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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핵폭탄을 옆에 두고 살고 있다"

[탈핵 좌담회] 툭하면 사고·비리, 전남 영광핵발전소

<탈핵신문> .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1-02 오전 8:17:46

 

 

정부의 '원자력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고 대안으로 '탈핵'을 내세우는 <탈핵신문>은 4.11 총선 이후 지역별로 전개되고 있는 반핵 운동의 현안과 과제를 점검하는 연속좌담회를 기획했다. 지난 7월에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좌담회를 열었고 8월에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지난 9월 19일에는 전라도 지역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중 전라도 정읍지역자활센터에서 열렸던 토론회 내용 일부를 요약 정리했다.

영광핵발전소는 전라남도 영광에 있다. 현재 6기가 운영 중이다. 사실상 영광군과 고창군의 경계, 즉 전남과 전북의 경계에 있어 영광·고창핵발전소로 호칭하는 것이 더 알맞다. 1986년과 1987년 각각 상업가동을 시작한 영광 1호, 2호기는 이미 26~27년 이상을 가동한 노후 핵발전소로, 현재까지만 약 155차례 고장사고가 있었다. <편집자(탈핵신문)주>(☞ 토론회 전문 보기)

박맹수(원광대 교수·전북 한살림 고문) : 세계사를 후쿠시마 사고 전후로 구분할 정도로, 후쿠시마 사태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방사능 물질이 우리나라까지 날아왔고, 한국 시민도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방사능이 가져오는 공포를 자각하게 됐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는 핵발전소를 유지·확대하고 한국형 핵발전소를 국외수출하는 자손 대대로 용서할 수 없는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전북) 지역에는 영광핵발전소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박상은(광주환경운동연합 팀장·핵 없는 세상을 위한 광주·전남행동) : 영광대책위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광주·전남공동행동(이하 광주·전남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영광과 광주·전남 지역은 90년대부터 환경운동연합 등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초기 활동가들이 연로해져 감에 따라 다소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인 지난해 2월, 고흥과 장흥 등지에서 신규 핵발전소 유치 논란이 있었다. 이때 처음 핵발전소에 관심이 생겼다. 당시 한 사안을 중심으로 지역이 연대하는 분위기가 사라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문제로 연대단체를 만들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올해 초 탈핵을 위한 광주·전남 조직체가 필요하다고 생각으로 다른 지역과 단체에 이를 제안했다. 이후 지난 4월 28일 광주·전남 공동행동이 발족했다.

현재 광주·전남 공동행동 실무를 하고 있지만, 답답한 점이 많다. 시민을 대상으로 강좌를 하는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활동이 많이 무뎌졌다.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서로 지쳐있는 상황이다. 간혹 술자리에서는 단체들을 만나면 이렇게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막상 조직적으로 일을 진행해보려고 하면 '우리 단체 상황이 이래서, 뒤로 미뤘으면 좋겠는데…'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6월 말 공동대표단 회의 이후 아무런 활동도 못하고 있다.

하반기 계획은 방사능 계측기로 광주 주변 학교 등의 주요지점에서 방사능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는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 영광 현장 방문 프로그램, 영광핵발전소 인근에 방사능에 민감한 자주달개비꽃을 심는 프로그램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7월 영광 6호기 정지사고가 있었지만, 성명서밖에 내지 못했다. 6호기 제어기 구동장치 전자회로판이 타 정지사고가 발생했다.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사고가 11차례 있었다. 이처럼 사고는 계속 발생한다. 그런데 이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새 부품을 끼우고 재가동에 들어갔다. 부품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냥 교체 후 재가동한다. 핵발전소와 관련해 물어볼 사람이 없어 아쉽다.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독학으로는 한계가 있다.

순천은 순천YMCA, 생협 등을 중심으로 적극 활동하고 있고, 여수환경운동연합도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핵발전소와 거리가 멀다 보니 적극적이지 않다. 게다가 고흥, 해남 화력발전소 문제로 역량이 흩어져 있다. 이들은 올 하반기에는 화력발전소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숙(고창여성농업인센터 소장·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준)) : 작년까지는 활동이 없다가, 올 3월부터 농민회, 전교조 등이 모여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5월에 동국대 김익중 교수 초청 강연회를 했고 8월에는 암 발생 주변지역 역학조사 결과를 설명회를 열어 발표했다. 9월에는 무소속 김제남, 민주통합당 김춘진 의원을 초청해 간담회를 했다. 이런 행사들을 통해 핵발전소 현황과 과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적절히 대응을 만들 작정이다.

