 평균 지속기간 등을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유럽 주변국들과 비교하며 보여 준다.

그리고 독일 정치상황을 극우 극좌 정당들의 득표율, 각 정당들의 이념적 좌표와 총선 전후의 세력 변화 예측도를 통해 보여준 다음 독일 경제의 위상을 EU 예산에 대한 기여도, 자동차의 대미 수출 비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규모 비교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를 몇 가지 항목으로 나눠 정리한다.

극우 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의 대두

위치

독일은 유럽 무역 네트워크의 중심이자 정치의 중심이다. 영토의 크기 덕도 있지만 지난 수십년간의 경제적 성공, 정치적 안정 덕에 그렇게 됐다. 23일의 총선은 그런 독일의 신뢰성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우익, 특히 지난 총선서 약진한 극우 AfD(독일을 위한 대안)가 이번 총선에서 더욱 세력을 확장하게 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것을 예고한다.

 

유럽 중앙에 자리잡은 독일 가디언 2월 19일

독일 각 정당 지지율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위). 아래는 2021년 총선 당시의 지지율. 파란색이 극우 AfD, 검은색은 중도보수 기민련(CDU), 붉은색은 사민당(SPD), 녹색은 녹색당, 노란색은 보수 자유민주당(FDP), 보라색은 극좌 '좌파당' 기타. 사민당이 크게 줄고 AfD가 약진했다. 가디언

 

인구

EU(유럽연합) 최대의 영토국은 아니지만, 독일은 EU 국가들 중 가장 인구가 많다.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거의 2천만 명이 더 많고, 스페인과 폴란드의 2배인 8천 450만 명으로, EU의 작은 나라들 17개국 인구를 합친 것만큼이나 많다.

 

유럽 각국 인구 비교. 단위 1백만 명. 왼쪽부터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루마니아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스 가디언

 

가장 성공한 독일경제 최근 마이너스 성장세

경제

독일은 유럽 최대경제국이다. 단지 인구가 많아서가 아니다. 인구는 루마니아의 4배지만 경제규모는 15배가 넘는다. 하지만 최근 독일경제는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과 달리 2023년에 GDP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2024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일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각국 국내총생산(GDP) 비교. 가디언

 

2016년 이후 주요국의 연간 성장률 추이. 빨간색이 독일, 노란색은 프랑스, 갈색은 영국, 검은색은 이탈리아. 독일이 2023년에 마이너스 0.3%를 기록했다.

 

극우와 극좌 정당들 득표 최근 20년간 최대치 예상

정치

독일은 다양한 정치세력들간의 연합으로 폭넓은 공감대와 안정을 달성한 나라다. 2000년대와 2010년대에 독일 역대 정부들은 각기 평균 3.8년씩 집권했다.(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2005년 1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총리대행기간을 포함해 16년간 집권했다) 독일을 제외한 유럽 국가들의 정부들은 불안정해 영국의 평균 집권기간 2.1년을 빼면 모두 1년 남짓에 불과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정부도 2년을 채우지 못했고, 벨기에 정부들은 평균 6개월 정도였다.

그런데 그 독일이 지금 이웃국들, 특히 주변 독일어 사용국들에서 불었던 (정치 불안정의) 바람을 느끼고 있다. 이번 총선은 중도 연립정권 붕괴와 양극단의 포퓰리스트 정치세력이 약진한 뒤 치러진다. 여론조사들은 극우와 극좌 정당들의 득표 합산이 최근 20년간을 통털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한다.

 

국가별 정권의 평균 지속기간

 

2000년대 이후 독일(빨강) 오스트리아(노랑) 이탈리아(검정) 네덜란드(갈색)의 극우 극좌 득표율. 독일 점선은 이번 총선 예상치.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이미 30%를 훌쩍 넘었고, 오스트리아와 독일도 30%를 향해 가고 있다.

