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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 858기 실종사건 26주기 추모제를 맞이하여

KAL 858기 실종사건 26주기 추모제를 맞이하여
 
 
 
신성국 신부 | 2013-11-29 09:04:1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오늘 2013년 11월 29일은 KAL858기 사건 발생 26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사고를 처음 접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심정이었습니까? 이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어떤 분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고 합니다. 몇 날 몇 달을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얼빠진 사람처럼 살았다고 합니다. 실종자 115명의 피해자 가족들은 저마다 충격, 슬픔이 컸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정부의 부실하고 허술한 조사와 엉터리 수사 발표를 접할 때마다 불신과 분노는 감당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당하는 수모와 배신은 우리 마음을 갈래갈래 찢어놓았을 것입니다.

▲ 2012년11월2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작은형회제 1층 성당에서 열린 KAL858기 사건 25주기 추모제에서 KAL858기 사건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신성국 신부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한편 정부측 발표대로 가해자인 김현희에 대하여 정부가 보여준 파격적인 특혜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115명의 테러 살해범이라는 피고 김현희에게 정부는 한번도 죄수복을 입히지 않았습니다. 김현희를 안기부 안가에 모셔놓고 불편함 없이 생활하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자마자 곧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대통령 특별사면을 단행해주어 자유의 몸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실정법에는 한 사람을 살인해도 무기징역을 사는데, 115명을 죽이고 항공기를 폭파했다는 테러범 간첩 김현희를 영웅처럼 대우해주고, 초법적인 혜택을 베풀어주었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전두환 노태우 정권은 김현희에게 무한한 특혜와 은전을 아낌없이 베풀어주었습니다.

그에 비하여 피해자 가족들은 어떻게 대우했습니까? 진상규명의 요구를 묵살했고, 방해하고 탄압했습니다.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은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책임을 져주기는커녕 오히려 무시하고 내팽개쳤으니 가족들의 억울함과 분은 삭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건이 발생한지 26년이라는 긴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는 아직도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고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습니까? 정부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가족들을 탄압하는 만행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파렴치한 행위는 진실을 은폐하기 위함입니다. 자기들의 수사 발표가 모두 거짓이고, 김현희는 테러범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들의 비밀, 음모, 조작이 드러날까 봐 너무 두려워서 진상규명을 외치는 피해자들의 입을 봉해버리고, 온갖 탄압을 가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6년의 세월동안 여러분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금까지 꿋꿋하게 걸어 오셨습니다. 가족들의 용기와 신념에 존경과 찬사를 보내고자 합니다. 어떤 난관이 와도 왜 우리는 진상규명을 멈출 수 없습니까?

첫째, 이 사고로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죄없이 억울하게 고인이 되신 남편과 가족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입니다. 그분들은 돌아가셨는데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한 것인지 그 진실을 제대로 알고 싶습니다. 진실을 알아야 그분들의 영령을 편하게 보내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앞으로는 우리처럼 억울한 사람들이 이 땅에 생겨서는 안됩니다. 잘못된 정권이 들어서면 이상한 사건을 꾸미고 조작하여 억울한 국민들이 많이 생겨납니다. 작년에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랬지만 살인마 전두환의 후예들이 또 정권을 잡아 국민들을 절망시켰습니다. 그들이 또 어떤 사건을 조작하여 국민들을 억울하게 만들지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KAL858기 조작 사건의 진상규명이 되어야 국가 폭력에 의한 억울한 국민들도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 최근에 박근혜 집단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을 해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하였습니다. 가족회와 천주교사제단은 KAL858기 사건 수사 발표가 허점과 의혹이 많아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것뿐입니다. 북한과 전혀 상관없이 가족을 잃은 피해자 입장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진상규명 운동을 한 것인데 이를 종북세력으로 매도하는 박근혜 집단의 종북 매도에 분노를 느낍니다. 거짓을 밝혀내고 진실을 알고 싶다는 KAL기 가족과 국민들을 향해 종북이니 빨갱이니하는 친일매국노들이 더 이상 이 나라를 다스려서는 안되기에 우리는 끝까지 진상규명을 해야 합니다. 진상규명이 되면 그들은 더 이상 국민들을 우롱할 수 없고, 조작할 수 없습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 지난 13년간 가족회를 앞장서서 이끌어오신 차옥정 회장님과 임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차 회장님은 현재 건강도 안 좋으시고, 정신적으로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계셔서 사의를 표하시고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셨습니다. 진상규명을 위해 불철주야 수고하신 전 임원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새로 임원진이 구성되어 새로운 차원에서 진상규명운동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6주기 추모제에 참석하시는 가족분들, 여러 시민사회단체분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어떤 어려움에서도 26년을 이끌어온 우리들의 피와 땀은 반드시 결실을 맺으리라 믿으며 진상규명의 그날까지 함께 손을 잡고 연대하며 힘차게 나아가기를 기대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추모제는 오늘 29일 10시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작은형회제 1층 성당에서 열립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8&table=sk_shin&uid=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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