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종종 반복되듯이, 강대국이 정점에 오른 뒤 도전에 맞서는 순간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이는 패권이 본질적으로 내부 압력과 외부 도전 사이의 긴장 속에서 유지되기 때문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영국은 세계의 패권국이었지만, 후발 산업국들의 추격을 받으며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영국은 보호무역 관세와 배타적인 특권으로 제국을 떠받치려 했으나, 그 같은 대응은 오히려 쇠퇴를 가속시켜 세계 패권을 내주게 만들었다.
20세기 초 영국의 실패, 그대로 따라가는 트럼프
오늘날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아래에서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기치 아래 관세, 경제 민족주의, 다자주의 리더십 이탈을 강화하며, 스스로가 주도해 온 국제 질서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
이러한 정책 궤적이 20세기 초 영국의 실패한 선택과 놀라울 만큼 평행하다는 점은, 단순한 역사적 유사성을 넘어 오늘의 미국이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트럼프는 제조업 일자리 상실과 무역적자를 명분으로 전면 관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1기 임기에는 중국과의 관세전쟁과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시행됐고, 2기 들어서는 "해방의 날"까지 선포하며 관세의 범위와 강도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4월 5일, 미국은 전 품목에 10% 일괄 관세를 부과했고, 4월 9일부터는 대미 무역적자 규모에 따라 국가별 추가 관세를 얹는 이중 구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10월 초 현재, 관세는 생활·주거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조치들을 보면, 미국의 관세 압력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장비 트럭에 25%, 철강·알루미늄에 최대 50% 관세가 부과되며 제조업 가치사슬 전반에 직접 충격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 브랜드·특허 의약품에는 100% 관세를 예고하면서 미국 내 공장 착공 시 면제를 부여해 사실상 기업 투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생활과 직결된 품목들도 관세 대상에 포함되었다. 소프트우드 원목(10%)과 가구·주방 캐비닛(25%)이 대표적이며, 이는 주택 건설과 소비재 가격에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이처럼 관세 확대는 수입 물가와 공급망 비용을 밀어 올리는 동시에, 상대국의 보복 관세를 유발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단기적 산업 보호 효과와 달리 장기적으로는 비용 상승과 동맹 갈등을 불러오며,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20세기 초 영국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고, 그 결과는 패권 쇠퇴로 이어졌다.
영국은 19세기 내내 자유무역의 선구자로 군림했지만, 미국과 독일 같은 후발 산업국들이 높은 관세와 적극적인 산업 정책으로 추격하면서 점차 우위를 잃어갔다. 수출 둔화와 실업 문제로 국내 정치적 압력이 커지자 자유무역을 고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1932년, 영국은 마침내 수입관세법을 제정해 대부분의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했다. 다만 일부 원자재와 식량, 그리고 특정 제국 내 제품은 예외를 적용받았으며, 이후에는 수입관세자문위원회 권고에 따라 품목별로 추가 관세가 더해졌다.
같은 해 열린 오타와 회담에서는 제국 특혜 체제를 공식화하여, 영연방 내부에는 특혜를 주고 외부에는 장벽을 세우는 이중 구조를 제도화했다. 이는 영국이 스스로를 제국 블록에 가두는 선택이었으며, 기존의 개방적 무역 질서와 결별을 의미했다.
이러한 조치는 단기적으로 산업 보호와 제국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곧 소비자 물가 상승과 해외 보복관세가 뒤따르면서 영국 경제는 새로운 제약에 직면했다.
더 큰 문제는 보호막 안에 있던 산업이 경쟁 압력을 잃고 점차 혁신 능력을 상실한 것이었다. 결국 영국은 장기 침체의 길로 들어섰고, 세계 경제 질서의 주도권도 미국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
역사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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