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발생 직후 옆으로 약간 가라앉았으나 완전히 분리된 상태라고 보긴 힘든 것으로 TOD(열상감시장치) 동영상 분석결과 파악됐다. 국방부는 4년 여 전 사고직후 약 10초간의 이 영상을 애초엔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공개하면서 “이미 절단된 상태”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봐도 당시 영상이 이미 절단-분리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9시2분 멀쩡한 천안함 18분 뒤 엎어진 채 등장…사고 30초후 과연 절단된 모습인가

23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천안함 사고 전후(2010년 3월 26일 21시~22시)의 TOD 동영상을 보면, 천안함이 백령도 서방에서 정상기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은 딱 한 차례 등장한다. 천안함은 TOD 시각으로 21시2분26초부터 21시2분28초까지 3초간 정상인 상태로 보이는 천안함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치는 장면이 잡힌다. 정지된 상태에서의 기동하고 있는 모습이라기 보다는 TOD 초점(10배율)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다소 빠르게 옮겨감에 따라 잠깐 화면상에 나타난 것이다. 화면에서의 천안함은 가운데 연돌부분과 그 아래 선저 부분(엔진룸)이 검게 보인다. 당시 TOD 초병들은 열기가 발생하는 곳을 검게 나타나도록 조작한 ‘흑상’ 모드로 촬영했다. TOD 초병은 화면초점을 3배율로 낮춰 연안을 감시하다 먼 바다를 볼 땐 다시 10배율로 확대하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했다.

그러던 중 TOD 시각으로 21시20분47초에 화면 왼쪽 상단에서부터 희미한 선체가 등장했다. TOD 초점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화면에 나타난 선체 추정 물체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약 10초 동안만 잡혔다. 이 선체는 앞서 21시2분26초(천안함 시각)에 잡힌 천안함의 모습과 비교하면 수면 아래로 상당부분이 오늘쪽으로 잠긴 채 연돌부위가 살짝 드러난다. 이 선체는 추후 천안함으로 밝혀졌다. 정상기동하는 것으로 보이던 천안함의 전장(길이) 크기와 비교할 때 천안함 선체 전체가 희미하게 수면 위에 1자 형태로 보인다. 따라서 TOD상 이른바 ‘사고직후(약 30초 후)’ 영상에선 천안함이 완전히 분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TOD에 촬영된 시각이 실제 보다 1분40초 늦기 때문에 폭발시각 21시21분57초에서 1분40초를 뺀 뒤 30초를 더하면 천안함이 사고직후 처음 TOD 상에 잡힌 시각과 일치한다고 주장해왔다. 

 

국방부는 4년 전 이 같은 영상이 존재한다고 이정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폭로한 직후 뒤늦게 이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미 분리된 장면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2010년 5월 28일 오후 내놓은 해명자료에서 “민군합동조사단, 외국 전문가와 정밀분석을 실시한 결과, 천안함이 피격 후 이미 절단돼 함수는 우현 쪽으로 전복됐고, 함미는 급속하게 침수중인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천안함이 어뢰의 폭발로 생긴 충격파로 순식간에 절단된다는 논리에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국방부 주장대로 사고 30여 초 이후에 희미하게 잡힌 천안함 영상을 직접 보면, 절단된 상태로 보기 어렵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천안함 민군합조단 민간위원)는 2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폭발 후 10여 초 만에 반파됐다는 합조단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꽝~꽈아앙? TOD초병 “쿵소리 작게 들렸다”

특히 폭발 소리에 대해 TOD 초병들은 사고순간 ‘쿵’ 소리가 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천안함 침몰 당시 TOD 영상 촬영을 했던 조오근씨(당시 이병)는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유남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대표 재판에서 “소리가 작긴 작았다”고 증언했다. ‘안들리는 것보다 큰 소리였나’는 변호인 신문에 조씨는 “그렇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또한 선임병으로 근무했던 이재홍씨도 이날 법정에 출석해 “실내에서 바닥에 뭔가 묵직한 것이 떨어지는 소리와 비슷했다”고 당시 ‘폭음’의 형태를 설명했다.

   
천안함이 2010년 3월 26일 21시2분 백령도 서해상에서 기동하던 모습을 잡은 TOD 동영상. 사진=TOD 영상 캡처
 

합조단은 천안함 생존자들이 ‘꽝~꽈아앙’이라는 소리를 1~2초간 들었다고 보고서에 썼으나 지금까지 법정에 출석한 생존장병 가운데 폭음소리를 두 번 들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 한 번만 들었다고 진술했다.

함수 함미 사이의 ‘미상의 점’·고속정 행방 의문 “다른 TOD 동영상 요구할 것”

TOD 동영상을 보면, TOD 초병들은 21시21분54초에 3배율이던 TOD 영상을 10배율로 확대한 뒤 21시22분38초부터 함수와 함미가 분리된 장면을 화면에 포착했다. 이 영상에는 함수와 함미 사이에 ‘미상의 점(물체)’이 조류 방향에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1시56분경부터 21시58분 사이에 나타난 고속정 3척 가운데 2척은 떠있는 천안함 함수를 보고 그냥 지나쳐가는 모습이 영상에 잡혔다. 

   
천안함이 2010년 3월 26일 21시20분 백령도 서해상에서 엎어진채 발견된 모습을 잡은 TOD 동영상. 사진=TOD 영상 캡처
 

이와 관련해 4년 전 국방부는 천안함 의혹 해명을 위한 사이트 ‘천안함 스토리’에서 “도착한 고속정이 천안함에 집결된 승조원을 구조하려 했으나 천안함의 침수 정도가 심각하고 높은 파도로 인해 접근이 불가했으며 천안함 승조원들 또한 고속정 접근시 충돌하여 물에 빠지거나 선체가 파손될 것을 우려하여 접근하지 말라고 소리쳤다고 한다”며 “그래서 도착한 고속정은 구조작업을 하지 않고 서치라이트를 비추면서 주변일대를 비추면서 해경정이 도착하기 전까지 추락한 승조원이 있는지 수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천안함 백서와 합조단 보고서에도 이들의 행방과 구조활동 내역은 기술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신상철 대표는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고직후 천안함 TOD 영상에는 폭발의 흔적(부유물, 수온변화)은커녕 ‘미상의 점’이나 ‘고속정의 행방’ 등 의문점만 더욱 뚜렷해졌다”며 “이 영상 외에 다른 초소가 보유하고 있는 TOD 영상, 적어도 6~7개 정도의 제출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또한 “고속정 편대장 등 관련 증인도 추가로 부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천안함이 2010년 3월 26일 21시22분 백령도 서해상에서 두동강난 채 발견된 모습을 잡은 TOD 동영상. 사진=TOD 영상 캡처
 

 

   
천안함 함수가 2010년 3월 26일 21시57분 백령도 서해상에서 침몰해가고 있을 때 고속정 1척이 그냥 천안함을 지나치는 모습을 잡은 TOD 동영상. 사진=TOD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