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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vs 한선교 ‘5억 꿀꺽’ 공방 들여다보니

 
한선교, 뉴스타파를 고소? 국민 상식 분노할 것
 
육근성 | 2014-01-30 09:56:5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유령단체나 다름없는 비영리민간단체를 만들어 문체부로부터 5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고도 정산 지 않는 채 1년 이상 버티고 있다는 뉴스타파의 보도가 나가자 한 의원 측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섰다.

뉴스타파 “한선교 5억원 꿀꺽”, 한선교 측 “오보다”

양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뉴스타파는 한 의원이 국고보조금 5억원을 ‘꿀꺽’하려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 의원 측은 “뉴스타파의 보도는 모두 오보”라고 강변한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한 의원이 국회 문방위 간사였던 2012년 1월 16세기 성리학자 조광조의 호를 딴 ‘정암문화예술연구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문체부에 등록한다. 

19대 총선이 끝난 직후인 2012년 4월 26일. 이 단체는 문체부에 5억원의 국고지원을 요청한다. 그러자 문체부는 단 하루만인 4월 27일 보조금 전액 지원을 결정한다.

사업비 5억원 중 5900만원만 사용하고 4억4000여만원이 남은 상태. 2013년 1월 중 국고에 반납됐어야 했지만 문체부는 두 차례나 반납 기한을 연장해 줬다. 마지막 반납 기일인 올 1월 초를 넘겨 지금까지도 보조금 반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5억 국고지원이 단 하루만에?

문체부에 국고지원 타당성을 제대로 심사를 했는지, 한 의원이 국회상임위 간사와 위원장이었기 때문에 특혜를 누린 건 아닌지, 정당한 사유로 국고반납을 연기한 건 지 등에 대해 질의를 했지만 “명확한 답변은 없었다”다는 게 뉴스타파의 주장이다. 

뉴스타파는 한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정암문화예술연구회’가 실체가 없는 부실단체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 증거로 회원 실태와 단체의 사무실에 대한 취재결과를 공개했다. 

이 단체 회원은 119명. 한 의원 보좌진과 보좌진 가족 8명, 한 의원 지인 10명, 문체부 사화기관 소속 11명, 새누리당 전현직 당원 31명, 보좌진이 섭외한 지난 15명 등 75명이 한 의원과 관련된 사람들. 비영리민간단체 설립 요건인 ‘100명 이상 상시 회원’에 충족시키기 위해 ‘서류상만의 회원’을 대거 집어넣었다는 얘기다. 

단체가 등록된 본사와 지부 사무실에는 각각 다른 회사가 입주해 있었다. 뉴스타파는 "이들 모두 ‘한 의원실과의 친분으로 임시로 주소가 필요하다고 해서 사무실을 빌려 준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단체 회원 태반 ‘서류상 회원’, 사무실은 빌려준 주소에

또 뉴스타파는 “한 의원에게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만날 수 없었으며 휴대전화도 꺼져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의원 측은 “뉴스타파의 보도는 한 마디로 오보”라며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안 쓴 4억여원에 대해 작년 12월 22일 반납하겠다고 문체부에 공문을 보낸 상태”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뉴스타파’의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문체부가 관련 보도가 나간 뒤 논란이 되자 입을 열었다.

문체부는 보조금을 신청한 때가 2012년 4월 26일이 아니라 19일 이었다고 주장하며 “일주일 이상 심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이 단체(정암문화예술연구회)가 조광조 관련 뮤지컬의 사전 작품까지 무대에 올렸지만 출연자 섭외 등 성사가 안 돼 본작품을 만들지 못한 채 사업을 종료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공방의 진실, 드러난 얘기만으로 판단 가능하다

뉴스타파와 한선교 의원 측의 공방. 어느 쪽의 말을 더 신뢰할 수 있을까. 드러난 얘기만 가지고도 판단이 가능하다.

▲단순 행사에 5억원 국고보조금? 너무 과하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조광조 탄생 530주년을 계기로 이를 기리는 예술행사(뮤지컬)를 하겠다며 5억원을 요청했고, 문체부는 이례적으로 매우 신속(뉴스타파 주장은 1일, 문체부 해명은 일주일)하게 전액 지원했다. 성리학자를 기리는 행사에 국민혈세 5억을 쓴다는 건 너무 과하지 않은가. 

▲회원 대부분이 성리학이나 뮤지컬과 관계없는 사람들

친목단체가 아니라 특정 목적을 갖고 설립된 단체라면 목적에 부합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회원 대부분이 한 의원과 단순한 지인 관계인 사람들이란다. 이러니 단체의 정체성과 사업의 타당성에 의문이 생기는 건 당연하지 않겠나.

▲‘빛의 속도’로 국고지원 이뤄진 건 분명 특혜

국고지원 요청이 있자 하루 혹은 일주일 만에 5억원이 전액 지원됐다는 건 분명 특혜다. 국회 해당 상임위 간사와 위원장이라는 배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보통 비영리민간단체가 이 정도 규모의 국고지원을 받으려면 최소 수개월 길게는 1년 정도 시간이 걸려야 겨우 가능할 수 있다. 

▲본작품을 만들지 못해 사업 종결됐다는 문체부 변명 말 안 돼

작품 하나 무대에 올릴 자격과 능력이 없는 단체에게 덜컥 5억원을 줬다니 황당할 뿐이다. 제대로 된 지원 심사가 없었다는 걸 방증해주는 대목이다. 배우들은 많다. 출연진 섭외가 잘 안돼서 불발로 끝났다는 주장도 상식밖의 해명이다.  

▲사무실조차 없는 단체에 5억원 지원했다?

문체부가 볼 때 5억원은 큰 돈이 아닐지 모르나 서민들에게는 만져보기 힘든 거액이다. 이런 큰돈을 지원하면서 사무실과 상근 인력이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니 어처구니없지 않은가.

▲잔액 반납 버티다 1년 넘겨 겨우 공문 발송? 변명 참 군색하다

2013년 1월 사실상 이 단체의 사업이 종결됐다면 벌써 1년이 경과된 상태다. 잔액을 반납하는 데 1년 이상 걸린다는 게 말이 되나. 작년 12월에 반납하겠다고 공문을 보내 놓은 상태라며 문제없다고 우기는 한 의원 측의 주장이 더 엉뚱하다. 그냥 반납하면 됐지 공문 먼저 보내놓고 한달 이상 뜸들이는 이유는 또 뭔가. 

‘한선교 5억원’을 보도한 뉴스타파 최승호 PD는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한선교의원이 실체가 모호한 단체를 만들어 국고보조금을 5억이나 받아내고 남은 돈을 반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의원은 3주나 뉴스타파 취재에 응하지 않다가 보도가 나가니 고소한다네요”

한 의원 측의 변명은 국민 상식과 거리가 멀다. 만일 한 의원이 뉴스타파를 고소한다면 ‘국민의 상식’은 한 의원에 대해 크게 분노할 것이다.

(이미지: 뉴스타파 관련보도 화면 갈무리)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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