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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은 절차일뿐 헌법정신이 아니다

다수결은 절차일뿐 헌법정신이 아니다

이수경 2014. 11. 17
조회수 139 추천수 0
 

환경상식 톱아보기 1. 다수결이 헌법정신?

국회선진화법 흔드는 새누리, 실제 국민 신임 18% 사실 기억해야

다수결은 헌법정신 아닌 절차 불과, 국민의 소리 무겁게 들어야

 

<물바람숲>은 오늘부터 환경과 공해연구회(회장 이동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작성하는 ‘환경상식 톱아보기’를 연재합니다. 양심적인 전문가 운동을 표방하며 1989년 창립된 연구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환경단체의 하나입니다. 이 단체 운영위원들이 잘못 알려진 환경상식과 시민운동에 관해 깊이 있게 들여다 본 칼럼을 싣습니다. 

03729405_R_0_1.jpg» 2010년 8월20일 4대 종단 인사들이 4대강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대다수 시민들의 반대에도 4대강사업과 새만금 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은 합법적으로 강행됐다. 사진=정용일 기자
 
새만금과 4대강, 국민이 찬성해서 강행했나
 
세월호 유가족이 지난 5일 청와대 앞에서 철수하면서 “더 이상 대통령을 기다리지 않겠다.… 기대했던 대통령의 위로는 받지 못했지만 그보다 더 큰 국민과 주민들의 위로와 응원으로 따뜻해졌고 앞으로 광화문과 전국 방방곡곡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7일에는 유가족과 국민 다수가 바란 법에는 미흡하지만 세월호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국민 다수가 유족이 원한 특별법을 지지했어도 유족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던 대통령도 국회도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을 핑계로 새누리당이 다수라는 이유로 유족의 참여도 수사권과 기소권도 없는 특별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국민들이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와 4대강 개발반대를 위해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어올려도, 국민 대다수가 반대해도 국회의 다수를 점하기만 하면 날치기로 국민의 뜻 따위는 안중에 없이 자기 당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정치인이 끼치는 폐해는 결국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새만금 간척사업, 4대강 개발사업과 같이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해도 강행되었던 환경문제들은 두고두고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국민 모두에게 짐이 되고 있다.  원래 책임은 주인이 지는 법이기 때문이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의기구인 정부·국회나 사법기관에서 국민의 이익이나 의사와는 다른 일을 벌이면서 시민운동은 국민이 직접 국가운영에 참여할 길들을 만들어 왔다. 특히 환경분야에서 민관이 공동으로 환경조사를 하거나 정책과 법안을 시민과 당사자가 참여하여 만든 일 등이 우리 사회의 참여제도를 확대하고 민주주의를 확장시킨 대표적인 일이다. 이렇게 현대의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참여제도를 확장하고 시민운동을 지원하여 국민의 참여를 늘이기 위해 노력한다.
 
삼권의 분립이 필요한 이유가 국민의 권리를 다른 대의기관이 침해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든가 정보의 공개가 국민의 권력을 대리하고 있는 대통령이나 권력기관의 의무이지 실시간 감청당할 국민의 것은 아니라는 지당한 원칙을 들춰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다 아는 얘기, 당연해서 오글거리는 얘기, 국민이 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갖추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다. 
 
국회선진화법 논란과 간단한 산수

04117713_R_0_1.jpg» 2011년 11월22일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을 여당이 날치기 통과시키려 하자 야당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이듬해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돼 이런 일이 더는 벌어질 수 없게 됐다. 사진=김명진 기자

                                                  
국회선진화법이 국회를 후진시키고 있단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나 여야 합의가 없으면 안건을 상정하지 못하는 국회선진법은 다수결이라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다수결의 원칙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는 헌법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절차라는 것을 설마 역대 어느 국회보다도 어느 정당보다도 법조인의 비율이 높은 새누리당이 몰라서 하는 얘기일까?  다수결이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유일하거나 오류가 없는 제도인가는 차치하고 국회선진화법이 과연 다수의 선택을 소수가 가로막는 법인가만 따져보자.
 
세월호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찬성을 해도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의 대다수는 반대라며 유족안을 거부했다.  이렇게 국민 대다수의 뜻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대다수의 뜻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 세월호특별법만은 아니다. 광우병 파동이 그랬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그랬다.
 
국회선진화법은 비단 폭력 국회 때문만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법이다. 국회의원이 불성실하거나 부도덕해서 저를 뽑아준 국민의 의사를 배신하는 일이 없다 하더라도 대의민주주의하에서는 국민의 대표가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지 않는 일이 왕왕 벌어질 수밖에 없다.
 
19대 국회의원 선거는 79%의 국민이 선거권을 갖고 이중 54.2%가 투표에 참여하였다. 또 이 선거로 당선된 국회의원은 총 300명인데 이중 새누리당이 152명 당선되어 19대 국회의 과반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당지지율을 나타내는 비례대표 득표율은 42.8%로 새누리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19대 총선 투표자는 총 투표자의 반수에도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새누리당 의원 모두가 사심 없이 오로지 그를 뽑아준 국민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 하여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18.34%(0.79*0.54*0.43*100)의 국민을 대변할 뿐이다. 국회의원은 선거만 끝나고 나면 국민의 뜻을 살피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는 백지위임장을 얻은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은 19대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새누리당이 얻은 신임이라야 겨우 국민의 5분의 1이 맡긴 신임에 불과하다. 
 
■ 제19대 총선 새누리당 득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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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 이르면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소수가 다수의 다리를 걸고 늘어지는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논리는 좀 궁색해지는 게 사실이다. 소선거제를 채택한 우리나라의 대의민주주의에서는 언제든 다수가 다수가 아닌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다수당이라도 늘 국민여론을 살펴야 한다.  
 
포퓰리즘 아니냐고? 안하무인보다는, 제 잇속 차리기보다는 낫다. 국민이 반대해도 지켜나가야 할 공약도 있는 법이지만 임기 내내 국민의 선택과 이익에는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 또 다수당이라고 막무가내로 투표로 법안을 밀고 가기 이전에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은 소수의 횡포를 묵인하는 법이 아닌  다수도 아닌 다수가 휘두르는 독선을 견제할 최소한의 장치인 것이다. 
 
다수결은 헌법정신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모으는데 가장 편리하고 신속한 절차에 불과하다.  따라서 다수결이 국민 다수의 의사를 대표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이 국민이 주인이라는 헌법정신에 맞는 일이지 절차에 얽매여 누가 권리자인지 또 무엇이 국민의 뜻인지조차 묵살하는 것이 헌법정신은 아니다.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환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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