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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을 넘어 ‘성공’으로...진보교육감, 전투는 이제부터다

[김행수 칼럼] 

 

김행수 전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정책국장  발행시간 2014-06-08 18:12:49 최종수정 2014-06-08 18:12:49 

진보성향 13명 당선
전교조 지부장 또는 부위원장 등 간부 출신 8명 당선
현직 진보 성향 교육감 전원 압도적 차이로 재선 성공

이번 6.4 선거에서 나타난 17개 시도교육감 선거 결과를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전국적인 추모와 반성의 분위기가 지배하는 가운데 치러진 이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결과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진보정당 등 야당의 승리라기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마케팅을 앞세운 여당 새누리당의 선방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보수교육감 당선엔 침묵하다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엔 호들갑

광역자치단체장은 여야가 비슷하게 가져갔지만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압도적으로 새누리당 후보들이 많이 당선된 것이 여당의 승리라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13명의 진보교육감 당선으로 나타난 교육감 선거 결과는 우리나라 교육사 뿐 아니라 정치사에 던지는 메시지가 매우 커 보인다.

‘여도 야도 아닌 전교조의 압승’이라고 일면 타이틀을 뽑은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도, ‘진보교육감 당선으로 이념 교육 우려’ 등의 언사를 쏟아내고 있는 새누리당도 이번 교육감 선거의 의미를 애써 폄하하려고 한다. 진보의 압도적 승리를 보수의 분열 때문이라며, 30%대 진보 교육감 탄생은 민심 왜곡이라고 절하하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 결과에 놀란 교총과 새누리당은 곧바로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정권을 가진 새누리당이야 그렇더라도 최대 교원단체 교총까지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일관성도 없고, 정략적으로까지 보인다.

교총은 이전에 여러 차례 교육감 직선제를 주장해 왔으며,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는 교총 회장을 지낸 이원희가 직접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기도 하고, 이번에도 막판까지 안양옥 현 교총 회장이 출마를 저울질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서울교총과 경기교총 회장 출신들의 후보 출마가 거론되고 나아가 교총이 직접 보수후보 단일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랬던 교총이 교육감 직선제가 위헌이라며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정략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전 선거에서 보수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었을 때 교총과 새누리당이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라고 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다분히 정략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국민에 의한 직선교육감이 대통령의 임명제보다 정치적 중립이 훼손된다는 그들의 주장은 우리 헌법이 규정한 지방교육자치와 민주공화정이라는 정체(政體)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민주공화정과 지방교육자치라는 헌법 정신을 부정하고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대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진보교육감 당선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면서 교육부 장관의 직무명령권과 예산권 등을 이용하여 진보교육감들의 공약 실행을 방해하고, 이를 학교 혼란이라고 포장하여 흔들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대한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의 1등 공신들

당선 축하 꽃다발 받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후보
5일 새벽 지방선거 개표결과 당선이 확실시 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서울 중구 선거캠프에서 부인 김의숙 여사와 함께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양지웅 기자

교총을 앞세운 박근혜 정부의 진보교육 흔들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 난관을 넘어서야 할 과제가 진보교육감 모두에게 놓여있다. 그러나 그 과제는 진보교육감 혼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를 교육청으로 입성시킨 진보교육감 당선의 공신(功臣)들에게 공통으로 있다.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 원인 중에는 세월호 참사에 이어진 국민적 추도 분위기도 있고, 이것이 ‘가만히 있어라’로 대표되는 우리 보수 교육의 일방적 내리먹임식 교육, 수동적 경쟁 교육에 대한 ‘앵그리 맘’들의 분노가 교육 권력 교체의 열망으로 표출된 것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외부적인 요인 외에 선거 운동을 직접 했던 후보와 진영에서도 승리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보수의 분열과 진보의 단결 이면에는 진보의 단결을 이끌어 내었던 세력으로의 주체가 있다. 바로 15개 시도에서 진보후보 단일화를 이끌어 내었던 지역의 교육시민단체들이다.

보수의 분열이 예정되어 있어 다자 구도가 현실인 상황에서 진보라고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실제로 서울 등에서는 경선 과정에서 후보가 경선 불복을 선언하는 등 진통이 있었고,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뒤늦게 출마를 선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교육시민단체들은 단일화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를 관철시켰다. 결국, 대전을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였고, 최종 단일후보로 선택받지 못한 이들은 대부분 출마 대신 선거에서 단일후보를 열심히 도왔다.

이런 과정이 15명의 진보단일후보를 만들어 내었고, 그 중 13명의 교육감 당선이라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보수세력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후보단일화를 시도하였지만 실질적인 의미의 보수단일후보를 만들어낸 곳은 전무했다.

이런 면에서 13명 진보교육감 당선의 일등 공신 중 하나는 진보단일화를 포기하지 않고 추동해 낸 지역의 풀뿌리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다. 우리가 13 대 4라는 교육감 당선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는 우리 교육계뿐 아니라 정치계에도 당선이라는 자신, 자기 세력의 이익만 내세운다면 모두가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잔치는 끝났다. 당선보다 성공이 더 중요

13명의 진보교육감 당선은 그 자체로 우리 교육사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당선 자체가 가지는 의미보다 그들의 성공이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기억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자체가 우리 정치사에 엄청난 의미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평가하기에 우리 정치계는 너무 후진적이었다. 즉, 그가 당선된 후 그를 반대하고 아예 대통령으로 인정도 하지 않던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정치권이 건재했고,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과 경제계 등 막강한 반대 세력들이 있었다.

