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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미국 대통령을 기다리는 북한의 어리석음

북한은 무엇이 두려운가… ‘서방 언론’을 적극 상대하라
 
김원식 | 2014-03-17 13:13:3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난 14일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이라고 알려진 이른바 '국방위원회'가 발표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관한 비난 성명을 분석하던 필자는 이 성명의 한 문구에서 놀라움 반 웃음 반의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북한 국방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지금 미국은 마치 우리가 먼저 움직이고 변할 것을 바라면서 그 무슨 '인내전략'에 매달리고 있지만, 미국이 바라는 결과는 영원히 차례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방위는 "오히려 우리가 정상적인 현실적 안목과 사고를 가진 주인이 백악관에 들어설 때까지 높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가 어이없어 했다는 것은 바로 이 성명의 앞선 문단에서 국방위 자신들이 "우리나라의 분열에 직접 관여한 트루맨 행정부로부터 현 오바마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백악관의 주인은 계속 바뀌었지만,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날을 따라 더욱더 악랄한 내용으로 수정 보충되고 강행되고 있는 것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라고 명기해 놓고선 이러한 상반된 내용을 다시 언급한 점이다.

물론 이는 미국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는 대한반도 정책을 비꼬기 위해 언급했을 가능성이 크다. 쉽게 말해 "너희가 우리가 망하기를 기다리는 인내 정책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너희 대통령이 바뀌기를 계속 인내하고 기다리겠다"고 비꼰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북한 입장에서 이 문구를 잘 이해하려고 해도 무언가 허무함이 밀려온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북한의 이러한 계속되는 성명전에 이제는 지쳤다고 해야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거의 매일 외신과 민족 문제를 분석하는 필자가 북한의 성명에 대해 따분하리만큼 지쳤다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북한은 이 말을 듣기가 거북하겠지만, 이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은 입장을 늘 성명 등을 통해 그리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하고 주장하고 있지만, 누가 알아주느냐는 것이다.

미국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는 것이 결국 전략적 실패로 귀결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개발을 위한 명분과 이를 바탕으로 현실적으로는 북한이 핵보유 국가로 부상하게 했다. 이러한 평가는 이제 필자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관해 어느 정도 지각이 있는 전문가라면 거의 동의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물론 바아냥 투이겠지만, 이제는 미국 대통령이 바뀌기를 기다리겠다면, 몇 년을 아니면 몇백 년을 기다리겠다는 것인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물론 "정상적인 현실적 안목과 사고를 가진 주인"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또 다른 논쟁거리일 것이다.

그리고 백 번을 양보해도 북한 입장에 서더라도 과연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치권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 정치 현실에서 북한의 입장에 딱 들어맞는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 왜 필자가 이렇게 이점을 길게 나열하고 있느냐면 그것은 바로 서로 간의 말장난이라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서방 인민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고려해 본 적이 있는가?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라고 단순하게 평가해서는 안 되는 사회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북한은 '김일성민족'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독특한 사회주의 체제 국가이다. 필자는 이를 '신정체제(theocracy)'라고 언급한 바도 있으나 중요한 것은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유일사상으로 똘똘 뭉쳐 있는 국가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국가이기에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분단 이후부터 변화할 리는 없다. 이른바 미 제국주의자들의 침탈론에 관한 그들의 시각과 주장은 3∼40년 전의 성명에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이유이다. 당연히 북한은 미제의 근본이 안 바뀌었으니 이러한 주장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필자 역시 이러한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 필자가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는 바로 누가 북한의 이러한 입장을 알아주느냐는 것이다. 북한은 그것은 누가 알아주고 안 알아주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반문할 것이다. (마치 모든 성명서에서처럼) 다시 말해 "미 제국주의의 침탈과 압제의 사슬을 끊고 앞으로 당당히 나아 갈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이제 반복하지 않아도 북한에 대해 조금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내용이다.

