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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인도 공동 전략 비젼의 한계와 모순

미국-인도 공동전략비젼의 한계와 모순
 
 
 
이병진 교수 
기사입력: 2015/02/19 [15:21]  최종편집: ⓒ 자주민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6일에 인도공화국 건국기념일 열병식에 참석하고 “미국-인도 공동전략비젼(US-India Joint strategic Vision for the Asia-Pacific and Indian Ocean)“을 발표하였다. 또한 미국과 인도의 군사협력을 보다 더 강화시키기로 하고 ”미국-인도 방위관계체계 2015(2015 Framework for the US-India Defence Relationship)"을 맺고 10년 동안 유지하기로 했다. 

 

이 군사협정은 1급기밀이라는 이유로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05 방위체계협약(2005 Defence Framework pact)"보다 강화된 미-인 군사협정이다. 

 

작년에 인도 정부는 방위사업을 외국자본에 개방하였고, 이번 ‘미-인 방위관계체계’로 미국군산복합체는 인도로의 무기수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냉전시기에 인도는 쏘련의 도움으로 현대무기체계를 갖추었는데, 미국산 무기들이 인도에 공급된다면 남아시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역학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이 인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이유가 중국을 억제하려하기 때문인데, 이런 미국의 전략변화는 미국과 함께 이슬람급진무장세력과 싸우고 있는 파키스탄의 반발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어떤 배경에서 미국-인도 방위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것이 끼칠 영향을 분석하여 미국-인도 공동전략비젼의 한계와 모순을 살펴본다. 

 

중국 포위전략

 

현재 미국의 핵심안보전략은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to Asia)"이다. 중국의 성장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이 위협받자, 중국을 억제하려고 아시아 국가들을 미국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인도방문 목적을 숨기지 않았는데, 뉴욕 타임즈(NYT 26 January 2015)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모디 인도 수상과의 첫 만남에서 무려 45분동안 중국문제 하나만 가지고 대화를 하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성장으로 아시아-태평양-인도양 지역에 대한 안보영향을 우려했고, 모디 수상은 어떻게 이 문제를 미국과 함께 대응할지 의견을 나누었다. 그 결과 “미국-인도 공동전략비젼”이 합의 발표된 것이다. 

 

이 공동전략비젼은 미국이 인도양에서 인도의 패권을 인정하고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인도가 협력하여 중국을 억제하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인도의 해군력이 남중국해에서 얼마나 실효적인 힘을 발휘할지는 의문이 들지만, 이 공동전략비젼은 인도양과 말라카해협 그리고 남중국해에 이르는 해상교역로를 미국과 인도가 협조하여 통제하고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소위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동북아시아 지역은 일본, 남아시아는 인도, 서아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각각 지역의 골목대장으로 만들고 이들 국가들을 미국의 돌격대로 키워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지속하려는 것인데, “2015년 미-인 공동전략비젼”은 남아시아판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표현이다. 

 

공허한 미-인 공동전략비젼과 그 한계

 

역사적으로 비동맹외교노선의 전통이 강했던 인도와 미국과의 군사협력이 그들의 바람대로 성공적으로 발전할지 또는 실패할지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이 추진하려는 “아시아 재균형”전략은 아시아 지역을 분할 지배하려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망과 불순한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미-인 공동전략비젼”을 분석하면 그 한계와 모순이 또렷하게 보인다. 

 

가장 큰 한계는 인도 내부에 있다. 극우힌두민족주의 정당인 인도국민당이 작년 5월 정권을 잡고 강력한 힌두국가를 만들겠다며 미국과 적극 손잡으려 하지만, 극우힌두세력은 그런 정책전환에 따른 남아시아지역 내부의 불안을 수습하고 처리할 정치적 능력이 없다. 

 

만약에 미국과 인도의 군사협력 관계가 발전한다면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는 물론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는 최악이 될 것이다. 

 

미국은 1961년에 결성된 비동맹운동을 저지하기 위해서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을 내세워 1969년에 이슬람협력기구(Organisation of Islamic Cooperation)를 조직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왕들은 막대한 자금으로 ‘성전(Jihad)'을 지원하였는데, 이것은 파키스탄 무자헤딘의 자금줄이기도 했다. 

 

미국의 중앙정보부(C.I.A)는 이들 무자헤딘을 훈련시키고 무기도 주어 쏘련-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시켰다. 이런 배경 때문에 파키스탄은 오랜 기간 친미구사독재정권이 들어섰고 지금도 미국이 벌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동맹군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인도의 군사협력이 현실화 된다면 파키스탄은 불안해할 것이고 카시미르 분쟁은 격화될 것이다. 이것은 인도 내부의 힌두-무슬림 갈등의 도화선이 되어 인도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극우힌두정권의 국방부 장관은 파키스탄의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떠들지만 인도 내부의 힌도-무슬림의 분열과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한편, 인도 국가안보보좌관(The national security advisor)은 공개적으로 인도의 대파키스탄 정책이 ‘방어’에서 ‘방어적 공세’로 바뀌었으며 따라서 인도는 필요하다면 파키스탄과 싸울 것이고 인도가 먼저 공격한 것이 아니므로 파키스탄은 핵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심한 이야기도 하였다(Srinath Raghavan, "'Modified' Foreign Policy;Interrogating Coherence, Finesse, Efficacy", Economic and Political Weekly, January 31, 2015, 11쪽).

