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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이냐 ‘종박’이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11/29 09:39
  • 수정일
    2013/11/29 09:3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논평>‘종박’을 위한 ‘종박’에 의한 ‘종북’의 전성시대
 
한성
기사입력: 2013/11/28 [18:34] 최종편집: ⓒ 자주민보
 
 
박근혜정부의 정치운용만큼이나 단순한 논리구조를 갖는 정치구조는 최근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나 김영삼 정권 심지어는 전두환.노태우군사정권과도 비교되지 않는 단순함을 박근혜정부는 보이고 있다.
유신정권이 그러했던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노선과 정책은 무조건 옳은 것이다. 이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모든 태세는 순식간에 ‘종북’이 되고 만다. 단순함의 극치이다. 이 단순한 논리는 그 어떤 중간조차도 허용하지않는다. 유신독재 그대로이다.
정치인들이 ‘종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이유이다. 박근혜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한다는 의미에서다. 이에 따르면 지금 우리사회는 극도로 단순해져서는 오직 ‘종박’과 오직 ‘종북’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종박'이 아니면 '종북'이라는 논리만 존재한다. 야만의 극치이다.

우리사회에는 왜 이리 ‘종북세력’이 많을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물었다. 정치운용을 극히 단순화시켰을 때 생기는 현상으로서 세뇌된 단순무식함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단순한 정치운용의 본질을 꿰뚫었을 때 구사할 법한 조롱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어, 어떻게 된 것이 그 ‘종북세력’이 이리도 심하게 판을 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웬만한 언론들은 그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 언론으로서 기능을 이미 오래 전에 잃어버린 탓이다. 하여 ‘종북’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최근 삭풍처럼 휘몰아치는 종북몰이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할 것이었다. 이웃을 잘 살펴봐야한다는 말이 나왔다. 직장동료를 의심해보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도 나올 법하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면 ‘당신 종북이지’ 라고 말을 해야되는지도 모른다.

이석기 국회의원은 종북국회의원이 되어있다. 물론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이 의원을 사퇴시키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통합진보당 역시 종북정당으로 낙인찍혀있다. 국무회의는 헌법재판소에 진보당은 종북정당이므로 해산시켜달라고 심판을 청구해놓고 있다.
‘종북신부’가 된 신부도 있다. 박창신 원로 신부가 그다.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전북교구의 대통령 퇴진 촉구 미사에서 한 강론때문이었다.
박 신부가 소속되어있는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도 ‘종북사제단’으로 되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27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동작문화복지센터에서 '반국가·종북 정의구현사제단 망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천주교정의구현 사제단을 종북사제단이라고 했다.

‘종북’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두가 ‘혁명’과 관련되어있다. 지난 5월 통합진보당 경기도당이 당원을 불러 모아 정세교양을 했는데 이를 두고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혁명조직’이라고 불렀다. 혁명조직은 고유명사가 아니다. 일반명사이다. 그런데 혁명조직에 대한 영어 표현의 이니셜인 ‘RO’는 그 무슨 고유명사 같은 느낌을 준다. 국정원과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이석기의원은 ‘RO’의 ‘총책’이다.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혁명조직’은 강령과 규약이 무엇인지 그리고 구성 또한 어떻게 되어있는지 아직은 알려진 것이 없다.
이석기 의원이 ‘혁명조직’의 ‘총책’이라면 박창신 신부는 ‘혁명전사’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박창신 신부를 그렇게 규정했다. 김 의원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박 신부를 ‘사제복을 입은 혁명전사’라고 말해 함께 토론을 진행하던 민주당 박범계의원을 경악시켰다.
그렇지만 박 의원 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경악한 것은 국민들이었다. 보수.반북단체가 재빠르게 치고 나와서는 박 신부를 사법처리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보수단체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면 박 신부의 발언은 일시적 망언이 아니다. ‘이적행위이자 반역행위’라는 것이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그리고 내란 선동 혐의로 그렇게 박 신부는 곧바로 고발당했다.
대통령까지 나섰다. “국민을 분열시키는 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박 신부에 대한 협박처럼 들렸다. 결국 검찰은 박 신부에 대한 보수단체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공안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나가고 난 정확히 하루 뒤인 27일에 일어난 일이다. 사제의 강론까지도 국가보안법과 내란음모죄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탄식했다. 그 탄식이 더 길었던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뜻을 구체화한 것처럼 보여서이기도 했다.