쉽게 말하자면 어쩌면 "나만 돌처럼 굳은 신념이 있으면 되지 남은 무슨 상관이냐"는 입장이 북한의 주장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북한 인권보고서'에 관해서도 이렇게 성명전으로만 비난하고 마는 것이 북한이다. 물론 서방국가들이 아닌 다른 국가들의 매체에서는 이런 북한의 입장을 많이 보도하였다고 북한 매체들은 늘 자랑(?)하곤 한다.

그렇다면 서방국가, 혹은 북한이 늘 주장하는 그 지배계급은 별도로 하더라도 일반 대중들은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예를 들어 '북한 인권보고서'가 발표되는 날에도 북한 김정은 제1비서와 히틀러가 함께 외신 매체에 사진으로 도배되며 북한을 최악의 국가로 보도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북한은 이 또한 그들 지배계급의 의도이며 그들의 손안에 있는 언론들의 왜곡이라고 할 것이다. 과연 그렇게 판단을 하고 관망만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언론에 종사하는 필자도 아무 근거도 없이 북한에 대한 기사에는 늘 '은둔하는(reclusive)'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외신 기자들에게 수차례 항의를 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은둔하는 나라가 아니라서 항의한 것이 아니고 그 기사의 사실(FACT) 내용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런 수식어를 습관처럼 붙여 쓰는 언론인들은 질타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언론인들에게 필자 혼자서 북한이 그렇게 머리에 뿔이 난 국가는 아니라고 설명하기는 힘에 부쳤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왜 이러한 현상이 생겨났고 이를 단지 서방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지배 계급(?)이나 이를 보도하는 기자들의 탓으로만 돌리면 모든 문제는 해결되는 것일까. 북한은 우리들의 실상도 모르면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둔갑시키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라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북한의 생각이 외부 세계에서 보면 어쩌면 돌처럼 굳어 있는 체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사이 북한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특히, 서방 대중들에게는 아주 이상하고 고립되어 있으며 은둔해 있는 국가로 머릿속에 각인되고 있다.


왜곡과 비방을 일삼는다고 서방 언론과 남한 언론을 상대 안 할 것인가.

필자는 기자로서 최근 새로 부임한 바 있는 유엔 주재 북한 대사와의 인터뷰를 서너 차례 요청한 적이 있다. 물론 필자는 북한의 체제에 관해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들이 쉽게 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올해 신년사를 보면서 무언가 바뀔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북한 대표부 담당자들 이러한 공식 인터뷰를 요청하는 전화 통화에서 필자의 요청 이유만 줄기차게 들을 뿐 "한번 생각해 봅세다" 이상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필자는 그들을 탓하기 전에 얼마나 많은 왜곡과 비방에 이들은 주눅이 들었을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실망스러움을 지울 수는 없었다.

 

북한이 이러한 전략의 변화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은 인정을 하든 하지 않든 김정은 제1비서를 중심으로 하는 조선노동당의 상층부(국방위)가 모든 사항을 결정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전체주의 국가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위에서 방침이 없는 한 누가 나서서 함부로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는 서방언론 특히, 남한언론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과 일종의 두려움이 있다. 두려움이라 하면 아무리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주장을 펼쳐도 이를 남한 언론이 왜곡해 보도한다면 잘못하면 해당 관계자는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필자가 알기에는 특히, 미국에서 과거에도 이른바 미국 주재 북한 관료들이나 미국을 방문한 북한 관료들의 발언들이 왜곡해서 언론에 전해짐으로써 이들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는 여러 사실들은 익히 알고 있다.

자 그렇다면 이제 북한은, 북한 당국은 어찌할 것인가? 이러한 왜곡이 두려워 계속 서방 언론이나 남한 언론은 상대하지 않을 것인가. 필자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라고 제언하고 싶다. 필자는 이미 여러 칼럼을 통해 북한이 한국의 보수 언론들의 비난 보도를 일일이 상대하는 것이 득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 점은 최근 이른바 '최고존엄'에 대한 북한의 입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최고 지도자를 비난하는 보도를 보는 것이 참지 못할 분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일 이렇게 거듭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것이 과연 '최고존엄'의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 보기를 거듭 촉구한다.

