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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사막에 '꽃 잔치', 엘니뇨의 선물

죽음의 사막에 '꽃 잔치', 엘니뇨의 선물

조홍섭 2015. 11. 02
조회수 2939 추천수 0
 

칠레 아타카마 사막 올 3월 폭우 뒤 일제히 개화 장관 연출
세계서 가장 건조한 곳, “광산 의존 덜고 관광 활성화” 기대

 

at1.jpg» 삭막하던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이 파스텔톤의 화사한 야생화 천지로 바뀌었다. 사진=Tomás Cuadra Ordenes, 트위터 @toroco_vallenar

 

아타카마 사막은 남극 내륙을 빼면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이다. 칠레의 안데스 산맥 서쪽 태평양 연안에 있는 남한 면적의 이 사막에서 연평균 강수량은 15㎜에 지나지 않는다.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지, 아주 건조한 아리카 같은 곳의 강수량은 연간 1~3㎜에 그친다. 일부 지역 기상센터에서는 몇 년 동안 빗방울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곳도 있다.
 

Chiton magnificus_Atacamadesertmap.jpg» 아타카마 사막의 위치. 그림=Chiton magnificus, 위키미디어 코먼스

 

1024px-ValleLuna-002.jpg» 달나라를 연상시키는 아타카마 사막 루나 밸리의 모습.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동태평양 수온을 전례 없이 끌어올린 엘니뇨 현상이 이 사막에 폭우를 불러왔다. 칠레 <EFE 뉴스>는 지난 3월 20년 만의 홍수로 인한 산사태로 28명이 숨지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났다고 밝혔다. 안타포가스타란 마을에는 3월 하루 동안 7년 강수량에 해당하는 23㎜의 ‘폭우’가 내려, 마을이 흙탕물로 뒤덮였다.
 
남반구여서 봄으로 접어드는 9월부터 아타카마 사막이 거대한 ‘꽃 천지’로 뒤바뀌고 있다. 모래와 돌, 말라붙은 소금 호수, 용암이 삭막한 풍경을 연출하던 사막이 융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화려한 꽃들로 가득 차기 시작한 것이다.

 

at1-1.jpg» 사막을 붉게 물들인 야생화. 홍수가 날 때마다 벌어지는 현상이다. 사진=Tomás Cuadra Ordenes, 트위터 @toroco_vallenar

 

at3-1.jpg» 아타카마 사막에는 200여종의 고유식물이 분포한다. 사진=Tomás Cuadra Ordenes, 트위터 @toroco_vallenar

 

at2-1.jpg» 야생화가 만발하면서 사막에는 잠에서 깬 듯 곤충과 새, 파충류, 쥐 등이 꽃으로 잔치를 벌인다. 사진=Tomás Cuadra Ordenes, 트위터 @toroco_vallenar

 

땅속에 묻혀 휴면상태에 있던 씨앗과 구근이 홍수와 사태로 깨어나 일제히 개화를 했다. 피어난 꽃들과 함께 곤충, 새, 도마뱀, 쥐 등도 잔치를 만났다. 수천명의 관광객이 이런 장관을 구경하러 몰려들고 있다고 <EFE 뉴스>는 전했다.
 
혹독한 환경의 아타카마 사막에는 이곳에만 분포하는 고유식물 200여종이 산다. 사막에 주기적인 강수와 함께 야생화가 일제히 피는 현상은 5~10년 간격으로 벌어지지만 이번 개화는 규모가 이전보다 크다. 야생화 잔치는 11월까지 이어진다.

 

Javier Rubilar _800px-Desierto_florido.jpg» 2010년 홍수 뒤에도 야생화가 대대적으로 개화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사진=Javier Rubilar, 위키미디어 코먼스

 

Joselyn Anfossi Mardones_1024px-Desierto_florido_2010.jpg» 2010년 아타카마 사막의 또 다른 모습. 사진=Joselyn Anfossi Mardones,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구엘 바르가스 칠레 아타카마 주지사는 “(아타카마 사막의 야생화) 관광은 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광산 채굴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해 준다.”라고 <EFE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사막의 광산에서 2010년 33명의 광부가 매몰됐다 71년 만에 구출돼 세계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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