‘정의’가 ‘종북’이 되고 그리고 그 ‘종북’이 또 ‘혁명’과 연계되어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경험했던 것은 일사분란함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이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일사분란함 혹은 질서정연함에 대해 누구도 새삼스러워하지는 않았다. 사실, 언제라도 그러했다. 공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은 보수 언론이었다. 그 뒤를 따라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견해를 밝혔다. 보수단체의 완력 행사가 그 뒤를 이었다. 검경의 움직임이 정형화된 것처럼 보이는 매뉴얼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정의롭고 양심적인 신부’인 박창신 신부는 그렇게 ‘종북신부’이자 ‘혁명전사’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실은 모든 ‘종북’이 다 ‘혁명’과 연계되어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보여주기는 한다. “검찰총장 재직 당시 종북 활동 전력이 있는 검사들을 찾아 사퇴시키고 징계했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시민단체 ‘푸른 한국 청렴공정 버스’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법질서 준수와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세미나’에서 그렇게 말했다.
박 신부 문제가 빅뉴스로 전국을 관통하는 즈음인 25일 한 전 총장은 그렇게 흥미로운 얘기를 했다. 검사 1900여명 모두를 점검했다고 했다. 그 결과 “종북활동을 하다 검찰로 들어온 검사를 찾아내 남자 검사는 사퇴시켰고 여자 검사는 징계했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북검사’가 있기는 했지만 그 검사가 ‘혁명’과 관련 있다는 보도는 아직까지 접하지않고 있다.

국회의원, 정당, 신부, 사제단 등 거의 모든 것들에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지는 종북몰이는 도대체 어디까지 그리고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사람들은 어쩌면 머지 않아 ‘종북목사’까지 확인하게 될지도 모른다. ‘종북’과 관련 있을 법한 사건들이 개신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선, 27일이었고 장소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앞이었다.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개최한 <불법-부정 선거 무효,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 기자회견>이었다.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대선을 “국가기관의 부정한 개입에 의해 국민의 선택권이 유린된 명백한 부정선거”로 규정지었다. 그리고는 “부정선거의 결과에 의해 취임한 현 대통령은 국민에 의하여 선택된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히며, 퇴진을 요구한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인 정태효 목사는 “하나님의 정의가 강처럼 흐르게 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이 자리 섰다”고 했다. ‘희년함께’ 대표인 방인성 목사도 “종교계와 대결하는 양상을 보면서 박근혜 정부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검찰 기소 내용만으로도 선거는 무효이며 따라서 정권 정통성을 잃은 박 대통령은 자진 사퇴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정태효 목사나 방인성 목사는 자신이 ‘종북목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을 하고 있기는 한 것일까?
그 두 목사가 과연 ‘종북목사’로 낙인찍히게 될지 안 될지는 더 두고 봐야 알 수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대위의 본격적인 활동이 이후에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공대위 측에 따르면, 28일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평신도 100인 선언’을 시작으로 향후 시국선언을 확대하게 된다.
12월 6일에는 청계광장에서 시국기도회를 열고 대한문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12일 여러 교단 소속 목회자와 신도들이 연합해 전국기독교인 시국기도회를 기독교회관에서 열고 역시 거리행진을 하게 된다.
또 16일부터 성탄절인 25일까지 서울광장이나 대한문 앞에서 금식기도를 이어가며, 25일에는 서울에서 대규모 성탄 시국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단순하게 운용되고 있는 박근혜 식 정치논리에 따르면 머지 않아 ‘종북종교’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을 것처럼 보인다.

오직 ‘종박’이냐 ‘종북’이냐만 횡행하는 현 정국이 더 심화되든 아니면 파탄을 맞든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정세분석가들의 견해는 언제라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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