 

약진할 AfD와 CDU의 접근, 유럽의 근심거리

특히 극우와 권위주의 색채가 짙은 AfD의 약진이 주목거리다. 2021년 연방선거에서 약진한 AfD의 약진이 이번 총선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AfD는 2025년에 독일이 유로(euro. 27개 EU 회원국 중 20개국이 사용하는 공동의 공식통화)를 버리고,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메르켈 전 총리가 이끌었던 중도(보수)우파 기독교연합(CDU/CSU)도 득세해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fD가 연방의회의 의석을 두 번째로 많이 확보해 제2당이 되고, 극좌당들도 득표율이 약 1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CDU가 제1당이 되겠지만 AfD의 주장을 수용해 가고 있는 CDU의 집권이 유럽의 중대한 근심거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독일 각 정당의 이념적 좌표와 이번 총선 전후의 세력변화 예상도. 실선은 현재세력, 점선은 이번 총선 뒤의 예상세력. 좌표 세로축의 위쪽은 권위주의적, 아래는 자유주의적. 가로축의 왼쪽은 좌파, 오른쪽은 우파. 중도보수 기민련(검은색)은 이번 총선에서 더욱 세를 불려 제1당이 되고, 제2당인 중도좌파 사민당(빨강)은 제3당으로 떨어지고, 극우 AfD(파랑)이 이번 총선에서 약진해 제2당이 된다. 리버럴 좌파 녹색당(녹색)과 극좌 좌파당(보라)은 현재세력을 유지하고, 자유주의적 중도보수 자민당(노랑)은 크게 위축된다.

각 정당의 연도별 지지율 변화 추이. 검은 선은 기민련, 붉은 선은 사민당, 파란 선은 AfD, 녹색 선은 녹색당, 노란 선은 자민당, 보라색 선은 좌파당

 

유럽을 흔드는 트럼프의 관세전쟁

재정

독일은 EU 예산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나라로, 유로 체제의 핵심축이다. AfD는 독일이 유로를 버리고 EU에 대한 재정 기여도도 줄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가 관세로 EU를 위협하고 있는 시기에 EU를 이끌어야 할 독일의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다. “수백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보내는 유럽”이라는 트럼프의 원망은 유럽 최대 대미 자동차 수출국인 독일을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좋든 싫든 미국의 관세전쟁 최대 피해국이 될지 모를 독일은 미국 관세전쟁에 대처해야 할 유럽의 리더국이 될 수밖에 없다.

 

유럽 각국의 EU 예산 기여도.

 

유럽 각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 비교. 독일이 압도적으로 많다.

 

극우 극좌 모두 우크라 지원과 러시아 제재 반대

안보 군사

유럽과 세계질서를 흔들고 있는 트럼프에 대처해야 할 중심에 독일이 서 있다. 독일은 유럽 국가들 중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 지원국이며, 따라서 그와 관련한 발언권이 유럽 내에선 가장 크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해 EU 전체가 낸 지원금은 1150억 유로로, 미국 한 나라가 낸 1190억 유로에도 못 미친다. 극우 AfD와 신흥 좌파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 모두 우크라 지원에 반대하고, 러시아 제재에도 반대한다.

 

유럽 각국의 우크라이나 지원금 비교. 독일 영국 네덜란드 순으로 많고, 프랑스는 4번째다. 단위 10억 유로

 

흔들리는 극우정당 배제 ‘방화벽’

총선과 그 이후 전망

23일 총선 이후 어느 정당이든 단독집권은 불가능한 것으로 예측된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당수가 이끄는 중도보수연합 기민련(CDU/CSU)이 약 30%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돼, 그가 차기 독일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민련은 AfD 등 극우 정당과는 연립정권 구성하지 않는다는 ‘방화벽’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선거 캠페인 중에 메르츠가 AfD와 함께 연방의회에서 동의안을 통과시키려 했을 때 방화벽은 매우 위태로운 상태까지 갔다. CDU는 녹색당과의 연정 또는 사민당과의 ‘대연정’도 가능하지만, AfD와 그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표도 상당수 얻었을 것이다. 이는 기민련 중심 연립정권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 AfD 지지자들에게 구애한 메르츠의 연정에 AfD가 배제될 경우 그것이 자유주의(리버럴) 엘리트들 탓이라는 포퓰리스트들의 주장이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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