일단 고창에 독자적인 민간 환경감시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모아 지난 10월 9일 출범했다. 영광핵발전소를 어떻게 빨리 안전하게 폐쇄할 수 있을지도 논의해야 한다. 추석 이후 출범식을 계획하고 있다.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핵 없는 세상을 위한 전북모임(준)) : 전북모임도 준비위원회 단계에 있다. 지난 3월 10일 후쿠시마 1주년을 계기로, 환경단체와 한살림이 '지역에서 탈핵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모아 3개 단체가 준비모임을 우선 시작했다. 총선은 결과가 좋지 않아 실망했다. 한동안 조용히 지내다가, 탈핵 운동을 안 할 수 없다는 생각에 5월부터 다시 한살림, 환경연합, 녹색연합, 한울생협, 아이쿱전주생협, 전주의료생협, 고창대책위, 부안시민발전소 등이 모여 다시 준비모임을 시작했다. 6월에는 전북 한살림의 박맹수 교수 강연회를, 지난 8월에는 동국대 김익중 교수 강연회를 전북 전교조와 함께 열었다.

현재는 '단체와 활동가들이 먼저 핵에 대해 이해하자'란 의견을 모아 공부모임을 하고 있다. 지난 회의에서는 '우선 생협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하고, 전북의 다른 시민단체로까지 확대해야 하지 않겠는냐'는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형식적 확대보다, 먼저 내용적인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대책위 출범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핵발전소가 전남·영광에 있다 보니, 전북은 활동이 뜸했다. 탈핵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반적인 강연, 캠페인 등이 중심이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를 강도 높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영광핵발전소 대응이 주요활동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다.

박맹수 : 시·군 단위의 활동은 한계적이며, 역량의 한계도 있다. 일본 원전법은 발전소 반경 10㎞ 안에 있는 지역의회가 결의하지 않으면 핵발전소를 가동할 수 없도록 했었다. 그러다 후쿠시마 사고 후 법을 개정했다. 이제 반경 20㎞ 안에서는 지자체 동의가 없이는 핵발전소를 가동 못 한다. 심지어 최근 오사카 시장은 100㎞ 반경 안 지자체에도 의결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후쿠시마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마지막 단계인 7등급에 해당하는 사고였다. INES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원자력 사고의 심각성 정도를 일반에게 알리기 위해 도입한 등급 체계다. 최하위 레벨인 0에서 최고 레벨 7까지 총 8등급으로 구분된다. 7등급은 사태의 심각성이 최악일 때 매겨지는 등급이다.

당시 연간 방사선 피폭한도인 1밀리시버트를 넘는 방사선이 사고지역에서 200㎞ 떨어진 곳에서까지 측정됐다. 11개 현, 100만 명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만약 영광에서 7등급의 사고가 나면, 영광, 고창, 전주 등의 지역 구분은 의미가 없다. 사고지에서 100㎞가량 바깥에 있어도 영광에 있는 것만큼의 피해가 생긴다. 따라서 지역 간 연대가 필요하다. 지역주민과 주변 단체들과의 관계 등을 들어보자.

▲ 왼쪽부터 박맹수 원광대 교수, 박상은 광주환경운동연합 팀장, 김영숙 고창여성농업인센터 소장,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탈핵신문

박상은 : 희망보다 절망을 자주 보았다. 핵과 관련해 너무 외롭다. 주요 관심은 정책인데, 대부분 먹거리와 건강으로 접근하는 문제가 있다. 방사능 기준치가 얼마큼인데, 먹으면 되고 안 되고… 그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또 현안이 동해안에 있다 보니, 영광에는 관심이 없다.

광주·전남공동행동은 지난 4월 핵발전소 짝퉁 부품 논란이 있었을 때 영광, 고창, 부안 등을 포함하는 공동안전점검단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터지면 다 죽는다는 차원에서 주변 지자체 의회가 참여하는 공동감시단을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한수원은 반부패사업단 등을 만들어 쉽게 문제를 해결해버리려고 한다.

전북, 고창 등 지역 대책위가 모여 공동안전점검단을 제안하고 구성하자. 한수원에서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핵발전소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압박도 할 수 있다. 광역단위가 함께 요구해야 법 개정도 이룰 수 있다.

145만 명이 거주하는 광주시는 민방위계 한 명이 담당하고 있고, 잘 못하고 있다. 고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반경 20~30㎞ 안에 있는 지자체가 참여하는 광역협의체가 필요하다.