노무현의 개혁 시도는 이런 막강 보수세력에 가로막혔고, 그를 당선시키는데 일조한 세력들도 갈라지거나 그에게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있었고, 열린우리당은 지자체장 선거와 보궐선거 등에서 줄줄이 패배했다. 결국 당 자체도 공중분해되면서 정권을 한나라당에게 넘겨주어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였고 다시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졌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세력의 실력 부족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너무 막강한 보수세력의 저항 탓이라고 해야할지 원인 진단은 다를 수 있지만 분명히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세력의 내부도 문제가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는 하고자 했던 개혁을 성공하지 못했고 정권을 다시 보수에게 넘겨주는 결과로 나타났다.

진보교육감의 당선보다 성공이 더 중요한 이유를 노무현 대통령이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당선된 13명의 진보교육감들이 임기 중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곧바로 다시 보수세력에게 교육권력은 넘어갈 것이고, 10년 20년 동안 다시 찾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13명의 진보교육감이 당선 이면에는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비롯한 1기 진보교육감들의 공이 있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강원의 민병희, 전북의 김승환, 광주의 장휘국, 전남의 장만채 등 진보성향 교육감 4명은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민병희 6.5%p, 장휘국 7.8%p, 김승환 26.0%p, 장만채 1.2%p 등 이들 4명의 재선 진보교육감들은 모두 득표율이 상승했다. 이에 비하여 부산의 임혜경, 경남의 고영진 등 영남권에서 재선에 나선 보수교육감들은 득표율 상승은커녕 아예 낙선을 하는 비운을 맞았다.

1기 진보교육감들이 얼마나 잘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이념화교육으로 학교가 난장판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충분히 국민들에게 증명한 셈이다. 즉, 보수우익들의 진보교육감 색깔론 공격은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이었음을 국민들이 깨달은 것이다. 어쩌면 이번 선거에서도 조전혁, 문용린, 임혜경 등 보수교육감 후보들의 색깔론, ‘반전교조’ 선거 전략이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1기 진보교육감들의 공이 대단히 크다.

이제 남은 더 큰 과제는 보수언론과 보수정치권이 공격에 맞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어도 학교가 난장판이 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증명을 넘어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 교육이 좋아지고 학생들이 행복해진다”는 것에 대한 적극적인 증명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후보
4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도교육감 이재정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출구조사 결과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이 후보와 지지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이재정 선거사무소

진보교육감을 당선시킨 세력과 진보교육감은 운명공동체

당선된 진보교육감 13명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들 13명 중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수퍼스타는 1명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를 교육감으로 당선시킨 ‘세력’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를 진보교육감으로 당선시킨 이들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

당선과 성공은 다르다고 할 수도 있지만 보수세력은 이를 결코 분리해서 보지 않는다. 국민들 역시 진보교육감과 교육계 진보세력을 달리 보지 않는다. 진보교육감이 잘 하면 교육계 진보세력들이 잘한 것이고, 그들이 실패하면 교육계 진보세력이 실력 없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낮은 인지도에도 2년만에 압도적 차이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된 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서울시는 지자체 중 민관 거버넌스가 가장 잘 작동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시민운동가 출신답게 혼자서 결정하여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정책과 집행에 반영하는 구조를 작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진보교육감들이 보수교육감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들에게는 청소년 학생단체의 지지가 있었고, 전교조라는 현장 교원단체의 비판적 지지가 있으며, 참교육학부모회를 비롯한 학부모단체, 그리고 수많은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있다.

진보교육감들은 시작부터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서 학생이, 학부모가, 나아가 서울시민이 바라는 교육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고,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밑천을 가지고 있다. 그 밑천이 바로 그들을 진보 단일후보로 만든 풀뿌리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다.

교육시민단체들이 진보교육감을 당선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그와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으로 함께해야 하는 이유이다. 벌써부터 내부에서 “당선까지는 함께 하더라도 당선 후부터는 남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왜 이런 의견이 나오는지도 이해할 수 있고, 분명 그런 의견도 필요하다. 당선의 공신으로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진보교육감이 잘못된 길로 가려하면, 학생·학부모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 하면 비판도 하고, 때로는 공격도 해야한다. 그러나 그 비판과 공격이 그들의 책임 없음에 대한 알리바이가 아니라 운명공동체임을 선언하는 의미여야 한다.

2기 진보교육감이 성공하면 3기, 4기 진보교육감도 나오지만, 그들이 실패하면 다시 진보세력에게 교육권력을 주지 않는다. 어느 국민도, 어떤 학생도 진보교육감을 당선시킨 세력과 진보교육감을 별개의 세력으로 보지 않는다.

국민에게 진보교육감에게 표를 달라고 한 세력이 진보교육감들과 운명을 함께 한다는 결심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2기 진보교육감의 성공 여부에 지난 70년 우리 교육을 병들게 한 보수교육의 적폐를 걷어내고 향후 10년, 어쩌면 향후 100년 우리 교육의 나아갈 운명이 달려있다고 하면 지나친 의미 부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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