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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비화폰으로 통화하면서 검찰독립 말할 수 있나?

심우정, 민정수석과 비화폰 통화 논란··· 윤석열 정권, 비화폰 지급 대상 대폭 확대

지난해 10월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은 심우정 검찰총장(왼쪽)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오른쪽) ⓒ뉴시스
검찰총장 심우정이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비화폰으로 두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의문이 나온다. 대검은 수사와 무관한 통화라고 해명했지만, 군·정보기관에나 지급되는 비화폰을 검찰총장에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대통령실과 비밀 접촉한 정황만으로도 논란이다.

최근 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에 김주현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비화폰으로 24분간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검찰청은 “검찰 사건과 관련한 통화는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통화 내용보다도 비화폰의 존재와 사용 자체에 집중되고 있다.

비화폰은 통신 내용과 기록 자체가 암호화되는 보안 장비로, 원래는 군·국정원·대통령실 등 극소수 고위 안보 라인에만 제공되던 장비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비화폰 지급 대상이 급격히 확대됐다. 검찰총장, 경찰·기무 출신 청와대 참모, 일부 부처 장·차관은 물론 김건희 여사에게까지 지급된 의혹이 드러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중심으로 한 권력기관과 검찰·경찰 그리고 군대에 이르기까지 일반 전화나 기록이 남는 통신망이 아닌 보안 전화망으로 서로 직접 연결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9.18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은 2019년 7월 25일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며 “검찰에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은 법집행 권한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실천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심우정 검찰총장도 2024년 7월 25일 취임사에서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여러분이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업무를 수행하여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여러분의 든든한 방벽이자 울타리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더구나 윤석열은 과거 검찰총장 시절 청와대는 물론 법무부 장관을 통한 수사지휘권 발동조차 검찰독립을 해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때문에 대선후보 시절 사법 공약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들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그 기준과 내용이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 압력과 보은에 가까웠다”며 “‘검찰개혁’이라고 외치면서 구체적 사건에 관한 수사지휘권을 남용하고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검찰 개악’을 초래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렇게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한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과 검찰총장이 비화폰을 지급해 검찰총장과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연락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대통령실 만정수석과 감청 불가능한 방식으로 직접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단순한 절차적 문제를 넘어 그 자체만으로도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중대 사안이다.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4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대통령실 비화폰이 지급된 정황을 밝히고 있다. 2025.02.04.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게다가 해당 통화가 이뤄질 당시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본격화되고,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이 무혐의 처리되던 민감한 시점이었다. 실제로 통화 직후인 10월 17일,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제 논란은 비화폰이 권력기관 간 은밀한 연결망으로 작동한 구조 자체에 대한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심우정 총장이 언제 비화폰을 받았는지, 심우정 총장 이전의 이원석 검찰총장에게도 지급됐는지, 검찰총장 등 전임 정부에서 비화폰을 지급하지 않았던 대상에게 누가 지급을 결정한 것인지, 심우정 총장의 비화폰 통화가 지난해 10월 김주현 외에 더 있는지 등 밝혀야할 의혹도 많다. 더구나 12.3 내란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비화폰은 중요한 연락수단으로 활용됐다. 검찰 조직이 이번 내란 과정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어 심우정 검찰총장 비화폰을 둘러싼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져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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