'영광에서 광주까지 30㎞'라는 구호로 1인 시위를 한 적이 있다. 광주 시민은 '영광이 그렇게 가까웠냐'며 새삼 놀란다. 법 개정을 위해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러면 그간 전혀 대응하지 않았던 광주시도 최소한의 대응, 즉 약품이라도 구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김영숙 : 영광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났을 때, 영광군과 달리 고창군은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고창군의회가 2010년 원전특위를 구성해 활동하면서, 이제 고창군도 보고를 받고 있다. 독자적인 민간 환경감시기구 구성이 과제인 것 같다.

우리는 핵폭탄을 옆에 두고 살고 있다. 사고 났을 때 피해대책도 고민해야 하지만, 어떻게 안전하고 시급히 폐쇄할 것인가를 전국적으로 함께 의논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대선 후보는 2060년 탈핵을 이야기하는데, 답답한 소리다. 영광핵발전소 인근에 미여도 공군폭격장이 있는데, 이도 너무 불안하다. 고창 관내 도로를 통해 방사능 물질을 싣고 다니고 있다고 한다. 요오드제도 배포하지 않고 있다. 고창군 방사능 방재대책도 매뉴얼이 있다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우리에게는 주지 않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고, 어떻게 나아갈지 고민이 많다. 상하면을 비롯한 인근 지역은 온배수 피해가 심각해, 어장이 많이 망가졌다. 그리고 민감한 보상문제는 어떻게 투쟁과 연결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박맹수 : 일본에서 40년간 반핵운동을 한 사람에게 간사이 전력 핵발전소 사장이 "얼마면 돼"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의 탈핵 운동이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보상을 기대하고 먹고살기 위해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면 미묘한 문제가 발생한다. 갈등이 클 것 같다. 한쪽은 목숨 걸고 폐쇄, 한쪽은 보상으로 접근하다가 보상이 이루어지면 썰물 빠지듯이 빠져나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한승우 : 광역단위의 연대를 만들 고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 <탈핵신문> 토론회가 큰 의미가 있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 있지만, 중앙 중심이고, 지역을 관할·종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탈핵신문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에는 고창, 부안 등이 있고, 시민단체들이 연대하는 과정에 있다. 그 준비를 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 아닌가 싶다.

박맹수 : 방사능은 인공 독성물질이다. 100만 킬로와트를 가동하면, 핵폭탄 3개가 나온다고 한다. 전남·전북이 공동의 과제인 영광핵발전소를 가지고 자리를 함께한 적이 없었다. 지금부터 많은 그림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그 발전소를 없애야 하는데, 전기를 안 쓸 수는 없고, 각 정당은 구체성은 없고, 슬로건으로만 내세우는 정도다. 구체성과 현실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인데, 어떻게 로드맵을 그려야 할까.

박상은 : 2025년경에 40년 수명의 영광핵발전소 1호기가 멈춘다. 15년 후라고 하니 사람들이 느긋하다. 지역에서도 탈핵 로드맵을 그리자고 하고 있지만, 핵발전소를 줄이고 대체하는 답을 지역에서는 찾기 어렵다.

탈핵 로드맵은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전력수급 기본계획 등에 반영되어야 할 내용이다.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10%도 계획하지 않는 상황에서,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 수명연장을 막는 것은 이야기할 수 있지만, 영광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은 정책이 변해야 하기에, 전국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한승우 :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단체연합이다. 예를 들어, 녹색연합 에너지부서의 일부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강도 높게 진행할 수 없다. 이런 연합보다 단일한 조직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는, 지역으로 결합하고 총괄해서 지도하는 탈핵을 주도하는 단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왜 2030년, 2040년인지. 무엇을 준비해 국민을 설득할 것인지, 증설반대, 노후핵발전소폐쇄 등은 어떻게 가능하지, 그런 여론을 만들어가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단체를 만들어, 힘 있게 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탈핵 활동을 지켜보면, 그때그때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장기적 계획이 없다. 대선 시기, 정책, 공약 등을 제안해야겠지만, 중장기적인 계획이 없다. 지금 수준의 활동한계를 넘어서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과 장단기적 철학과 계획도 필요하다.

김영숙 : 지자체 승인 없이는 설치 및 재가동이 되지 않도록 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멀리 있는 서울 사람들은 서울에 핵발전소가 없어서 위기의식이 없다.

지역별로 에너지 자립을 해야 하며, 이를 염두에 두고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세우는 등의 실천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전라북도는 아무 고민이 없다. 당장 도의원 몇 명이라도, 행정에 핵발전소 고민을 촉구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의 연대가 필요하고, 공동안전점검단 등을 구성하는 것도 필요한 듯하다.

