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냄새를 뜻하는 낱말 '향(香, Incense)'은 인류 역사와 함께 탄생했다. 인류 문명사를 봤을 때 향은 단순히 '향기로운 물질'이라는 보통의 개념을 넘어 그 이상의 의미와 역할을 확장시키며 사회, 문화, 종교적으로 거듭 진화하고 발전해 왔다. 먼 옛날부터 향은 인간의 정신 세계와 영성(靈性)에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향의 역사
인류는 언제, 어디서부터 향을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고대 인도일까, 이집트일까, 아니면 중국일까. 여러 설들이 있지만 현재까지 연구 결과만으로는 정확히 어느 곳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다만 기원전 4000년경 고대 인도에서 향을 피우는 도구인 향로가 발견되었다. 이를 근거로 그 시기와 장소를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처음에 향은 사람의 신체나 음식 또는 실내 공간의 나쁜 냄새를 없애거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다 점차 신앙적 도구로 종교 의례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기독교의 구약 성경에는 향과 향로에 대한 많은 기록이 나온다. 크리스트교에서는 향을 귀하고 좋은 것으로 여기고 신령스러운 의미로 사용해 왔다.
지금도 크리스트교 가운데 천주교, 동방정교회 등은 여전히 특별한 미사나 종교의식에서 향을 사용한다. 향로에 넣어서 태운 향은 예배의 공간을 정화하고 신성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종착지인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에는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 성당이 있다. 이곳은 예수의 12 사도 중 첫 번째 순교자인 대(大)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로마, 예루살렘과 더불어 가톨릭 3대 성지 중 한 곳이다.
이 성당에는 '보타푸메이로(Botafumeiro)'라는 거대한 향로가 있다. 이 향로는 높이 1.5m 무게 53kg으로 청동으로 만든 다음 은으로 도금을 했다.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전설에 의하면 그 기원은 중세 시대라고 한다.
미사가 시작되면 대성당 중앙돔에 매달린 도르래를 이용해 '티라볼레이로'라고 불리는 8명의 성직자들이 밧줄을 당겨 향로를 들어 올린다. 그런 다음 20m의 높이에서 시속 68km 속도로 좌우로 움직이며 성당 안을 향으로 가득 채워 순례자들의 영혼을 정화한다. 이 분향 의식은 콤프스텔라 대성당의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의례 중 하나로 산티아고 순례길의 하이라이트라고 한다.
이슬람 경전 '쿠란'(Quran)'에도 향과 향로를 사용한 기록이 많이 있으며, 향이 신성한 의식이나 예배에 사용되었다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경전에서 향은 신에게 드리는 헌신이나 예배의 한 형태로 묘사되고 있으며 천국을 오가는 매개체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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