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1% 늘리면 탄소 배출량 2% 늘어
2025년 대한민국의 국방부 예산은 61조 5878억 원인데 비해 농림부 예산은 18조 7416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이 국방 안보에 비해 식량 안보를 가벼이 본다는 증거이다. 둘 다 비상상태가 전개되면 괴멸적인 타격을 받는 건 같은데 왜 식량 안보는 가볍게 볼까? 국방 안보가 무너지면 순식간에 나라가 결딴날 수 있다는 긴박감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긴박감을 핑계로 사회 깊이 뿌리 박은 군산복합 체제의 농간과 외세의 간섭으로 인해 예산 삭감이 쉽지 않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우방국에 국방 예산을 늘리라고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자기네가 너무 많이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지들더러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라고 했나? 자기네 이익을 위해 벌인 일을 두고 남의 나라 예산을 늘리라고 협박하는 것은 이치에도 안 맞고 도리도 아니다. 그렇게 남의 나라를 들들 볶아대며 세계가 불안에 떨게 할 것이 아니라 그냥 세계의 경찰 노릇을 그만두면 될 일이다. 트럼프의 계획대로 한다면 세계의 전쟁 위기와 기후 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기후 위기에 대처할 돈이 계속 국방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최근 이탈리아의 한 대학에서 발표한 군사 활동과 기후 위기의 관계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국방비를 1% 늘리면 연간 탄소 배출량이 2% 늘어난다고 한다. 군사 활동이 강화될수록 기후 위기는 곱절로 심화된다는 얘기다. 생각해 보면 이는 어려운 얘기도 아니다. 전장에서 쏘는 미사일 한 방이 방출하는 탄소가 일 년 동안 도로 위를 달리며 배출된 자동차의 매연보다 많으니까. 지난번에 있었던 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단 며칠 사이에 수 백기의 미사일이 난사되었다. 전쟁하려고 안달이 난 사람들이 국가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한 기후 관련 협약 따위는 종잇장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 위기와 기후 위기는 함께 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기후 위기를 나중의 문제로 보고 국방 안보에만 매달린다면 인류는 전쟁으로 멸망하기 전에 기후 위기로 먼저 지구 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기후위기 대응 특단의 방법 국민개농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님에도 그에 대한 대응이 영 신통찮은 이유는 글로벌한 현상 앞에 선 한 국가나 개인의 무력감 때문일 것이다.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한가하게 우리 집 울타리를 손본다고 해서 재앙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전쟁의 경우는 상대보다 더 많은 군대와 우수한 무기를 갖추면 안심할 수 있지만, 기후 위기는 눈에 보이는 적이 없어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애매하다. 물론 전문가들이 내놓은 기후 위기 대처 매뉴얼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나 매뉴얼 대로 하는 것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있으나 마나 한 지침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그 매뉴얼이라는 것이 자본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면 우리는 특단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특단의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민개농이다. 감히 말하건대 국민개농은 식량 안보 문제와 함께 생태 보전과 국민 행복 증진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이다.
농사를 법으로 의무화 해야 할 때
국가가 법을 통해 국민의 행위에 간섭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금지법’이고, 또 하나는 해야 한다는 ‘의무법’이다. 금지법은 너무 촘촘해도 너무 느슨해도 안 되는데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금지 목록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민의 사회의식이 높으면 사회가 복잡해져도 금지 목록이 늘어나지 않는다.
의무법으로는 국방의 의무가 대표적이다. 이제 우리는 심각한 기후 위기 앞에서 농사의 의무를 법에 박아 넣어야 한다. 농경 시대 지난 지가 언제인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얘기 하면 반드시 공산당이 어쩌고 하는 무리가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복잡한 반론이 필요 없다. ‘의무’와 ‘공산당’을 혼동하지 말라고 하면 그만이다. 의무로 규정하지 않고도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기후 위기 경고가 발동한 지 수십 년이 흘렀어도 전혀 개선의 징후가 없다면 달리 생각해야 한다. 사태가 이 지경임에도 계속 공산당 타령하는 사람들은 기후 위기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이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생태계 거덜낸 대규모 단작 농업
그러면 농사로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전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거짓일 테지만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가장 큰 인자가 농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간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대규모 단작 농업에 의존한 결과 지구 생태계가 거덜 나고 말았다. 산림과 습지가 파괴되었고 이것은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와 생물다양성 감소, 토양 침식 등의 문제로 이어졌다. 석유와 화학 비료에 의존한 관행 농업은 수질 오염과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34%가 농식품 산업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정부는 6월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하였다고 한다. 만약 농업 분야만이라도 생태적으로 전환된다면 이 목표치는 당장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첨단 기술을 이용한 공장식 재배를 권장하고 있다. 만약 공장식 재배가 전면화되면 인간은 자연과는 무관한 ‘GMO 공산품’을 먹게 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가 자연으로부터 멀어짐으로써 빚어졌는데 자연과 완전히 결별하는 전략을 채택한다면 그때의 인간은 아마도 현생 인류가 아닌 새로운 종의 인간으로 진화한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은 공장에서 재배한 채소 정도를 먹고 있지만 단계가 고도화되면 알약 형태의 식품이나 공기 중에서 에너지를 뽑아먹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해법은 인구 대다수가 농사짓는 소농전략
만약 우리가 현생 인류와 결별하고 싶지 않다면 대규모 공장식 농업이 아니라 소농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소농 전략은 절대다수의 인구가 농사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 대부분이 도시에 사는 상황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면서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해 그 방법밖에 없다면 어찌하겠는가? 대규모 단작 농업에 의해 파괴된 지구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그 방법밖에 없다면 어찌하겠는가? 도시 거주 인구 대부분이 농사를 모르거나 농사짓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국방의 의무’처럼 ‘농사의 의무’를 법에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기후 위기의 결정적 순간이 오려면 아직 30년 정도의 시간이 있으므로 그사이에 농업 사회의 면모를 단계적으로 갖추어가면 된다. 그 옛날 사회주의 국가에서 실시하여 실패한 강압적 농업화가 아닌 설득과 계도를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법에 따른 강제가 적절히 버무려진 방법을 사용하면 연착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래의 글은 필자가 15년 전에 먹거리와 관련된 한 시민단체에서 발행하는 소식지에 발표한 것이다. 지금 읽어보아도 유효성이 있다고 생각되어 칼럼의 마무리를 대신하여 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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