박맹수 : 운동이 활발하려면 시민이 우군이어야 한다. 이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까. '무섭다', '먹을거리 기준치' 등까지는 왔다. 나아가 반핵대책위에 후원금을 낸다거나, 함께 시위를 한다거나, 탈핵신문을 구독한다거나 등의 마음을 끌어낼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한승우 : 이제 탈핵이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에너지 전환을 이끌어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핵도 무섭고, 화석연료도 한계점에 왔기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문명까지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먼저 분명히 인식하고 장기적으로는 홍보, 교육활동을 해야겠지만, 이 활동만으로는 요원할 수 있다. 성명서 차원이 아니라, 강도 높은 저항운동이 필요하다. 그렇게 시민의 의식과 관심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박맹수 : 강도 높은 저항, 반가운 이야기다. 노후 정도와 관계없이 가동연수와 관계없이, 치명적인 피해가 생길 것은 분명하다. 시민은 감이 안 온다. 방사능이 누출될 때 움직이면 그때는 늦어진다. 근본적으로 당장 폐쇄해야 한다.

박상은 : 탈핵 활동가들은 '지금 당장 폐쇄해야 한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다른 에너지원을 찾아낼 수 있고, 대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시민을 만나면 '폐쇄하면 대안은?, 태양광, 바람 등의 에너지 발전 인프라를 갖추는 데는 기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안전보다 편리가 우선한다. 그것을 어떻게 깰 것인가. 바로 깨지지 않는다. 정책적 변화도 필요하지만, 일본과 독일처럼 획기적인 사건이 생기지 않으면, 정책이나 인식을 바꿔가는 것이 필요하다. 시민들을 만나면 어떤 내용으로 얘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제 지역 대책위가 막 꾸려지는 단계다. 지금 수준에서는 조직체계를 탄탄히 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 이틀 싸움이 아니므로 자기 학습도 필요하다.

▲ 폐허가 된 후쿠시마. ⓒ도요다 나오미

박맹수 : 일본에서 반핵활동가들이 반성했던 것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떤 내용을 준비했어야 하는가를 주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멀리만 달아나라고 해서, 200㎞를 달아났지만, 더 위험한 지역으로 움직여 피해를 본 사람도 수만 명이다. 사고 시 피해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 것인가를 지자체 등이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영숙 : 기존의 대중운동 방식만으로 힘들다고 생각한다. 방송이나 스마트폰 등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 의식 전환이 빨리 일어나야 정책전환도 가능하다.

한승우 : 탈핵과 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과제다. 최근 녹색연합은 단체 비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녹색연합 차원에서라도 건의해, 10년 이상을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과제로 생각하고 진행해야 할 것 같다.

박상은 : 영광핵발전소 현안으로, 영광 1~2호기 파업업레이트(출력증강)를 2007년부터 싸우며 막고 있다. 한수원은 '출력 최적화'라며 현재 95만 킬로와트 출력에서 4%를 증강해 100만 킬로와트를 출력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영광을 벗어나면 이를 아는 사람은 없다.

출력을 높이면 위험해진다. 이미 출력 증강할 설비는 갖춰져 있다. 스위치만 누르면 되는 상황이다. 지식경제부 규정에 따라 주민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주민설명회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두 차례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그간 영광 대책위가 계속 설명회를 무산시켜왔다. 출력증강도 하나의 중요한 현안이다.

공유수면 사용(바닷물 사용) 관련법을 매 4년마다 갱신하려 한다. 법 개정은 우리만이 아니라, 한수원도 원하고 있다. 한수원은 공유수면을 30년간 이용하려 한다. 이에 영광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하고 있다. 30년 사용할 수 있어지면 핵발전소 수명연장도 기대할 것이다. 출력 증강하면 1기당 1000억 원 정도가 소요되지만, 생산되는 양은 1년에 10억 원도 안 된다. 돈 벌려고 한다지만, 몇백 억 원을 손해 보는 짓을 한다. 결국엔 수명연장을 위한 하나의 포석이다. 출력증강이 수명연장으로 이어진다는 것. 공유수면도 수명연장과 연계되는 문제다. 잘 지켜봤으면 좋겠다.

박맹수 : 출력증강은 사고 위험성을 높이는 문제다. 영광대책위에서만 싸움을 해왔고, 대부분 이 문제를 잘 몰랐던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각 지역에서 고군분투해오며 생긴 과제를 서로 파악할 수 있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각각 외롭게 싸우고 있지 않았나 싶다. 광역 단위로 함께 할 일들이 생겼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이 모임을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확대해 이른 시일 내에 탈핵해서 생명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전라도 지역의 반핵운동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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