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과 환경, 사람과 때에 따라 달리 보이는 갑질
누구든 조직의 리더라면 그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고 싶어 합니다. 이때 1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가급적 훌륭한 직원들로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초보적 리더십 이론에 따르면, 구성원들의 능력이 균일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 통일도 잘 이루어지지 않은 조직에는 전제형 리더십이,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추고 자기 할 일을 잘 알아서 하는 조직은 민주형 심지어는 자유방임형 리더십이 적합하다고 합니다. 어느 경우든 리더가 무능하고 게으르고 지시를 잘 안 따르고 숨어서 딴 짓하는 직원을 좋아할 리 없습니다. 조직 구성원 상위 20%가 조직이 해야 할 일 80%를 한다는 ‘파레토의 법칙’도 있지만, 유능한 리더라면, 전제형이 됐든 자유방임형이 됐든, 더 좋은 인재들을 찾아 조직을 유능하게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권위주의적 조직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받아들여지는 전제형 리더의 언행이나 지시가 민주적 조직에서는 심각한 갑질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바뀌면 갑질 아니었던 것이 갑질로 둔갑해 시비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리더한테 인정 받고 싶었을 때에는 나한테 심부름이라도 좀 시켜줬으면 했는데, 나중에는 그게 바로 갑질이었구나 하는 억울함으로 바뀔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강선우 의원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에서 낙마시킨 ‘갑질 논란’이 을(약자)에 대한 동정심이나 도덕심 혹은 정의감의 발로가 아니라, 어떤 이들의 지극히 사적 나아가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채택된 수단일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3년 내내 윤석열 일당의 처절한 갑질에 당할 만큼 당하고, 지난한 빛의 혁명을 거쳐 간신히 민주정부를 세운 민주진보개혁 시민들은 이 ‘갑질 논란’ 아닌 ‘갑질 소동’에 극도의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혹시나 자신의 도덕심 혹은 정의감이, 개인의 원한을 갚으려 사실을 왜곡하고 침소봉대하는 특정인(세력)에게 이용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재명 정부의 인사에 상처를 주고 길들이려는 악랄한 의도에 속아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정책을 두고 부딪혔던 장관과 국회의원의 갈등이었는데도, 나이 어린 새까만 후배(학교와 여성 정치계)가 바락바락 대들었던 괘씸한 기억으로 남았다가 ‘갑질’로 되살아난 것은 아닌지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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