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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가 뒷배인 공영방송사의 사장들

 

[데스크 칼럼] 'MB정권과 '차별' 아닌 '상속'을 선택한 박근혜 후보
윤성한 기자 | gayajun@mediatoday.co.kr
입력 : 2012-11-10 12:11:28 노출 : 2012.11.10 12:28:07

 

 

‘이명박근혜’. ‘MB가 사라졌다’는 식의 언론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현상만 설명할 뿐 본질은 놓치고 있는 표현이다. 이미 MB는 박근혜 대선 후보와 합체되어 한 몸이 되었다. 땅속에 사는 암수한몸의 생명체처럼.

그 들이 동일체가 됐음을 상징하는 사건들이 며칠 사이 방송계에서 잇따라 일어났다. 바로 공영방송사 사장들의 진퇴를 둘러싸고 일어난 일들이다.

“국민적 눈높이”에 따라 해임처리가 예고됐던 MBC 김재철 사장은 느닷없이 살아났고, 11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내정설’이 돌았던 KBS 길환영 부사장은 역시나 신임사장 후보에 추천됐다.

이렇게 ‘냄새’나는 일들에는 항상 강력한 보이지 않는 ‘배후’가 있는 법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 배후는 드러나지 않는다. 형식적으로나 절차적으로 공영방송사 사장들의 임면에 관한 사항은 공정방송의 가장 핵심적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공영방송 이사회가 행사하는 가장 막강하고 독립적인 권한이다. 이사들은 자신의 정치적 배경과 개인적 판단이 어떠하던지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로서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 권력 개입의 흔적이 드러나는 순간, ‘공영’방송의 정체성은 훼손되고 ‘관영’방송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냄새’는 났고, 냄새의 진원지는 드러나고 말았다. 가려진 무대가 무너지면서 무대 뒤편에 있던 ‘이명박근혜’의 수석 대리인들이 청중들에게 노출되고야 말았다.

하금열 대통령 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 이들은 지난 달 23일, MBC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 처리가 예정됐던 25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이사회를 앞두고, 김충일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재철 사장을 ‘스테이’(유임)시켜라”라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방문진은 당시 ‘김재철 사장’과 ‘정영하 노조위원장’을 동시에 퇴진시킨다는 데 합의하고 방문진이 해임안을 진행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진의 여당측 추천 이사들도 “김재철 사장 문제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처리하기로”했던 지난 6월의 ‘여야정’ 이면합의를 따르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명박근혜’의 수석대리인들이 방문진 여당측 이사들에게 외압을 넣어 합의를 번복시켰다는 것이다.

 

 

   
 

 

 

이번 김재철 유임을 결정한 이사회의 투표 결과를 보면, 찬성 3, 반대 5, 기권 1로 나타난다. 여당측 추천 이사 중 1명이 해임안 ‘반대표’가 아닌 ‘기권표’를 던진 결과에 주목해 보면, 여당측 이사들에게 남아있던 반대의 기류를 엿볼 수 있다. 양심상 합의했던 ‘해임안’에 반대표를 던지지 못하고, 기권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기권 1표는 스스로의 양심을 속이고 ‘이명박근혜’ 권력의 외압에 굴종한 방문진 다수 이사들의 기회주의적 태도를 반증한다.

KBS 길환영 신임사장 후보의 결정 과정은 또 어떤가. MBC와 같이 ‘뒷배’들의 개입 과정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그의 추천이 ‘이명박근혜’와 무관한 ‘작품’이라고 부인할 수 있을까. 그는 이미 ‘내정설’이 파다하게 돌았던 인물이다. KBS의 양대 노조가 그를 불공정 편파방송의 장본인으로 평가하며 대표적인 부적격자로 지목하며 반대의사를 밝혔음에도 그의 ‘내정설’은 결과적으로 ‘설’이 아닌 ‘사실’로 입증되어버렸다.

KBS내의 ‘고소영라인’으로 불리며, 콘텐츠본부장, 부사장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던 그가 박근혜 후보의 새누리당으로 변신한 이후, 새로이 구성된 KBS이사회 여당측 이사들의 추천을 받아 사장 최종 후보자가 된 것이다.

 

 

   
 

 

 

같은 정권을 운영하면서도 서로 신경전을 펼치며 화합할 수 없어 보였던 두 권력자들이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근혜’로 합체하면서까지 문제적 사장들의 ‘유임’과 ‘선임’을 통해 얻는 것이 무엇일지는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각종 친인척 의혹사건으로 정권교체 이후가 불안한 이명박 대통령과 ‘문-이’ 단일화에 밀리고 있는 박근혜 후보가 ‘정권의 연장’을 위해 KBS-MBC 두 공영방송사에 대한 인적 통제의 끈을 절대로 놓치 않겠다는 공동의 의지와 목표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명박근혜’의 의도대로 정국이 전개되어 줄지는 모르겠다. 이미 이 문제는 '대선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들에겐 박 후보가 대선전략인 ‘정권과의 차별화’를 포기한 행위로 인식될 것이다. 박후보는 ‘MB정권의 상속녀’라는 ‘프레임’에 갇히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박후보에겐 분명 ‘소탐대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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