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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격렬한 반정부 시위, 대체 무슨 일인가

정혜연 기자 haeyeonchung5@gmail.com

  •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 메단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되는 과도한 수당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해부터 국회의원들에게 월 5000만 루피아(약 430만 원)의 주택 수당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5000만 루피아는 인도네시아 빈곤 지역 월 최저임금의 약 20배에 달하는 액수다. 2025.08.27. ⓒ뉴시스
     

    편집자주

    인도네시아에서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물가 급등, 재산세 인상으로 불만이 고조돼 왔다. 8월 25일 자카르타에서 국회의원 수당 논란을 계기로 첫 시위가 벌어졌고, 사흘 뒤 오토바이 택시 기사가 경찰 장갑차에 치여 숨지면서 분노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같은 시기 의원들이 매달 1억 루피아(약 900만 원)에 달하는 각종 수당을 올리는 법안에 환호하는 영상까지 퍼지며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인도네시아 시위 배경을 살펴보는 알자지라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Why are antigovernment protests taking place in Indonesia?

    인도네시아에서 생활비 문제를 둘러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격화됐다. 지난주 수도 자카르타에서 시위 현장을 지나던 오토바이 택시 기사가 경찰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이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금요일 녹화 연설에서 정부와 자신을 믿어 달라며 자제를 호소했다. 그러나 같은 날 시위대는 중앙 자카르타 끼탕 지역 경찰 기동대 본부를 향해 돌을 던지고, 인근 5층 건물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폭우 속에서도 시위는 밤까지 이어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취임한 프라보워에게 가장 큰 정치적 시험대가 되고 있다. 토요일에는 당국이 시위대가 건물에 불을 지르면서 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국민이 거리로 나선 이유 

    국민의 분노는 수개월간 쌓여온 경제적·정치적 불만에서 비롯됐다. 특히 시민들의 불만을 키운 것은 국회의원 580명이 월급과는 별도로 매달 5천만 루피아(약 3000달러)의 주거 보조비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보조비는 자카르타 최저임금의 약 10배, 빈곤 지역 최저임금의 20배에 달한다. 국회의원과 경찰은 오래전부터 부패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민단체 게자얀 메망길은 국회의원들을 부패한 엘리트라고 규정하며 급여 삭감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또 물가 상승과 세금 부담으로 생활이 불가능해졌다며 최저임금을 물가 상승률에 맞춰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경제성장률을 5년 내 8%로 끌어올리고 투자 유치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무역 관세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인도네시아산 제품은 평균 19%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지만, 팜오일·코코아·고무는 예외로 협의됐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인도네시아의 두 번째 수출 시장이다. 세계은행은 2025~2027년 인도네시아 성장률을 연평균 4.8%로 전망했다. 이는 프라보워의 공약과 큰 차이를 보인다.

    시위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전국적 시위는 월요일 자카르타 의사당 앞에서 시작됐다.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돌을 던지고 폭죽을 터뜨리며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은 이를 저지했다.

    목요일에는 충격적인 사건이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오토바이 택시 기사 아판 쿠르니아완(21)이 음식 배달 도중 경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것이다. 당시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이었다.

    금요일에는 수천 명이 경찰 기동대 본부로 몰려들어 교통 표지판과 시설물을 부수고 도로를 마비시켰다. 해가 진 뒤에도 충돌은 이어졌고, 자카르타 전역과 다른 도시로 확산됐다. 시위대는 폭죽과 몽둥이로 맞섰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대응했다.

    수라바야에서는 시위대가 주지사 관저를 습격해 차량을 불태우고 울타리를 허물었다. 욕야카르타, 메단, 마카사르, 마나도, 반둥, 파푸아 마노콰리 등 주요 도시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현재 상황

    토요일, 인도네시아 재난관리청은 마카사르 지역 의회 건물 화재로 3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희생자들은 건물 안에 갇혀 있다가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탈출하려다 건물에서 뛰어내려 부상을 입었다. 화재는 이미 진화됐다.

    싱가포르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시위와 대규모 집회를 피하라고 권고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응 

    프라보워 대통령은 금요일 대국민 연설에서 경찰의 과도한 대응에 충격과 실망을 느낀다며, 쿠르니아완의 죽음에 대해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의 호소에도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의 전망 

    이번 시위는 프라보워 정부의 최대 위기다. 금요일 인도네시아 증시는 1.5% 하락했고 루피아는 달러 대비 0.8% 떨어졌다. 경기 둔화가 심화되면 국민의 불만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프라보워는 취임 직후 민주적으로 일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동시에 필요하다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야권은 그가 군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프라보워는 주말에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 회담 부대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며, 9월 3일에는 전승절 80주년 군사 퍼레이드에서 시진핑 주석 등과 나란히 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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