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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득표 2% 미만 정당 등록취소는 위헌"

"집행유예자, 수형자 투표권 보장해야"

곽재훈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1.28 16:40:27

 

 

 

 

 

 

헌법재판소가 일정 이상의 총선 득표율을 얻지 못하면 정당등록을 취소시키는 현행 정당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등록이 취소된 정당명과 같은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한 규정도 위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지난 2012년 4.11 총선 이후 진보신당(현 노동당), 녹색당, 청년당이 공동으로 제기했던 정당법 44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정당법 44조의 1항의3은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하여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100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때"에 선관위로 하여금 해당 정당의 등록을 취소하게 하고 있고, 법 41조 4항은 "등록 취소된 정당의 명칭과 같은 명칭은 등록 취소된 날부터 최초로 실시하는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일까지 정당의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일정 수준의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한 군소 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 과정에서 배제하기 위한 입법은 헌법상 허용될 수 없다"면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되며 (이로 인해 헌법상 권리인)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헌법소원을 제기한 세 정당은 6.4 지방선거에 기존 정당명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단 진보신당은 지난해 당 노선 등에 대한 토론을 거쳐 정당명을 ‘노동당’으로 바꾼 상태여서, '진보신당'명칭을 다시 사용하지는 않는다. 
 
녹색당 "이름 되찾았다" 환영…노동당 "선관위, 피해에 적절한 조치해야"
 
녹색당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뒤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 "2년이 가까운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녹색당이라는 세 글자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녹색당은 지난 총선 이후 정식 정당명을 '녹색당 더하기'로, '녹색당'은 약칭으로 사용하는 우회로를 뚫어야 했다. 
 
녹색당은 위헌 결정이 난 해당 법규에 대해 "전두환 정권 시절 국가보위입법회의라는 반(反)헌법적 기구에 의해 만들어진 악법조항이 지금까지도 남아 녹색당을 '녹색당'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는 어이없는 일을 발생시켰다"고 비판하면서 "이것은 한국 정치가 얼마나 기득권 중심의 정치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악법조항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분명하다. 철저하게 기득권정치를 위한 진입장벽이고 새로운 대안 정치세력의 싹을 자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6.4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이라는 이름으로 후보등록을 하고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은 "2012년 4월 총선에서 1.13%의 득표에 머물렀던 구 진보신당은 바로 이 규정에 따라 정당등록이 취소되는 고통을 겪었다"며 "진보신당은 '진보신당 연대회의'라는 이름으로 정당등록을 다시 할 수밖에 없었고, 노동당으로 재창당해야 했다"고 지난 일을 짚었다. 노동당은 "선거결과에 일희일비하면서 간판을 바꾸어야만 한다면 정당의 책임정치는 불가능하다. 일관되게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정강과 정책을 펼 수 있을 때 정당의 존속 가치가 있다"고 헌재 결정을 평가했다. 
 
노동당은 "헌재의 이번 결정은 구 진보신당이 겪어야 했던 불행한 과거가 다시 반복되지 않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중앙선관위 등 관련 기관은 부당한 정당등록 취소로 인해 노동당이 받았던 피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청년당 측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청년당재건위'의 김유신 공동대표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총선 때) 괜찮은 청년 활동가들이 많이 모여 당까지 만들었는데 강제종료되고 당 재산도 환수되더라. 힘을 뺏겼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 조항이 아니었다면…"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 대표는 "그래도 그때 가졌던 이상 중 하나는 실현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정당법 41, 44조에 얽힌 사연은 지난 2012년 구 진보신당과 통합된 구 사회당에 더 많다. 진보신당은 2008년, 녹색당과 청년당은 2012년 창당됐다. 사회당은 1998년 청년진보당으로 출발한 뒤 2000년 총선 후인 2001년 '사회당'으로 당명을 바꿨고, 2004년 총선 후 정당등록이 취소돼 당명을 희망사회당, 한국사회당으로 바꿔야 했다. 2008년 총선 이후에는 다시 '한국사회당' 명칭의 등록이 취소돼 도로 '사회당'으로 돌아와야 했던 해프닝까지 겪었다.  

현재 노동당 소속인 조영권 전 사회당 대변인은 "오래 전부터 문제 제기를 해온 부분인데 지금이라도 받아들여져 기쁜 마음"이라면서도 "돌이켜보니 그런 조항이 진작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씁쓸한 심경을 밝혔다. 조 전 대변인은 "그 조항 때문에 재창당 과정이 지난해지고, 내부 논쟁들이 생기고, 진보정치의 내부 역량이 소진되는 결과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집행유예자, 수형자 선거권 제한도 각각 위헌, 헌법불합치
 
한편 헌재는 이날 별건의 헌법소원심판에서 집행유예 중인 사람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현행 공직선거법 18조 1항2에 대해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재 집행유예 중인 사람도 6.4 지방선거부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을 제한하도록 한 부분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다음해 말까지 개정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도 효력을 상실한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해당 법 조항의 효력이 즉시 정지되는데 반해, 헌법불합치 결정은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기는 하나 즉시 폐지될 경우의 혼란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효력을 한시적으로 유지시키려 할 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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