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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명 탄 말레이 여객기 격추…누구 소행?

등록 : 2014.07.18 09:08수정 : 2014.07.1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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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명을 태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17일(현지 시각) 오후 5시15분께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미사일로 격추돼 탑승자 전원이 숨졌다. 연합뉴스

미국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러·우크라 서로 상대 책임 주장
반군 소행일 경우 나토군 개입 계기…우크라 내전 향방 가를 듯

298명을 태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미사일로 격추돼 탑승자 전원이 숨졌다. 내전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에서 어느 쪽의 소행이냐에 따라 내전의 향방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의 소행이냐에 따라, 서방의 나토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전에 강도 높게 개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지난 3월 인도양에서 여객기가 실종된 뒤 아직도 행방을 못찾는 상황에서 또 다시 큰 재앙에 직면했다.

 

17일(현지 시각) 오후 5시15분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샤흐툐르스트 상공에서 말레이시아항공 17편 보잉 777 여객기가 추락했다. 이 여객기는 지대공 미사일를 맞고 격추된 것이라고 미국 쪽이 확인했다. 미사일 발사를 놓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 쪽은 서로 상대방의 소행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 격추 상황 피격된 여객기는 이날 낮 12시15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했다. 여객기와 말레이시아항공사와의 교신은 오후 5시15분 러시아 국경에서 약 50㎞ 떨어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끊겼다. 여객기는 고도 1만m 상공에서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여객기는 이날 오후 5시25분께 러시아 영공에 진입할 예정이었으나 중도에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 속한 도시 샤흐툐르스크 인근에 추락했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사고 여객기에 280명의 승객과 15명의 승무원이 타고 있었다고 밝혔다. 여객기는 루한스크 주의 루크와 인근 도네츠크 주의 샤흐툐르스크 사이에서 잔해가 발견됐다. 지금까지 적어도 100구의 시신이 추락 현장에서 발견됐다. 여객기의 잔해는 반경 15km 지역에 퍼져있다.

 

■ 누가 격추시켰나 미국 등은 여객기가 미사일을 맞고 격추됐다고 확인했다. 여객기가 피격된 상공은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들이 통제하는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은 서로 상대방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미국 쪽 군사 전문가들은 여객기를 격추시킨 미사일은 러시아제 이동식 중거기 방공시스템인 부크(Buk) 미사일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시엔엔>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인 안톤 게라셴코도 “여객기가 (친러시아) 반군이 쏜 부크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페트로 포르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는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파플로 크림킨 외무장관은 이 여객기가 친러시아 반군들에 의해 격추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전화 대화를 감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에이피> 통신은 이고리 이고리 베즐레르라는 반군 지도자가 러시군 정보장교에게 반군이 항공기를 격추했다고 보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전화 통화 감청을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또 2명의 반군 소속 군인들 간의 통화를 녹음한 또다른 도청 자료에는 반군 부대가 여객기 추락 지점에서 북쪽으로 25km 떨어진 지역에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이날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 “여객기 사고 당시 우크라이나 전투기는 상공에 없었으며, 여객기는 우크라이나군의 지상 방공 미사일 타격 범위에서도 벗어나 있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반군 진압 작전 과정에서 정부군의 방공 미사일은 사용되지 않았으며 단 한 발의 미사일 발사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항공 보잉777 여객기가 17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미사일에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5명 전원이 사망한 가운데, 우크라 수도 키예프의 네덜란드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을 밝히며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소셜미디어 사이트 VK 닷컴에서는 도네츠크 반군이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우크라이나 수송기로 오해해 격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도네츠크 반군 지휘관인 이고르 기르킨(일명 스트렐코프)은 “우리가 (우크라이나 정부군 수송기) 안토노프(AN)-26을 방금 토레즈에서 격추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에) 우리 영공에서 비행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고 한 이 소셜미디어는 전했다. 기르킨이 우크라이나 수송기를 격추했다고 밝힌 지역은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추락한 지점과 동일하다.

 

그러나 반군과 러시아 쪽은 자신들의 소행을 부인하고, 우크라이나 정부 쪽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객기 추락 지점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군사작전을 시작했다고 그 책임을 돌렸다. 푸틴 대통령은 “이 사건이 일어난 영공의 나라가 그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알렉산데르 오보다이 반군 지도자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그 여객기를 추락시켰다고 말했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총리인 보로다이는 자신들이 보유한 로켓은 상공 3km 정도까지 밖에 비행하지 못한다면서 “사고기가 운항하던 상공 10km 지점까지 도달할 무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사일이 정확히 어디에서 발사됐는지는 미국 위성이 추적하지 못했다고 미국 정부는 밝혔다. 미국 군사정보 분석가들은 현재 각종 기법을 동원해 미사일 발사 진원지가 어디인지를 추적하고 있다. 미국 쪽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력해 미사일 잔해를 수거한 뒤 분석할 예정이다.

 

러시아항공관제청장인 세르게이 코발료프는 여객기가 추락한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은 내전으로 개방된 상태였다며, 이전에도 헬기나 저고도 비행기가 추락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고도 1만m에서 여객기를 격추시키려면, 고도의 중화기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쪽은 러시아 공군이 16일 우크라이나의 지상공격기 한대와 수송기 한대를 격추했다고 비난했었다. 지난 2001년에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신들이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여객기를 격추시켜 78명을 숨지게 한 것을 인정한 바 있다.

 

■ 우크라이나 내전에 큰 영향 예상 누구의 소행이냐에 따라 우크라이나 내전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군 쪽의 소행이라면, 서방은 나토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내전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압력과 명분에 처하게 된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 쪽의 소행이라면, 러시아가 우크라니아 동부 반군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직접 개입을 정당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며칠 동안 서방 쪽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반군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우려해왔다. 나토 대변인은 러시아 쪽으로부터 더 많은 중화기들이 국경을 넘어서 우크라이나 반군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추가 조처도 경고했다.

 

유엔은 이날 안보리를 소집해 이 사태를 논의한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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