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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길잃은 2차바티칸공의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2/11/01 10:42
  • 수정일
    2012/11/01 10:4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한국에서 길잃은 2차바티칸공의회

 
조현 2012. 11. 01
조회수 661추천수 0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박동호 신부 인터뷰

 

나무 아래 박동호 신부-.jpg

박동호 신부

 

 

 

사제들이 신자들을 향해 선 채로 우리말로 미사를 하고, 평화의 인사를 하는 모습은 이제 국내 성당에서 자연스런 모습이다. 그러나 불과 50년 전까지도 가톨릭 성당에선 라틴어로밖에 미사를 할 수 없었고, 사제는 제단을 향한 채 서야 했기에 신자들은 사제의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50년 전 열린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가톨릭의 ‘전례’뿐 아니라 ‘사목’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꾀해 가톨릭교회 2000년 역사상 ‘최대의 사건’으로 꼽힌다. 1962년 10월 교황 요한 23세가 주도해 열린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시대 적응’을 내세워 교회의 보수적인 면을 완전히 탈피하고 과감한 교회제도·전례의식·교육·계시 등에 관한 재해석과 개혁의 자세를 드러내 이후 가톨릭교회에 일대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도 한국 가톨릭 신자들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대해 잘 모른다. 왜일까. 그 이유와 공의회의 의미를 알기 위해 박동호(53·서울 신정동성당 주임) 신부를 만났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인 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정통한 사제다.

 

 -언제부터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주목하게 됐나.

 “강우일 주교가 권해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국가톨릭대학교 대학원으로 유학을 갔을 때다. 서울가톨릭대에선 학부나 대학원에서 모든 과목이 교회 초기 역사부터 시작해 중세를 배울 때쯤 학기를 마쳐 근·현대 교회에 대해선 배울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미국에선 거꾸로 현대 교회부터 가르쳤다. 아마 진보적이고 실용적인 미국 가톨릭의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곳에선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4~5주 동안 집중적으로 가르쳐 교회의 변화를 배우게 했다.”

 

 -77살의 노령에 교황이 되어, 과도기 교황 정도로 인식됐던 요한 23세가 어떻게 보수적인 가톨릭교회를 개혁할 수 있었나.

 “전임 교황들은 이탈리아 귀족가문 출신이었다. 신분상 안정적이고 전통에 익숙했다. 그러나 요한 23세는 학교도 삼촌집에서 다닐 정도로 가난한 시골 출신이었다. 신부가 되어서는 정교회가 많은 불가리아와 무슬림 국가인 터키 등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18세기 이후 교황도 세속적 권한을 잃고 바티칸시국에 갇혔다. 20세기는 1, 2차대전과 대공황, 제3세계 국가들의 독립, 북반부 제국들과 남반부 신생국가들의 빈부 격차, 핵전쟁, 동서 냉전 등의 격변기였다. 그는 외교관으로서 세상을 지켜보면서 세상이 어디로 굴러가는지, 교회가 과연 무엇인지를 고뇌하고 성찰했기에 그런 변화를 이끌 수 있었다.”

 

 -1963년 요한 23세의 서거 이후 교황이 된 바오로 6세는 보수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떻게 공의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나.

 “이탈리아에서 사회주의 운동의 요람으로 교회와 사회주의의 최전선이었던 밀라노의 주교로 임명됐을 때 그는 싸우기보다는 대화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동서, 남북, 종교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갈등보다는 대화를 택했다. 사목 헌장에선 ‘세상과의 대화가 인류에 대한 사랑의 징표’라고 명시하고 있다.”

 

2차 바티칸공의회 회의장면-.jpg

제2차 바티칸공의회 회의장면. 2천년 가톨릭교회 역사상 21번째로 열린 이 공의회엔 2800여명이 참석해

역사상 가장 크고, 가장 기념비적인 공의회가 됐다. 사진 한국가톨릭주교회의 제공

 

 

 -제2차 바티칸공의회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가톨릭교회는 전통을 부인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한다. ‘하느님의 백성’에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개신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등 신자 여부와 종교 유무를 가리지 않고 양심과 선의에 따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포함시켰다. 또 교회의 사명을 “인간의 존엄성을 증진하고, 인류 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으로 ‘사목헌장’에 못박았다. 이로 인해 인권과 정의·평등·평화 등 가치가 가정과 사회, 국가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 되었다. 사랑과 정의의 가치를 실현하는 게 ‘복음화’가 된 것이다.

 

 -‘사목헌장’이란 무엇인가.

 “최상의 권위를 가진 문헌이다. 국가에서 헌법과 같은 것이다.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따라야 하는 것이다.

 

 -한국 가톨릭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제대로 인지하며 실천하고 있는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의 활동으로 한국 가톨릭이 현실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외부에 비치는 경향이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박동호 신부와 예수가족상-.jpg

서울 신정동 성당 예수가족상 옆에 선 박동호 신부

 

 

 -그 이유가 뭔가.

 “교회가 중대형화하고 교인들도 중산층화하면서 사제와 신자들도 인간 존엄성이나 공동선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기복과 개인적인 구원에 비중을 둬 개인주의화하는 경향이 짙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선 ‘교회는 세상과 타인을 위한 도구’라고 했지만, 교회 안에서 소외되고 힘없는 이들은 신자 축에도 못 끼는 게 현실이다. 세계화라는 해일에 교회도 휩쓸려 세상 논리에 중독됐다. 체격만 커졌고, 체질은 허약해졌다.”

 

  -제2차 바틴칸공의회적 관점으로 현실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경제 불평등을 해소하는 게 정의이고, 군비를 축소하는 게 평화이다. 사랑과 정의의 가치를 어떻게 행정·입법·사법에 실천하느냐가 중요하다. 요리하라고 준 칼을 사람과 생명을 해치는 데 쓸 후보라면 당연히 안 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살리기 위해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교회가 과연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가장 절실하다. 그렇게 하려면 주교와 신부, 신부들끼리, 신부와 신자간, 신자들끼리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2차바티칸공의회 정신 되새기는 행사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되새기는 행사가 열린다.

 

 우리신학연구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돌과 아시아주교회의연합(FABC) 창립 10돌’을 맞아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아시아의 평화’를 주제로 내걸고 아시아청년아카데미 행사와 실천신학포럼을 연다.

 

 아시아청년아카데미 행사는 오는 3일부터 11일까지 8박9일 동안 경기도 수원시 화서동 수원교구대리구청 안 가톨릭청소년문화원에서 열린다. 같은 장소에서 12~14일까지는 실천신학포럼이 이어진다.

 

 이번 아카데미 행사엔 인도의 평화활동가인 니디아 사가얌 아시아주교회의연합 사무총장이 ‘해군기지와 핵발전, 정의평화의 인권적 접근’을 주제로 한 글을 발표하며, 필리핀 활동가인 레이날드 라루토 박사가 ‘아시아 생태계 위기’를, 아시아신학연대센터장 황경훈 박사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정의평화, 생태문제’를 각각 발표한다. 아카데미 참여 활동가들은 3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생명평화대행진에 함께한 뒤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도 찾는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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