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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총리 하면 좋겠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2/11/07 08:37
  • 수정일
    2012/11/07 08:3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투표땐 몰라도 지금은 안철수가 더 좋아"
"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총리 하면 좋겠다"

[1박2일 호남 취재기] 단일화 앞두고 주목받는 호남 민심

12.11.07 09:34l최종 업데이트 12.11.07 09:34l
권우성(kws21)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4일 오후 광주광역시 충장로 한 제과점에서 번개모임을 갖기로 한 가운데, 많은 시민들이 제과점앞에서 안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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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4일 오후 광주광역시 충장로에서 번개 미팅을 하기 위해 이동하며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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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5시 40분경 광주 충장로 ㅍ제과점 앞, 부슬부슬 떨어지는 빗방울이 이마를 때린다. 그러나 제과점 앞으로 몰려든 200여 명의 시민들과 학생들은 자리를 뜰 조짐이 없다.

길을 가다 사람들을 보고 주뼛주뼛 다가온 40대의 한 남성이 "뭔일 나부렀당가요" 하고 묻는다. 제과점 2층 창문을 한참 동안 올려다보고 있던 60대 여성이 고개를 돌리며 "아, 안철수가 온다고 안 허요. 벌써 들어가 버렸능가, 안 뵈네" 하고 큰 소리로 설명을 해준다.

뒤편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60대 여성 두 명이 서 있다. 헐렁한 몸뻬 바지를 입은 강 아무개(69)씨의 손에는 유치원 가방을 메고 있는 코흘리개 손녀의 손이 잡혀 있다. 강씨는 제과점 앞에 몰려든 시민들의 뒤통수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번들거리는 악어무늬 핸드백을 들고 있는 안아무개(68)씨는 손목시계와 시민들을 번갈아 보며 안절부절이었다. 약속 시간이 다 되었지만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를 보기 위해 가지도 못하고 기다리는 듯 했다. 안씨와 강씨는 이날 처음 만났지만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호남 사람들은 한 번 준 마음 절대 안 바꿔"

안 아무개 "서이(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한꺼번에 나오면 그냥 끝나부려요."
강 아무개 "워낙이 박근혜가 쎈 게 그라제."
"그나마 둘(문재인-안철수가)이서 똘똘 뭉쳐야 하는디. 어짤스까 몰라."
"긍게. 둘이 (단일화를) 해서 나오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디."

"안철수가 자꾸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하드라고. 조직이 있어야 하는디."
"조직이 없어서 그랴."
"그럼, 말이라고 혀요? 조직이 있어야 하는 거여. 근디 안철수는 민주당처럼 조직이 없잖여. 깨끗한 사람이 (대통령) 허려면 안철수가 혀야 하는디. 민주당 사람들은 죄다 돈 받아 묵고..."

"근디 그 사람들은(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 등) 왜 죄다 그리(새누리당)로 가부렸디야?"
"공천 못 받응 게 다 그리로 가버렸겄지. 자꾸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고... 아, 이인제는 13번이나 당을 옮겼다고 안 허요."
"그려요? 에고, 징그러버라."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4일 오후 번개모임을 갖기 위해 광주광역시 충장로에 도착하자 일명 '해태아줌마'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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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4일 오후 광주광역시 충장로를 방문한 가운데 한 노점상이 안 후보와 악수를 한 뒤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워 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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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4일 오후 광주광역시 충장로의 한 제과점에서 열린 번개모임에 참석하던 중 밖에서 비를 맞으며 기다리는 시민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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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안철수 후보 보는 것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려는 안씨를 붙잡았다. '왜 그렇게 안철수 후보를 보고 싶어 했느냐'고 물었다.

"조직도 없고, 정치 경험도 없지만 사람이 참 반듯해 보이고, 국민들한테 봉사할 것 같아서 안철수를 지지한다. 한 40년 동안 호남은 소외가 되지 않았나. 노무현이가 대통령 될 때도 호남에서 밀어주고, 탄핵 당했을 때도 호남에서 살려주지 않았나. 그런데 광주에 해준 게 없다.

한화갑씨가 그렇게 열심히 노무현 대통령 만들려고 목이 쉬어라 외치고 다녔는데, 노무현이 대통령 되고나서 한화갑씨를 외면해 버렸다. 노무현이는 배신자다. 문재인이 잘못했다고 시인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한이 안 풀린다. 안철수도 사실 호남의 사위 아닌가(안 후보의 처가가 여수임). 호남에서는 대부분 안철수 지지한다. 문재인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안 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내려갔고, 특히 호남에서 그런 조짐이 두드러진다"고 했더니, "전혀 그렇지 않다"며 손사래를 친다. "대선 투표일이 가까워지니까 당 소속인 문재인을 찍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안철수에게 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호남 사람들은 한번 준 마음은 절대 안 바꾼다"며 "나중에 투표할 때는 문재인을 찍을지 어쩔지 몰라도, 지금은 안철수가 더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를 청와대로~"... "악수하려고 손을 스무 번이나 씻었다"

4일 오전 5일장이 열리는 전북 익산북부시장을 방문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손을 잡은 한 도너츠 가게 주인이 환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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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낮 12시 경, 전북 익산 솜리5일장이 선 북부시장, 감색 점퍼를 입은 안철수 후보가 차에서 내리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50여 명의 시민과 상인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곳곳에서 "화이팅하세요", "사랑합니다" 등의 외침이 쏟아졌다.

