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전시작전권 환수를 공약하고 빠르면 2027년 말까지 마무리하려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우리 돈 내며 방위를 책임질 건데, 전작권을 미국이 왜 갖고 있느냐”고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미국 쪽은 전작권 전환은 시기보다 조건 충족이 우선이라는 태도를 보이며 시기 역시 2029년 1분기(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를 제시했다. 한-미 간 온도 차가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한국군은 아직 능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겨레는 6·25를 계기로 3회에 걸쳐 전작권 환수 쟁점을 짚어 본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내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지키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크게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해야 맞겠죠”라고 하자 안 장관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전작권 환수는 군사주권을 회복하고, 유사시 전쟁을 스스로 수행하는 능력을 지닌다는 의미를 띤다.
하지만 보수 쪽은 “한국군은 아직 능력이 부족하다”며 ‘신속한’ 전작권 환수가 아니라 ‘신중한’ 전환을 주장한다. 이들은 한국군은 미군에 견줘 북한을 감시하는 정보자산이 부족하고, 정밀타격 능력이 제한적이며, 지휘통제체계도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유사시 한국 방어에 투입되는 한미연합 전력 가운데 미군 전력은 거의 없다.
지상군은 99%가 한국군 전력이다. 해군은 95% 이상, 공군은 90%가량이 한국군 전력이다.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이 전쟁을 대부분 책임져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현재 2만8500명인 주한미군 가운데 육군은 1만8천명, 공군은 8천명이다.
특히 주한미군은 전쟁 초 직접 전쟁을 수행하는 데 투입되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는 전쟁 초기 주한미군 지상군의 상당수는 미국인 대피작전에 투입된다”며 “미군은 한반도 작전계획에서 미군 전력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내일 전작권을 회수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자신감은 “대한민국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국방력을 갖추게 됐다”(지난해 10월 국군의 날 기념사)는 판단에 터잡고 있다.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등의 자료를 보면, 북한의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24년 기준 약 43조7천억원 수준인데 같은 해 한국의 국방 예산은 59조4천억원이었다. 한국의 국방비가 북한 전체 국가경제 규모보다 많다. 남북 국방비 격차는 430억7천만달러 대 16억440만달러로 26배(2018년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로 추정된다. 북한은 국방비를 전체 예산의 15.8%까지 배정해 “자위적 핵억제력과 전쟁 수행 능력을 끊임없이 확대 강화해 나가겠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 국내총생산이 북한의 59배(2024년 기준)라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다.
전작권 환수가 본격 준비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한국군에 투자된 순수 전력증강비(인건비 등 제외)만 누적 규모로 176조3천억원이다. 이 돈은 전장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정보감시정찰, 상대 전략·전술 목표를 즉각 타격할 수 있는 정밀타격, 모든 전력과 정보를 통합해 순간적인 결정을 할 지휘통제 능력 건설에 주로 투입됐다. 한·미가 2014년 조건부 전작권 전환 합의 때 설정한 기준으로 알려진 정보감시정찰, 정밀타격, 지휘통제 능력에 집중적으로 전력을 강화한 것이다.
한국군은 과거 미국 정찰위성, 정찰기 등 미국 정보자산을 통해 북한 움직임을 파악해야만 했다. 2012년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그린파인 레이더를 도입하기 전까지 한국군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쏴도 미국이 정보를 주지 않으면 그 사실을 몰랐다. 독자적인 대북 감시망을 갖추지 못한 한국은 미국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신세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은 현재 한반도를 2시간 단위로 체크할 수 있는 독자 군사 정찰위성 5기를 운용 중이다. 향후 초소형 위성 30~40여기가 발사에 성공해 정찰위성들과 상호 보완적인 운용을 하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등 북한군의 위협을 거의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 한국군은 이미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4대를 미국에서 도입해 북한을 감시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국내 첫 전략급 무인항공기인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 양산 1호기가 출고됐다. 이 무인기는 고도 10㎞ 이상 상공을 비행하며 지상 목표물을 실시간 감시한다. 이성춘 동국대 북한학과 대우교수(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장)는 “우리 군이 전작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정밀타격 능력에서도 한국군은 현무-2, 현무-3, 현무-4, 현무-5 미사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등을 확보했다. 지난해 말부터 일선부대에 실전배치한 현무-5는 탄두 무게가 8톤가량으로 북한의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고위력 탄도미사일이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킬 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대량응징보복) 중 대량응징보복을 완성할 핵심 무기로 꼽힌다. 지휘통제(C2)도 한국군은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를 기반으로 군 정보관리체계(MIMS) 등을 통합한 전장관리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안규백 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미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한·미 양국이 2020년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가 이미 충족됐다고 합의한 것을 포함해, 우리 능력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014년 당시 합의한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정보감시정찰, 정밀타격, 지휘통제 능력에서 이미 독자적 운영 수준을 달성했다”며 “한국군이 확보한 이 능력들은 미국·영국·프랑스·이스라엘 등 경제력과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군사강국이 보유 가능한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한국군 일부에서는 무인기 위협 증가 등 전쟁 양상 변화, 극초음속미사일 등 북한의 새 무기 개발 등에 대응해 전작권 환수 조건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한국군이 드론을 막을 능력이 부족하고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 각종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섞어 쏠 확률이 크기 때문에 방공망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예비역·현역 장성들은 미군과 같은 하드·소프트웨어를 지녀야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전작권 환수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바뀌는 조건을 계속 따라가면 전작권 환수는 기약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987년 노태우 대통령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겠다고 했을 때도 시기상조론이 나왔고, 그로부터 거의 40년 동안 우리 군 능력이 많이 향상됐음에도 계속 같은 얘기가 나온다. 전작권 전환은 조건이나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의지의 문제이고 정책적인 선택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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