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 국정농단 사건 등 주요 정국때마다 등장하는 이름 석자 정윤회. 세월호 사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관과 연계시켜 정윤회 보도를 했던 일본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은 소송을 당해 현재 재판중이다.

12월 연말정국을 뜨겁게 다루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 일명 ‘정윤회 게이트’를 특종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 편집국장 등 역시 줄줄이 소송을 당했다. 세계일보가 청와대문건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한 내용의 핵심은 ‘이 땅에 두 명의 대통령이 있다’는 고발이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했다는 ‘정윤회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문고리 권력 3인방’ 등 청와대 안팎의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 등을 퍼트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박 정부에서 아무 직책을 맡고 있지않은 정씨가 정기적으로 권력실세들을 만나고 나아가 대통령비서실장 인사교체 방법론까지 제시했다는 내용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문제의 보고서를 만든 청와대 실무자 비서관등이 얼마되지않아 모두 청와대를 떠났다는 사실은 단순히 우연일까?

   

▲ 세계일보 11월 28일자 1면

 

 

그동안 박 대통령의 인사 참사가 있을 때마다 비선(秘線) 의혹이 제기됐지만 별 해명도 사과도 없이 잠잠해졌을 뿐이다. 청와대가 스스로 인정한 문건까지 공개된 마당에 청와대는 이런 모든 의문들에 대해 국민 앞에 진솔하게 해명해야 할 책무가 있다.

따라서,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입장에서 이런 주요 사건이 발생하여 논란이 사회적으로 확산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진상파악이다. 모든 정보가 집중되는 청와대가 마음만 먹는다면 진상파악은 시간문제다. 자체 진상파악이 된 후 국민앞에 정직하게 해명하고 필요하다면 사과하는 것이 순서다. 그 다음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는 거꾸로 일처리를 하고 있다. 일단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에 대해 소송부터 제기한다. 세계일보, 시사저널, CBS, 산케이 신문, 한겨레 신문, 시사인, 조선, 동아일보 등 박 대통령취임이후 언론사, 기자 상대 소송은 적어도 10 건이 넘어가고 있다.

정윤회 국정농단 의혹 사건도 세계일보가 청와대 내부의 문건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까지 소송이라는 최후 수단을 남발했다. 언론의 권력견제, 감시 기능을 인정하지 않는 대응방식이다.

물론 청와대가 해명하지않은 것은 아니다. 해명의 내용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청와대 내부 문건은 인정하면서도 세계일보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 찌라시 수준’이라고 폄하했다. 즉각적인 해명이라 자체 진상조사를 할 시간조차 없었을텐데 어떻게 이렇게 단호하게 부정으로 일관할 수 있을까. 또한 청와대 자체적으로 만든 정식 보고서를 두고 스스로 ‘찌라시’라고 평가하는 논리적 모순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해명은 의혹을 해소하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지만 청와대의 해명은 의혹을 더 키우는 식이다. 박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도 중요한 문제지만 국민은 이런 언론의 의혹제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궁금해하고 있다.

   

▲ 세계일보 11월 28일자 4면

 

 

세계일보가 제기한 의혹들 가운데 청와대 핵심권력 3인방과 주요정치인등 소위 ‘십상시’가 서울 모처 음식점에서 한달에 두어번 만났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않다. 만남 자체가 없었다면 날조에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만나서 정말 인사에 개입했는지 여부 등은 청와대가 국민적 의혹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도 진상조사를 벌였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검찰에 모든 것을 맡기는 방식은 무책임하다. 청와대의 검찰 수사의뢰는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현재처럼 해명도 진실도 제대로 나오지않은 정보수급 불균형 상황에서는 언론사의 의혹제기는 많아질 것이다. 그때마다 청와대가 민, 형사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언론자유는 위축받게 되고 청와대는 불통 집단으로 고착될 위험성이 있다.

소송당한 언론사들의 공통점은 박대통령의 청와대를 곤경에 빠트리려 의도적으로 비난성 뉴스를 만든 것으로 보이지않는다. 합리적 문제제기에 대한 해명이 불충분하거나 정보적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제대로 되지않을 때 혹은 청와대나 권력주변에서 스스로 의혹투성이 문건이 흘러나와 취재거리를 만들 때 해명하라는 주문일 뿐이다.

청와대가 “내가 아니라면 아닌 것이다”라는 식의 무대포 대응방식은 국민을 무시하고 언론을 존중하지않는 태도다. 왜 아닌지 그 근거를 제시하는 성의와 정직성을 담보하지않으면 의혹은 쉽게 해소되지않으며 더 큰 의혹으로 커질 것이다.

   

▲ 청와대 전경

 

 

해명은 멀고 언론사 소송은 가까운 박 정부의 불통은 결과적으로 언론자유 위축을 가져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락하던 언론자유지표는 박 정부 출범과 함께 더 곤두박질하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한국의 언론자유지표는 2013년 44위에서 50위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발표는 이 보다 더 추락하여 57위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는 어울리지않는 언론자유 추락의 한가운데 청와대가 있다는 사실은 현실이 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금부터라도 정도에 따라 자체 진상조사를 먼저 하고 진솔한 해명에 나서야 한다. 소송부터 하는 청와대의 나쁜 습관은 한국의 검찰을 죽이고 언론을 병들게 하고 국민을 바보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