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선배,
오피니언 에디터로부터 ‘유시민의 관찰’ 칼럼을 당분간 중단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편지를 씁니다. 우선 국회의원, 장관, 당대표, 이사장과 스스로 선호하는 ‘작가’ 등 여러 직함을 갖고 계시지만, 이 편지에서는 ‘선배’라고 부르려고 합니다. 기자들이 윗사람을 부를 때 통상 쓰는 호칭이기도 하고, 학생 시절의 기억도 소환해 주기 때문입니다.
제가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했을 때 복학생협의회장을 하고 있는 선배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얼마 후 이른바 ‘서울대 프락치 사건’에서 1심 유죄 선고를 받고 선배가 쓴 항소이유서를 읽고 감탄했습니다. 제 선친이 변호사를 하셨는데, 글씨를 하도 많이 써서 손가락이 불편해 종종 변론이나 준비서면 등을 불러주시면 제가 받아쓰곤 했습니다. 덕분에 법률서면을 곁눈질 했던 제게 그 항소이유서는 아주 달랐습니다. 누구는 선언문이라고 하고, 누구는 성명서 같다 했습니다. 당시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하며 가톨릭에 열심이던 제게는 선배의 항소이유서가 한 편의 ‘신앙고백’ 같았습니다.
졸업 후 신문사에 입사해 정치부 기자로 국회를 출입했는데, 이해찬 의원실에서 만난 선배의 인상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비서관으로 있던 동기를 찾아갔다가, 보좌관을 하고 있던 선배와 우연히 차 한 잔을 하게 됐지요. 이름만 알던 선배를 첫 대면한 김에 오래 전부터 의문을 품고 있던 ‘서울역 회군’ 등에 대한 제법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는데, 어찌 그리 진솔하고 명쾌하게 대답을 하던지….
‘특별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이후 과학기술처 국정감사 등에서 이해찬 의원의 활약을 취재하면서 선배의 뛰어난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선배의 남다른 능력을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언론에 몸담고 있으면서 재주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래도 대개 어느 분야에 한정되는 게 일반적이더군요. 기사를 잘 쓰는 기자도 방송에 나가면 지루하고 재미없기 일쑤지요. 선배처럼 자신의 생각을 글로도 잘 쓰고, 말로도 재미있게 하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