폰카를 꺼내들고 사진 찍기에 바쁜 학생들과 악수 한 해보겠다며 좌판을 등지고 나온 상인들로 안 후보는 몸살을 앓았지만,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어느 60대 여성은 안 후보를 보자 "너무 멋있다. 꼭 (당선)됐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기자가 "그동안 안 후보가 방문했던 재래시장 중에 가장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호원들이 인파들 사이로 간신히 길을 만들었고, 쇄도하는 악수 요청에 일일이 화답하며 안 후보가 시장 안쪽으로 이동했다. 닭꼬치를 파는 한 상점 앞에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다. 상점주인 김선자(49)씨가 "영광입니다. 안아보고 싶어요"라며 안 후보를 끌어안았다. 김씨는 또 안 후보의 한쪽 팔을 잡아 높이 치켜든 채 "안철수 파이팅. 안철수를 청와대로 보냅시다"라고 외쳤다. 김씨의 큰 목소리가 시장 안으로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김씨는 발길을 돌리는 안 후보를 향해 다시 한 번 "꼭 승리 하세요. 꼭 부탁드립니다"라고 외쳤다.

상가 건물을 가로 질러 어물전이 늘어선 뒷골목으로 나왔다. 자신의 이름과 아들의 이름을 한 자 씩 따서 상호명을 지었다는 '정현생선'의 정흥식 사장(51). 15년째 같은 장소에서 생선을 팔고 있는 정 사장은 평소 뉴스를 통해 안철수 후보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흥분이 된다고 했다.

정 사장은 "예전에는 당을 봤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 인물을 본다"며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후보보다) 안철수 후보 지지가 훨씬 높고, 나도 오래 전부터 안 후보의 골수 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사장은 "민주당이 아주 많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가 좌판 앞으로 다가오자 정 사장은 "제가 악수하려고 손을 스무 번이나 씻었다. 서민을 위해 정치를 깔끔하게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어 큰 목소리로 "안철수! 안철수! 안철수! 안철수를 대통령으로"라고 외쳤다. 갑작스러운 정 사장의 구호 소리에 깜짝 놀란 안 후보는 수줍게 웃어 보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50대의 한 남성은 "통합을 해서 우리 희망인 정권교체를 이뤄 달라"고 요청했고, 40대 남성은 "안철수를 야당 대통령 후보로"라고 외쳤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전북 익산북부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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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발 단일화 회동' 제안한 이유는?... 다시 주목 받고 있는 '호남의 선택'

안철수 후보가 지난 4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을 찾았다. 지난 9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안 후보는 1차 전국 순회에 나서면서 첫 번째 행선지를 호남으로 잡았다. 안 후보는 당시 조선대 강연에서 정치권의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지난주 제주를 끝으로 1차 전국 순회를 마친 안 후보는 2차 전국 순회의 첫 행선지를 다시 호남으로 정했다. 호남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과시한 셈이다.

호남에 공을 들이는 것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마찬가지다. 문 후보는 지난 9월 27일 광주를 방문한 데 이어 한 달만인 지난달 28일 광주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호남정치인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광주 선언'을 했다. 문 후보는 오는 8∼9일 부인과 함께 다시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호남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풍(노무현 바람)'을 만들어낸 이후 올해 대선에서도 야권 후보들에게 최대 전략적 요충지로 떠올랐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2002년 3월 16일 광주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이인제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다시 한 번 '호남의 선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 민심을 얻는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2002년 대선 때처럼 호남이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단일 후보로 밀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호남은 일단 민주당 소속인 문재인 후보 대신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안 후보의 출마 선언 이후부터 지난달 말까지 호남지역에서 안 후보는 줄곧 문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문 후보가 '광주 선언' 등을 통해 안 후보를 맹렬한 기세로 추격했고,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비등하거나 안 후보가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전국 순회에 나선 안 후보가 호남을 가장 먼저 찾은 이유다.

전북 익산 북부시장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박광만(72)씨는 "처음에 때 묻지 않은 안철수를 많이 지지했는데, 지금은 아무래도 조직과 뿌리가 있는 문재인 지지로 많이 돌아섰다"며 "안철수가 유능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뿌리가 있어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씨는 "안철수가 문재인에게 양보해서 단일화 하고, 문재인이 대통령 하면 안철수가 총리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특히 안 후보가 5일 광주에서 문 후보에게 '단일화 회동'을 전격 제안한 것도 단일화 요구가 높은 호남 민심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일화 국면을 공세적으로 돌파해 나감으로써 호남에서의 지지 기반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호남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조직을 대대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 측에 역전을 허용할 경우 향후 단일화 협상에서도 불리한 조건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 후보가 방문한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안 후보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과일상점을 운영하는 강동석(40)씨는 "안철수 지지가 조금씩 퇴색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신선했지만 그 신선함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정치적으로 때가 묻지 않은 안철수로 단일화 됐으면 좋겠다. 호남이라고 해서 무조건 민주당 찍어주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와 함께 호남을 방문하고 돌아온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6일 "광주시 충장로에 있는 제과점을 방문했을 때 비가 순간적으로 많이 왔고, 모여든 시민들도 비를 쫄딱 맞았지만 대열이 전혀 흩어지지 않았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캠프의 박상혁 부대변인은 "지지율이 조금 떨어진 것을 보지 말고, 돈과 조직이 없는 안 후보가 여전히 호남에서 문 후보와 비등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해야 한다"며 "호남지역 밑바닥에 깔려있는 안 후보에 대한 공고한 지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노풍'이 불었던 그 자리에 '안풍'(안철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호남 민심은 호남출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수도권 민심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문-안 단일화 논의가 본격 시작되면서 두 후보 측의 호남 민심 잡기 경쟁이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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