북한이 비난 성명을 발표한다고 해서 북한 말대로 이러한 비난을 그만둘 남한의 보수 언론도 아니며 이에 덩달아 춤을 추고 있는 일부 서방의 외신들도 아니다. 오히려 북한의 체질적인 반응이 다시 언론화될 뿐이다. 즉 이것이야말로 무시 전략으로 일관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를 잘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핵보유국이라면 무엇이 두려운가, 모든 언론을 적극 상대하는 통큰 결단 내려야

필자는 최근 민족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 인사와 의견을 나누면서 놀라운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필자가 북한의 꽉 막혀 있는 체제와 전략의 문제를 이야기하자, 이 인사는 놀랍게도 같은 의견을 피력하면서 "죽었다고 생각하고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고도의 전략을 왜 못 택하는지 모르겠다"는 놀라운 의견을 들을 수가 있었다.

북한이라는 국가가 체제의 근본인 투철한 김일성 주체 사상과 노동당 유일 영도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사회이기에 아마 이것은 실현 불가능한 전략일는지 모른다. 북한은 이것을 융통성이라기보다는 자기들의 명분과 사상을 포기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실종 사건을 취재하면서 인공위성 관련 자료를 검토하다 지구 궤도를 잘 돌면서 신호를 주고 있는 남한과 북한의 '나로과학위성'과 '광명성3호'의 위성 실시간 자료 화면을 보면서 다시금 남북통일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우리 남한은 그나마 러시아의 기술을 빌려서 쏘아 올렸지만, 북한은 어쨌든 자체 기술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가 감탄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누가 인정을 하든 안 하든 어떤 이유이든 이제는 북한은 핵보유 국가도 되어 버렸다. 이런 국가가 무엇이 두려워 늘 성명전으로만 늘 입장을 발표하고 일부 보수 언론들의 비방에 늘 극도의 신경전을 펼치는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자신들은 핵보유국, 미사일 강대국, 그리고 이제는 숱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도 인민 생활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런 국가가 서방 언론이나 남한 언론을 상대 못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왜곡과 중상모략을 걱정한다면 그것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쳇말로 몇십 년 동안의 서방 언론의 왜곡에 의해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졌는데 이제 더 이상 왜곡될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런 강성 국가라면 당당히 서방 언론들도 상대하는 북한 외교관들의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에 대한 모략이라고만 주장하고 뒤로 숨는다면 아무도 안 알아주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체제의 특성상 이는 어느 한 조직이나 관료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올해에는 남북관계의 통큰 개선이라는 강력한 전략과 함께 북한 외교관들에게도 권한을 주어 적극적으로 서방 언론들을 상대할 수 있는 전략을 펼 수 있도록 북한 지도부가 결단하기를 촉구한다.

그들 북한 외교관들이 실수를 하던 서방이나 남한 언론이 왜곡을 하던 강성 국가라면 이를 웃어넘기면 되는 것이다. 북한이 이렇게 자신들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무시하면서 마치 밑으로 기어들어가듯이 적극적인 대 서방 언론전과 남북 관계 개선 전략을 펼친다면 소설보다 더한 북한에 대한 비난은 줄어들고 서방 인민들은 다시 북한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필자의 이 충언이 어쩌면 너무 굳어 있는 북한 체제에 이러한 충고를 전하는 것이 두꺼운 얼음이 덥힌 호수에 작은 돌 하나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북한이 이제는 남북 관계는 물론 대서방 관계와 대서방 언론 관계를 대하는 전략적 사고와 자세를 바꿀 시기가 왔다는 것을 다시금 충고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북한이 싫어하든 아니면 그들 (서방 언론)이 멋대로 왜곡하는 것이라고 관심을 가지지 않든 서방 인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북한에 대한 '은둔하는(reclusive)'이라는 수식어를 바꿀 책임은 어쩌면 서방 언론들이 아니라 바로 북한 당국에 있기 때문이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1&table=newyork&uid=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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