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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중상' 중단시, 당국회담 가능성 열려

'비방중상' 중단시, 당국회담 가능성 열려<분석> 북한 신년사로 본 2014 남북관계 향방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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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01  16: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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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 제1위원장은 신년사 중 남북관계 분야에서 "북남사이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되었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외세에 의해 갈라져 살고 있는 것만도 가슴아픈 일인데 동족끼리 비방하고 반목 질시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그것은 조선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 세력들에게 어부지리를 줄 뿐"이라고 말했다.

즉, 지난해 3,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필두로 일부 언론의 '최고존엄 모독', 일부 보수단체의 '화형식', 탈북자단체들의 대북 전단살포 등을 대북 적대행동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신년사는 "남조선 당국은 무모한 동족대결과 종북소동을 벌이지 말아야 하며 자주와 민주, 조국통일을 요구하는 겨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북남관계 개선에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건으로 촉발된 '종북몰이'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게다가 미국과 일부 군부 강경세력을 향해, "북침 핵전쟁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이로 하여 사소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도 전면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오는 3.4월에 열리는 연례훈련인 '키리졸브.독수리'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지목했다.

요약하면, 당면한 한.미 연합군사연습의 진행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최고존엄 모독 등 대북 강경노선이 어떻게 가라앉느냐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또한 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우리민족끼리'를 강조, "북과 남은 조국통일3대원칙과 북남공동선언에서 천명된 자주의 원칙을 견지하고 우리민족끼리 입장에 확고히 서야 하며 공동선언들을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6.15선언과 10.4선언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던 것과 달리, 7.4성명을 포함한 남북 공동선언 존중.이행을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우리 정부를 배려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우리 정부는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6.15선언,10.4선언 이행요구를 껄끄럽게 생각해왔으며, 모든 남북간 합의를 존중한다는 수준의 입장만 보여온 바 있다.

그렇기에 북측이 먼저 남측이 껄끄럽게 생각하는 부분을 제거해주고,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1994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관련 문서 서명을 강조해,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당국간 대화의지를 표명했다. 한마디로 공을 우리 정부에 넘긴 셈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김일성 주석이 '조국통일과 관련한 역사적 문건에 생애의 마지막 친필을 남기신 20돌이되는 해'라고 강조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단순한 꺽어지는 해의 의미를 뒀을 수도 있지만 달리 해석하면 정상회담을 포함한 당국간 대화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신년사에서 '북남관계 개선'이 세 차례 언급된 것에 주목, "올해 남북대화 추진 환경은 상대적으로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제1비서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며 "올해 상반기에 북한이 2013년에 추진했다가 일방적으로 연기한 이산가족상봉의 재개를 제안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허용을 요구하면서 당국간 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부도 신년사 평가에서 "대남면에서는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마련'을 언급하였으나, 비난도 계속하고 있어 향후 태도변화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심스레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조성의 조건으로 비방중상과 종북소동 중단이라는 조건을 내세워,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김일성 조국통일 친필 20돌을 언급했지만, 비방중상을 중단하고 종북소동을 벌이지 말라며 남북관계 개선 전제조건을 내건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은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정부가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북한의 비핵화에 유리한 환경 조성과 개혁.개방을 촉진하기 위해 남북총리회담 개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한편으로는 남북관계가 지난해와 달리 당국간 대화를 중심으로 진전을 보일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된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중앙일보> 기고에서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조성할 것이다. 나아가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즉, 이틀동안 남북은 박 대통령이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강조하고, 김 제1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조성'으로 화답하는 등 최고지도자들이 입장을 주고받는 성격을 취해 올해 남북관계 향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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