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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기자’에 제대로 갚아준 ‘돼지 김용민’

 

‘막말 기자’에 제대로 갚아준 ‘돼지 김용민’
 
[보도비평] <중앙일보> 양원보 기자 트윗서 과거 ‘막말’ 찾아내 일침
 
정운현 기자 | 등록:2012-11-01 17:30:55 | 최종:2012-11-01 17:52:5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먼저 살피고 지나갈 것이 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막말’이란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이라고 돼 있다. 즉 ‘막말’이란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함부로 지껄이는, 말하자면 ‘헛소리’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든 ‘헛소리’를 하는 사람은 응당한 비난이나 때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더러 ‘사실(fact)’을 말한 것을 두고도 ‘막말’ 시비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두고 ‘독재자의 딸’이라고 말 하는 경우가 그럴 수도 있다. 박 후보 쪽에선 이런 얘기가 듣기 싫고 또 불쾌하겠지만 그렇다고 이걸 ‘막말’이라고 할 순 없다. 왜냐? 그 내용 자체는 사실과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선정국에서 ‘막말’ 논란이 좀체 끊이지 않고 있다. ‘말’로 먹고 살고 또 말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집단이고 보니 그 많은 말들 중에는 ‘막말’이 섞여들 소지가 없진 않다. 굳이 따진다면 여야 구분도 없고, 그 수준도 저급하다. 한국정치의 저속성, 일부 국회의원들의 낮은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김광진 의원
최근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막말’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지난 19일 국방위 국감에서 백선엽 씨를 두고 ‘민족 반역자’라고 언급한 것이 단초가 됐다. 엄격히 말하면 이는 ‘막말’이 아니다. 백 씨는 일제하 만주국 장교 양성기관인 봉천군관학교 9기생 출신으로 ‘간도특설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이로 인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공인’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엄연한 ‘팩트’도 보수진영 등 일각에서는 듣기 싫었던 모양이다. 결국 김 의원은 인터넷에서 ‘신상털기’를 당했고, 급기야 국회의원 당선 전인 금년 1월 트위터에 ‘새해소원은 명박급사’를 리트윗 한 사실과 또 2011년 11월 ‘바른어버이연합’의 집회에 대해 막말성 표현을 한 것이 모두 들통(?)나고 말았다.

새누리당은 쌍수를 들고 환호했다. 지난 4.11총선에서 ‘김용민 막말’로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이들은 김광진 의원을 대선정국에서 ‘제2의 김용민’으로 활용할 모양이다. 며칠 전 새누리당은 김 의원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징계안을 제출하고는 공세를 이어갔다. 심지어 의원직 사퇴를 거론하기도 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굳이 따지자면 ‘막말 원조’랄 수 있는 새누리당이 이러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처사다. 뭐든 정도껏 해야 뒤탈이 없는 법이다. 종아리 세 대 치면 될 일을 엉덩이를 벗겨 곤장 100대를 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다. 이런 식으로 정치적으로 이용을 하거나 과잉대응을 하다보면 부작용이 나타나기 십상이다.

[참조] 노무현에게 ‘육시럴놈’ ‘개잡놈’ 운운 잊었나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1467&table=byple_news)

며칠 전 대학로 ‘벙커1’에 박정희 특강을 갔다가 4.11총선 당시 ‘막말 파문’의 주인공 김용민 씨를 만났다. 통화는 몇 번 했지만 얼굴을 보기는 처음이다. 그런대로 그는 요즘 씩씩하게 지내는 모양이어서 보기 좋았다. 그 김용민이 어제 ‘뻔치’를 한 방 날렸다. 대상은 <중앙일보> 기자다.
 

중앙일보 정치국제부문 소속 양원보 기자가 쓴 '취재일기' 일부

<중앙일보> 편집국 정치국제부문 양원보 기자는 어제(10월 31일) <중앙일보>에 ‘취재일기’ 칼럼을 하나 실었는데 내용은 김광진 의원에 대한 비난성 기사다. 양 기자는 기사 말미(아래 인용문)에서 김 의원을 비아냥거리고는 민주통합당의 ‘청년 비례대표제’까지 걸고넘어졌는데 이는 좀 과도해 보인다. 김 의원이 막말 논란에 휘말리지 않았대도 이런 주장을 폈을 것인가?

