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자는 법원에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회사가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는 언론의 핵심 가치이고, 대선을 두 달여 앞둔 민감한 시기에 뉴스데스크라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매체를 이용하여 보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위 정도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면서도 ‘어떠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보도했거나 정치적 의도를 가진 세력에 편승하거나 동조하여 보도하였다고 평가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기자 스스로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교수를 섭외하여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를 들어 해고는 과하다고 판결했다.
법정에 선 사람들은 판사 오판에도 속수무책일 뿐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생면부지의 사람이 기자에게 접근하여 특정 후보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자료를 제공했다면 그 자체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그 정도의 분별력도 없다면 기자를 해선 안 된다. 제보가 들어오면 제보자는 신뢰할 만한 인물인지, 개인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의도가 있어 언론을 이용하려는 건 아닌지 검증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기본적인 윤리이고 보도 준칙인데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 윤리만 성실하게 지켜도 ‘공작성 보도’는 불가능하다.
표절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표절이 아니라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확보했다면, 당연히 기사에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 그 기자는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의견은 세 명씩이나 익명에 목소리까지 변조하여 기사에 반영하면서도, 표절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전문가를 찾아가 정식으로 인터뷰를 하고도 보도에서 배제했다. 기계적 균형조차 지켜지지 않은 엄청난 편파이고, 정상 참작의 사유가 아니라 가중 처벌의 사유가 되어야 마땅한데, 1심 재판부는 황당하게도 징계가 과하다는 정상 참작의 사유로 삼았고 2심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판이 분명해 보이는 판결에 불만이 컸지만, 회사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대법원은 하급심에서 법 해석과 적용에 잘못이 있는지만 따지는 법률심이고 사실관계는 따지지 않아 판결이 번복될 가능성이 없고 시간과 비용만 낭비한다는 변호사들의 판단을 회사는 수용했다. 판결에 불만이 매우 컸지만, 승복 외에 달리 대항할 ‘무기’는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판사는 왜 가중 처벌의 사유를 정상 참작의 사유로 바꿔 판단했을까? 언론 쪽의 사정에 어두워서 그런 걸까, 혹시 한쪽으로 경도되어 있어 불리한 증거도 유리한 증거로 보였던 건 아닐까? 2심의 판결문은 1심 판결문을 거의 옮겨쓰다시피 하고 복사수준으로 베낀 것 같은데, 그건 왜 그런 걸까?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다시 열어 해고 아래 단계의 징계를 결정했고, 그 기자는 또 소송을 제기했으나 회사가 승소했다.)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은 바로 사법부가 한 것”
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어느 판사가 ‘법 왜곡죄는 판결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무기를 주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는 기사를 보고 경악한 건,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서다. 판결을 존중하고 싶어도 존중할 수 없는 기억이 있는 나로선 ‘판결에 불만을 품고’라는 말이 무슨 역모죄를 꾀하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들려 불쾌했다. 판사는 신과 같은 존재여서 죽은 사람 살리는 것 빼고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판사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농담도 아니고 과장도 아닌 것 같아 불안했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