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안철수 신당, ‘국민의당’ 행이 이어지고 있다. 신당 측 인사들은 호남 의원들까지 가세한다면 총선 전에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몸집이 불어나는 데 기여한 요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관영 의원은 11일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탈당 및 국민의당 입당 사실을 밝혔다. 권은희 의원도 11일 오전 탈당과 국민의당 합류를 선택했다. 권 의원은 당초 ‘천정배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두 초선 의원의 합류로 앞서 문병호, 황주홍, 유성엽, 임내현, 김동철, 김한길, 김영환 의원에 이어 국민의당에는 10명의 현역의원이 남게 됐다. 김한길 의원과 가까운 주승용 의원도 탈당을 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고, 탈당을 선언했으나 신당에 합류하지 않은 최재천 의원이 합류할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 호남계의 좌장 격인 박지원 의원과 수도권 3선 의원인 박영선 의원도 탈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11일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거의 100% (목포 지구당) 당원들은 탈당을 해야된다,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박영선 의원은 10일 오후 광주에서 열린 이용섭 전 의원의 북콘서트 자리에서 “정치개혁의 새물결에 헌신하느냐 대통합의 밀알이 되느냐의 지점에 깊은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측 인사들은 탈당이 이어져 교섭단체(20명)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유성엽 의원은 11일 TBS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 인터뷰에서 “20명을 충분히 넘겨서 교섭단체 구성이 창당 이전에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환 의원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2월 전에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 수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안철수 무소속 의원(오른쪽)과 김한길 의원(왼쪽),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함께 손을 잡고 있다. ⓒ민중의소리
 

신당의 파괴력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1월 4일부터 8일 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18.7%로 20.3%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파괴력을 가지게 된 것은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작동했다. 첫 번째 요인은 호남이다. 호남 의원들이 당에 합류했고 또 합류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도 호남의 민심에 주력을 다하고 있다. 안 의원은 탈당 이후 호남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지난 1월 4일에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동교동계가 국민의당에 합류하고, 호남을 기반으로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신당,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 등이 국민의당과 통합한다면 세는 더욱 커진다. 김한길 의원은 탈당 이후 더민주를 제외한 야권 통합을 제시했다.

두 번째 요인은 ‘새정치를 통한 중도층 공략’이다. 국민의당은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며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의 등장 이후 무당파 층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안 의원이 11일 현충원을 참배하며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한 것도 지금의 여야 간 대립을 뛰어넘는 새정치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세 번째 요인은 인물이다. 더민주의 인물 영입에 맞서 국민의당 역시 인재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당 간의 인물 경쟁은 정당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오히려 ‘국민의당’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세를 불리기 위해 호남을 기반으로 삼기로 결정했으나 이는 국민의당이 새정치세력이 아니라 ‘구세력’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준다.

또한 호남 의원들의 목표와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신당 세력의 목표가 같을 지도 의문이다. 국민의당이 성공하려면 호남을 기반으로 수도권까지 세를 확장해야 한다. 그러려면 여야와는 다른 차별성을 갖춘 공천을 통해 호남과 수도권 모두에서 승리해야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아직 호남 의원들과 신당 내부에서 공천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호남 현역의원들을 물갈이 대상으로 삼을 경우 갈등은 불가피하다.

안철수 의원이 더민주에 있을 때 제시한 혁신안을 기준으로 하면 지금 국민의당에 들어와 있는 현역 의원들이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임내현 의원의 경우 지난 2013년 7월 출입기자 오찬에서 “서부 총잡이가 죽는 것과 붕어빵이 타는 것, 처녀가 임신하는 것의 공통점은?”이라고 기자들에게 물은 뒤 “답은 ‘너무 늦게 뺐다’”는 농담을 해 파문을 일으켰고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로부터 출석정지 30일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안철수 의원이 제시한 10대 혁신안에는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엄정한 조치’라는 내용이 있다.

더욱이 더민주가 호남 지역에 공천을 하며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있다. 더민주는 현역을 이기기 위해 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놓을 것이다. 야권연대를 하건 안 하건 국민의당은 경쟁력있고 참신한 후보를 내놓아야 하는 처지다.

   
▲ '국민의당'(가칭) 안철수 의원이 11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故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이 세를 불리기 위해 호남의 기존 정치세력과 연대할수록 새정치와는 멀어지는 셈이다. ‘호남 현역’과 새로운 인물 사이에서 선택해야하는 시점이 온다는 뜻이다. 최재성 더민주 총무본부장은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탈당 의원들을 받고, 정체성도 참신함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받는다. 그리고 한 쪽에서는 새로운 정치를 한다고 한다”며 “이것은 양립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이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확보하고자 하는 기반은 보수적인 무당층, 새누리당의 소극적 지지자들이다. 호남의 ‘반더불어민주당’ 민심과 이러한 보수 무당층이 한 데 어우러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재성 본부장은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대해 세게 싸울수록 지지자 중 보수적 무당층은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이를 하지 않으면 호남의 지지자들이 이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당에 걸맞은 인물을 내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안 의원은 윤여준 전 장관, 한상진 교수를 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으로 내세웠다. 세를 확대하고 더민주와 차별성을 보일 수 있을지 몰라도 참신한 인물은 아니다. 너무 ‘올드’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은 청년층을 기대를 받으며 성장한 정치인이다. 인사치레로 호남에 한 두 번 갈 수 있지만 새정치를 생각한다면 안 의원은 거리에서 청년들을 만나거나 일하고 있는 공장 같은 현장에 갔어야하지 않나”라며 “끌어들이는 사람들도 청년들이나 젊은 세대가 아니라 올드한 사람들이다. 당장 세를 불리기에 여력을 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물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잡음도 흘러나왔다. 신당에서 8일 영입한 5명 중 3명이 비리에 연루된 의혹이 드러났고 국민의당은 3시간 만에 영입을 취소했다. 그러나 영입이 취소된 허신행 전 농림부 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소명의 기회나 통보마저 없이 ‘영입 취소’라는 대 국민 발표를 함으로써 언론에 의한 ‘인격 살인’을 당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인재영입 과정에서 이런 모습이 반복될 경우 국민의당은 새정치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점점 높아져가고 교섭단체에 가까워져감에도 국민의당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고민 없이 당장의 세 불리기에만 집중할 경우 안 의원의 국민의당은 어느새 여야를 심판하는 자리가 아니라 심판 대상에 서게될 지도 모른다.