 

가뜩이나 2002년 구자라트에서 수천명의 무슬림을 학살한 모디 수상에 대한 의구심이 큰데, 인도 안보부서 책임자들이 인도 내부의 무슬림을 자극하고 소외시키는 일에 앞장서는 것을 볼 때, 이런 정치적 지도력으로 미-인 공동전략비젼을 잘 이끌어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인도는 러시아와의 관계 뿐 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타격을 받게 된다.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최첨단 무기들을 들여오고 싶어 하지만 군사기밀 유출 우려로 러시아가 꺼려한다. 중국으로부터는 막대한 경제협력투자자금을 받기로 했는데 이것도 불확실해지거나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미국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아니고, 미국의 경제가 인도를 도와줄 형편도 못 된다. 

 

오히려 미국과 인도의 공동전략비젼으로 인도의 이익이 훼손되었다며 반대하는 여론이 인도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Editorials, "No Transparency in Nuclear Deal", Economic and Political weekly, January 31, 2015, 8쪽).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인도 방문기간에 핵협상을 하였는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는 인도에게 미국이 상용핵기술과 우라늄을 공급하는 대신 핵사고 발생시 미국기업들에게 면책의 범위를 넓히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도의 핵피해보상법(Civil Liability for Nuclear Damage Act 2010)을 무력화시키고 미국기업들에게 특혜를 주는 일이어서 큰 파장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인도의 핵정책도 오락가락하면서 입지점이 쪼그라들었는데, 1995년에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을 강요하는 미국에 맞서 인도는 북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거론하며 1998년에는 핵실험까지 하였다. 

 

그런 조건에서 이번에는 북의 핵농축활동에 우려를 표명하고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평화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이것은 인도 스스로 미국의 앵무새임을 자임하는 꼴인데 국제적인 조롱과 망신을 자초하는 것이다. 

 

이것으로 그동안 인도가 비록 가난하지만 대국의 자존심과 신뢰로 발휘했던 국제적 영향력은 깡그리 무너졌다. 앞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우라늄을 수입해야 할 인도의 입장은 딱하게 되었다. 

 

분열과 갈등만 부추기는 미국의 정책

 

모디 수상은 미국의 꼬임에 맞장구치며 장밋빛 환상에 도취되어 미국-인도 공동전략비젼을 발표하였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인도의 현실을 살표 보면 과연 미국-인도 공동전략비젼이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강한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런 의문을 갖게 하는 근본 이유는 미국-인도 공동전략비젼의 반동적 성격 때문인데, 그것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전략과 인도 힌두극우정권의 강한 힌두국가전략은 근본적으로 힘에 의한 분리지배를 기본 동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의 원유자원을 독점하기 위한 미제국주의의 이슬람 종파간 분열과 지배전략이 얼마나 끔찍하고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오늘날 이라크와 시리아 그리고 예멘, 요르단 같은 중동지역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은 원유의 약탈을 반대하고 국유화하려는 노동자, 농민 혁명정권들을 쓰러뜨리고 미국에 추종하는 소수의 봉건지배세력을 지원하였다. 그리고는 이것을 종파간의 갈등으로 숨겼다. 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봉건왕국은 이슬람 근본주의 이념으로 그들의 지배를 정당화하였다. 심지어 터키와 이라크 같은 공화주의 사상조차 서구의 사상이라며 적대시하였고 혁명이란공화국을 시아파 공화국이라며 종파갈등을 끊임없이 부추겼다. 미군의 충견이었던 이라크의 철부지 후세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부추김으로 이란과 전쟁을 하였지만 경제만 파탄났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약속했던 전쟁지원자금을 주지 않자 철부지 후세인은 쿠웨이트를 점령했지만 비극적으로 죽었고 이라크는 박살이 났다. 이런 피의 한맺힌 복수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게 오늘날 중동의 실상이다. 

 

우리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간섭과 개입이 결국 오늘날 중동지역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잘 알고 있다. 미국-인도 공동전략비젼도 미국의 중동전략의 실패와 모순을 그대로 내포했기 때문에 남아시아의 발전은 물론 아시아지역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시아 대륙에는 수백 개의 민족과 다양한 국가들이 고유의 문화와 역사 전통을 배경으로 수천 년을 살아왔다. 이런 아시아 대륙을 미국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분할하고 각 지구에 똘마니 국가 몇 개를 앞세워 아시아 국가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은 버려야 한다. 

 

또한 이라크의 후세인처럼 미국의 충견이 되어 보았자 비극적 죽음뿐이며 그 민족은 처절한 고통 속에 지내고 있음을 한 시라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인도인들도 지금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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