 

“... 김 의원도 억울할 순 있다. ‘명박 급사’를 아무 생각 없이 리트윗 하던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자신이 국회의원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을 테니까. 따지고 보면 아무 준비도 안 돼 있던 김 의원에게 ‘정치적 로또’를 안겨준 민주통합당의 ‘청년 비례대표제’를 탓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취재일기’를 쓴 걸로 봐 양 기자는 정치부 말진 기자 정도로 보이며 올해 31살(1981년생)인 김 의원과 나이차가 별로 없을 듯싶다. 따라서 양 기자 역시 요즘 젊은 세대로서 트윗과 페북에 친근할 걸로 생각된다. 그러면 양 기자는 혹 ‘막말’로 오해될만한 글을 트윗에 올린 건 없을까? 김용민 씨는 필자보다 더 궁금했던 모양이다. 김 씨는 어제(10월 31일) 자신의 블로그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중앙일보 양원보 씨, 오늘(10/31) 33면에 실린 취재일기 읽었어. 갑자기 당신 트위터가 보고 싶더군. 최소한 과거 막말 비판하려면 본인부터 돌아봐야지. 나는 8년전 막말로 낙선으로 심판받았지만 막말 기자 당신은 당장 무슨 소리 떠들건 상관없다는 겐가? 설마 내가 누군지 모르지 않겠지? 네가 욕한 돼지야.”
 

 

 





그리고 김 씨는 양 기자의 트윗에서 ‘막말’로 볼만한 글귀들을 더러 소개했다. 날짜순으로 그 몇을 나열해 보면,

<4월 6일>
“할머니... 저 돼지...저거 어쩔거임!!? 그대로 놔둘거임?

“문자 받은 적 없단다. 말말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거짓말도 수준급이네...”

<4월 7일>
“돼지.. 이젠 주인 말도 안듣는구나.. 덕분에 망할 거 같다”
“오늘 전국 교회에서 입달린 목사들은 다들 한마디씩 할거다.. 그럼 대박, 망하는 거다..”

 

여기서 ‘돼지’는 김용민 씨를 지칭한 것이며, 4월 6일, 7일 그 무렵은 김 씨가 8년 전 모 인터넷방송에서 한 ‘막말들’이 뒤늦게 공개돼 한창 논란이 되던 때였다. 알다시피 당시 김 씨는 민주당 후보로 4.11 총선에 출마한 몸이었다. 8년 전 김 씨의 발언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뒤늦게 알려져 총선에서 그의 발목을 잡아 결국 그는 낙선했고, 결과적으로 민주당에도 피해를 줬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김용민 씨의 ‘8년 전 막말’이 공개돼 논란이 일자 4월 5일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김용민 후보를 향해 “6·25 전쟁도 모르는 새끼가,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 돼지 같은 놈이 국회의원이 되면 이 나라 보따리 싸야 돼 이 개가 파먹을 새끼야.” 등의 막말을 퍼붓고는 사무실 난입을 시도하는 등 행패를 부렸다. 그러나 양 기자가 소속된 <중앙일보> 등 수구언론은 김용민 후보의 ‘과거 막말’ 파문은 대문짝만 하게 보도하면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현재 막말’은 입 다물었다.

바로 그 무렵 양 기자도 트윗을 통해 김 씨를 비난했다. ‘돼지’ 운운은 막말까지는 몰라도(김 씨는 몸집이 뚱뚱해 ‘돼지’란 별명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를 거듭해 다른 부정적 용어와 섞어 언급한 것은 비난의 소지가 다분히 있다. 특히 ‘현역 기자’로서는 그렇다. 특히 김 씨가 찾아낸 3월 24일자 트윗에 따르면, ‘병진(신) 새꺄’ ‘암담한 새퀴’ 등의 용어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양 기자의 언어습관도 지적할만한 대목이 있다. (김씨는 이를 두고 미래에 도움 안되는 당장 지우라고 조언했다)

누군가를 비판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비판하는 사람 역시 신이 아닐진대 인간적인 허물이나 작은 실수조차 없을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자 입장에 서려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지 않으면 안된다. 김용민 씨가 8년 전에는 나중에 국회의원 출마할 것을 예상치 못했듯이 양 기자가 트윗에서 김용민 씨 비판 글 올릴 때는 이런 내용의 취재일기‘를 쓰리라고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이제라도 양 기자는 트윗에 김용민 씨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 바란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그 잘못이 작아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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